여행

광야에 피어난 불꽃 요르단Jordan①Dead Sea사해,Baptism Site예수 세례터

트래비 | 트래비 | 입력 2016.07.15 10:01



페트라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2km에 이르는 협곡 사이를 통과한다

페트라, 사해, 아카바, 와디럼…. 
잡히지 않는 아름다움을 마주할 때마다 벅찬 숨을 내쉬었다. 미끈대는 소금바다와 붉은 모래의 감촉, 잿빛 바람에 묻혀 오던 베두인의 체취, 때마다 울려 퍼지던 굴곡진 아잔*소리와 사멸한 도시의 거대한 침묵. 모세의 기적처럼 놀라운 희열이, 요르단 왕국이, 순간마다 스며들었다.

*아잔adhān | 이슬람교에서 예배시간을 알리는 육성

암만 다운타운에서 마주한 예쁜 계단 길, 알고 보니 어느 카페에서 꾸민 것이었다

●요르단을 만난다는 것은

“괜찮겠어?”요르단에 간다고 했을 때 주위 반응은 한결같았다. 요르단과 페트라Petra를 동의어로 각인시키며 고조된 여행자가 그 염려의 이유를 알아채는 데는 몇 번의 눈 껌뻑일 시간이 필요했다.

중동, 아라비아 반도의 북서쪽에 자리한 한반도 절반도 되지 않는 작은 땅. 요르단은 왼쪽으로 이스라엘, 위쪽은 시리아, 오른쪽은 이라크, 아래로 사우디아라비아를 국경으로 접하고 있는, 지도만 보더라도 참 난해한 나라다. 페트라를 잠시 제쳐두고, 지난해 IS에 대한 보복으로 군복을 입고서 직접 공습을 진두지휘했던 압둘라2세 요르단 국왕이 먼저 떠오르는 것도 사실이다.

1차 세계대전으로 오스만 터키 제국이 몰락한 후 트랜스요르단으로 출발, 영국으로부터 독립해 입헌군주국이 된 게 1946년. 아무리 아랍 문화의 테두리 안에서 유대관계를 강조하는 중동지역이라 해도 알다시피 경계를 둘러싼 정치·경제·사회 상황은 복잡하다. 

중동 평화협상과 친親서방 아랍 국가들간 탁월한 중재자 역할을 해 온 요르단 또한 인접국으로서 직간접적인 영향을 피할 길이 없다. 게다가 세 차례의 중동-이스라엘 전쟁 때 요르단으로 이주한 수백만명의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인구의 반 이상을 차지하고, 걸프전 때 이라크와 쿠웨이트에서 이주한 팔레스타인 사람들과 최근 시리아 난민들까지 합하면 난민의 규모는 엄청나다. 1948년 45만명에 불과했던 인구가 지금은 약 680만명이다. 그들이 일으키는 변화는 분명 불안한 요소로 작용하지만, 요르단 정부의 포용력으로 양질의 국가 발전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놀라운 사실은 이 나라에 대한 호기심을 새로 추가시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나라에 대해 아는 거라곤 영화나 드라마의 촬영지였다는 것 외, 심지어 구약과 신약 시대의 무대라는 것조차 잊고 있었다. 그리스, 로마, 이슬람 왕조들과 십자군 시대의 유적들은 차치하고라도 성서에 등장하는 지명 가운데 96곳이 요르단에 있는 데도 말이다. 상상과 실재 사이의 간극을 메우는 여정, 요르단 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일은 아찔한 현기증마저 일었다. 

뫼벤픽 리조트에서 바라본 사해. 건너편은 이스라엘 땅이다

사해 주변 바위는 소금으로 뒤덮여 있다 

●Dead Sea 사해
죽은 바다의 힘

 차는 사해死海를 향해 달렸다. 좌로도 우로도 삭막한 광야다. 광야. 요르단을 표현하기에 이보다 더 적합한 단어는 없을 것이다. 텅 비고 아득한 들에는 이따금 양떼가 지나가고 유목민의 허름한 텐트가 아무렇지도 않게 자리 잡고 있다.

특급 호텔들이 보이기 시작하면 거기서부터 사해다. 사해는 말 그대로 죽은 바다다. 지구상에서 가장 낮은, 해수면 아래 400m에 자리한다. 길이 75km, 폭 6~16km. 북부지역은 깊이가 400m에 달하고 남부지역은 5m 정도다. 물이 흘러들기만 하고 빠져나갈 곳 없이 증발되다 보니 염도가 높아 생물이 살 수 없다. 염도가 약 5%인 보통 바다와 달리 사해의 염도는 33%가 넘는다. 대신 많은 유기물이 피부와 신경통에 좋다고 해서 물과 진흙으로 만든 미용 제품은 기념품 일 순위다.

사해는 또한 천연자원의 보고다. 마그네슘과 칼슘염 등 화공 약품과 의약품의 원료로 쓰이는 화학물질이 수억 톤씩 매장돼 있다. 그런 사해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 언젠가는 그저 소금밭이 되어 버릴지도 모른다. ‘이스라엘이 댐을 건설하고 사해로 유입되는 요단강 물을 끌어다 쓰기 때문’이라 가이드 압둘라는 말했지만, 어찌 그뿐일까. 온난화로 지표면은 건조해지고 물줄기는 말라 가는 것을.

