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의 여인들] 정탐꾼과 창녀 라합
[성경의 여인들]
정탐꾼과 창녀 라합
- 임 용민
모세가 120세에 요단 서편 모압 땅에서 죽고 여호수아가 이스라엘의 새 인도자가 되었습니다. 이제 요단 동편 가나안 정복을 앞두고,가나안 땅의 진입로가 되는 여리고 성을 정복하기에 앞서 여호수아는 두 사람의 정탐꾼을 여리고 성으로 잠입시킵니다. 이미 이스라엘이 요단 서편의 아모리 두 왕 시혼과 옥을 물리치고 그들 백성들을 전멸시켰다는 소식을 들은 여리고 왕과 백성들은 모두 두려워하며 성문을 굳게 지키고 출입자들을 철저히 감시하고 있었습니다. 여리고 성내로 잠입에 성공한 이스라엘 두 정탐꾼들은 자신들의 몸을 숨기기 위해 창녀 라합(Rahab)의 집으로 숨어들었습니다. 아마 정탐꾼들은 일반인들의 집보다 쉽게 들어 갈 수 있는 곳이 창녀의 집이었기 때문에 라합의 집으로 들어갔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그보다도 이미 적국 속에 자신의 사람들이 어디 있는지를 정확히 아시는 하나님의 인도하심이었다고 믿습니다.
우리 성경에는 기생이라고 번역되었지만 창녀(prostitute)란 번역이 더 옳습니다. 이를 여관 주인(innkeeper)이라고 해석하는 사람들도 더러 있습니다. 그러나 히브리어 주나(zoonah), 그릭어 포르네(porne)는 창녀를 의미합니다. 고대 그 당시에는 두 가지 타입의 창녀들이 있었는데 하나는 우상 신전에서 종교행위의 하나로 창녀생활을 하는 여자들과 다른 하나는 일반인들을 상대하는 창녀가 있었는데 라합은 둘째의 경우입니다.
여리고 백성 라합은 수상한 외지인이 들어오면 지체 말고 보고해야 한다는 사실을 물론 분명히 알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녀는 자신의 집에 들어온 두 사람이 적국의 스파이라는 사실을 분명히 인지하면서도 오히려 자기 민족을 배반하고 적군들을 도왔습니다. 라합이 보고를 하지 않아도 이스라엘 정탐꾼이 라합의 집에 들어간 것은 이미 여리고 왕에게 보고되었습니다. 왕은 즉시 자신의 부하들을 라합에게 보내어 그들을 내어 놓으라고 했습니다. 그렇지만 라합은 자신의 지붕위에 그들을 숨겨놓고 왕의 부하들에게는 "그들이 자기 집에 온 것은 사실이나 자신은 그들이 누구인줄을 몰랐으며 또한 그들은 이미 성을 빠져나갔으나 어디로 갔는지 알지 못하노라" 고 말했습니다.
6.25 직후 우리나라는 너무나 가난했고 먹고 살기 위해 미군부대 근처에는 GI들을 상대로 하는 소위 양색시라고 뷸리는 창녀들이 많이 있었습니다. 라합에게는 부모와 형제들이 있다는 사실을 성경은 말씀하고 있지만 남편이나 자식에 대한 기록은 찾아볼 수 없습니다. 아마 라합 역시 가난한 자신의 가족 부양을 위해 성문 가까이 살며 성내 사람들이나 성을 방문하는 외부인들을 상대하며 창녀생활을 해왔을지도 모릅니다. 또 그녀는 외부인들을 종종 상대하기 때문에 성 밖 세상 이야기를 쉽게 접하며 더욱 잘 알고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여하간 라합은 위대한 하나님에 관한 이야기(복음)를 듣게 되었을 때 장차 여리고 성과 자신의 운명이 어찌 되리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라합이 정탐꾼들에게 " 너희 하나님 여호와는 상천하지에 하나님이시라" (수 2:11) 고 한 고백은 놀라운 믿음입니다. 정탐꾼들은 우상 숭배자였던 이방 여인 라합이 진실로 자신의 우상을 버리고 살아계시고 참되신 하나님을 믿는자(살전 1:9)로 변해 있는 것을 보고 자신들도 놀랐습니다. 하나님께서는 그의 은혜의 팔로 이방의 한 창녀를 그의 품으로 받아주시고 그의 자녀로 받아주셨습니다.