호텔에 짐을 풀고 해변으로 나갔다. 수영을 못하는 사람에게 사해는 더할 나위 없다. 부력이 높아 저절로 뜬다. 그렇다고 무턱대고 뛰어들면 곤란하다. 해변 앞 경고문에는 입수 전 주의사항이 빼곡하게 적혀 있다. 

‘얼굴은 담그지 말고, 배영자세로 수영하고, 다이빙 하지 말고, 멀리 나가지 말고…’, 결국 ‘상처가 있으면 들어가지 마라’는 항목에 다다라 입수는 포기하고 말았다. 다른 사람들은 환호성을 지르며 몸을 뒤집은 채 사해를 둥둥 떠다녔다. 손으로 움켜쥔 바닷물은 기름처럼 미끈대고 심하게 끈적인다. 괜한 아쉬움에 돌에 붙은 소금 한 덩이를 떼어내 혀에 대보고는 컥컥대며 내뱉는데, 누군가 입을 헹구라고 민물을 건네준다.

“왜 수영 안하죠? 걱정 말아요. 그냥 뜨는 걸요. 내가 당신을 치유해 줄게요.” 빨간 모자를 쓴 안내요원은 진흙까지 건네며 예수의 기적이라도 행할 것처럼 ‘치유Healing’란 단어를 되풀이했다. 그런 그에게 사해를 보고 흥분해 뛰어오다 무릎이 까졌다는 말까지는, 차마 할 수 없었다. 

요단강가의 세례요한교회. 강물이 이곳까지 흘러들어오지만 지금은 많이 말라 있다. 초기 기독교 당시 세례터로 사용된 곳으로 지금도 교회로부터 연결된 계단으로 내려가 침례의식을 행한다

이스라엘 쪽 세례터에서 한 신자가 침례에 앞서 기도를 하고 있다

맞은편 이스라엘에서 치러지는 세례의식을 요르단 세례터의 여행자들이 신기한 듯 바라보며 얘기를 나누고 있다

●Baptism Site 예수 세례터
요단강 위를 흐르는 것들

요르단에는 성서에 기록된 역사적 사건의 현장이 곳곳에 있다. 중요한 곳 중 하나가 요단강이다. 특히 성지순례를 하는 기독교인들은 반드시 요단강에 들른다. 예수가 세례를 받았다는 신약성서의 기록 때문이다. 4복음서에 따르면 예수는 요단강에서 요한에게 세례를 받고 공적 생애를 시작했다. 이스라엘과 요르단 사이 또 하나의 자연적인 국경을 이루는 요단강은 이스라엘 갈릴리 호수에서 시작해 사해로 흘러든다. 251km에 이르는 강의 서쪽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동쪽이 골란고원과 요르단이다. 

요단강 폭은 불과 5m도 되지 않아 보였다. 그 지점을 사이에 두고 요르단과 이스라엘 정부는 각각 세례터를 만들었다. 요르단 쪽 세례터는 ‘알마그타스’, 웨스트뱅크 즉 이스라엘군이 점령한 팔레스타인 지역 세례터는 ‘까스르 엘 야후드’다. 1994년 이스라엘과 요르단의 평화협정 전까지 이 일대는 긴장감이 감돌았다. 요르단이 알마그타스를 개방한 것은 2002년, 이스라엘은 주변의 지뢰를 제거하고 2011년이 되어서야 세례터를 완전히 개방했다.

예수가 세례를 받은 장소라면 그 강이 다를 리 없을 텐데 유네스코는 지난해 요르단 세례터만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했다. 이 부분은 기독교 내부나 학자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어찌됐든 오늘날 성지순례 코스의 대부분이 이스라엘을 중심으로 짜여지는 만큼 순례자 대부분은 이스라엘 세례터로 몰린다. 도착 때에도 건너편에는 그리스 정교회 신자로 보이는 이들이 연신 강에 온몸을 담그며 세례식을 진행하고 있었다. 반면 요르단 쪽에서는 여행자 몇몇이 제방에 앉아 그 광경을 신기한 듯 바라보기만 했다. 동쪽인지 서쪽인지 혹은 예수가 요르단의 알마그타스에서 세례를 받았는지, 그에 대한 정확한 고고학적 증거는 아직 없다. 논쟁보다 중요한 것은 이천년 전 예수가 요단강에 왔었다는 사실이다.

흙이 씻겨 내려와 누렇게 변한 요단강을 뒤로하는데, 가이드 압둘라가 강물을 손에 적셔 머리에 뿌리며 알 수 없는 아랍어로 기도를 해준다. “나는 무슬림이에요. 하지만 요단강에 기독교인들이 이렇게 많이 오는 것을 보면 이 강물은 분명 성스러운 것이죠. 종교가 무엇이든 상관없어요. 요단강은 모든 사람들에게 축복입니다. 당신과 당신 가정에 축복이 있기를!” 

뫼벤픽 리조트에서 바라본 사해

 

글·사진 Travie writer 이세미  에디터 고서령 기자 취재협조 에티하드항공 www.etihad.com, 요르단관광청 www.mota.gov.j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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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행복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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