라합은 이스라엘이 여리고를 정복할 때에 자신과 자신의 가족을 구원해 줄 것을 약속해 달라고 정탐꾼들에게 말했습니다. 정탐꾼들은 라합에게 " 네가 우리의 정체를 알리지 않고 잠잠하며 우리로 무사히 돌아가게 도와준다면 반드시 너와 네 가족을 구원해 주리라" (참고 - 행 16:31)고 약속했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여리고 성을 함락시킬 때 네 창에 붉은 줄을 매어 달고 네 부모와 형제와 네 아비의 가족을 다 네 집에 모으라(수 2:18-19)고 지시했습니다. 히브리어에서 줄(rope)과 끈(cord)은 다른 단어입니다. 아마 긴 밧줄이 아니라 리본과 같은 작은 " 주홍색 끈" 이었을 것입니다.
" 주홍색 끈" (scarlet cord)은 여러 가지 영적 상징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주홍색은 먼저 우리의 죄를 상기시켜주고 있습니다. "여호와께서 말씀하시되 오라 우리가 서로 변론하자. 너희 죄가 주홍 같을지라도 눈과 같이 희어질 것이요 진홍 같이 붉은지라도 양털 같이 되리라" (사 1:18). 우리 죄의 속죄를 상징해주는 대표적인 구절입니다. 하나님께서는 회개하는 자들의 죄를 흠과 점도 없이 깨끗하게 씻어주실 것을 약속하셨습니다. 물론 창녀였던 라합의 모든 죄를 씼어주셨습니다. "그러므로 누구든지 그리스도 안에 있는 자들에게는 정죄함이 없느니라" (롬 8:1).
둘째로 주홍색은 죽음을 통해서 흘러나오는 붉은 피(blood)를 상징해 주고 있습니다. 집 문설주에 희생 어린양의 붉은 피를 바른 집 안에 있는 사람들은 하나님의 장자의 심판을 면하였습니다(출 12:13-14). 사도 베드로는 예수 그리스도의 피에 대해서 " 너희가 알거니와 너희 조상의 유전하는 망령된 행실에서 구속된 것은 은이나 금 같이 없어질 것으로 한 것이 아니요 오직 흠 없고 점 없는 어린양 같은 그리스도의 보배로운 피로 한 것이니라" (벧전 1:18-19)고 말씀하고 있습니다.이처럼 주홍색 끈은 라합과 그녀의 온 가족을 보호하고 구원해 준 그리스도의 보혈을 상징해 주고 있습니다.
라합은 후에 살몬의 아내가 되게 하셨습니다. 아마 살몬은 두 정탐꾼 중에 하나일지 모릅니다. 그리고 성경은 "살몬은 라합에게서 보아스를 낳고, 보아스는 룻에게서 오벳을 낳고, 오벳은 이새를 낳고, 이새는 다윗왕을 낳으니라" (마 1:5-6)고 기록되고 있습니다. 창녀였던 라합은 믿음으로 말미암아 구원함을 얻었을 뿐만 아니라 우리 구주 예수의 족보 속에서 영원히 빛나는 존귀를 얻게 되었습니다.
그녀의 위대한 믿음은 계속 신약에 인용되고 있습니다. " 믿음으로 창녀 라합은 정탐꾼을 평안히 영접하였음으로 순종치 아니하는 자와 멸망치 아니하였다" (히 11:31)고 말씀하고 있습니다.
라합은 여리고 공격을 앞둔 이스라엘 사람들에게 용기와 힘과 확신을 얻도록 하는 역할을 했습니다. 라합의 도움으로 무사히 돌아 온 정탐꾼들은 여리고성이 무너지기 전에 이미 그 성안의 모든 백성들의 마음이 하나님을 두려워함으로 무너져 있었다는 사실을 그의 백성들에게 알리게 되었습니다.
마지막으로 다시 한 번 죄인을 구원하시고 그 죄인들을 들어 그의 놀라운 사역을 이루시는 하나님께 찬양을 드립니다! 신구약을 통하여 계속 " 창녀 라합" 이란 단어를 성경에 기록한 목적은 죄인을 향한 하나님의 크신 은혜를 상기시켜주시기 위함이었습니다. 바울도 " 미쁘다, 모든 사람이 받을 만한 이 말이여, 그리스도 예수께서 죄인을 구원하시려고 세상에 임하셨다 하였도다. 죄인 중에 내가 괴수니라" (딤전 1:15)고 고백했습니다. 그 누가 감히 자신은 창녀 라합보다 더 의로웠었다고 자랑할 자가 어디 있겠습니까! 실로 라합은 오늘날 우리들 모두의 믿음보다 더욱 위대했고 더 큰 일을 해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