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의 글] 귀신 들려 무덤 사이에 거했던 한 사람에 대한 독백
[독자의 글]
귀신 들려 무덤 사이에 거했던
한 사람에 대한 독백
- 차 광선
1.
무덤, 무덤들. 사망의 음울한 빛이 짙게 배어 있고 사망의 냄새가 안개처럼 피어오르는 곳, 행인들이 조금은 기이한 두려움을 느끼며 지나게 되는 길이 가까이에 굽어 지나가는 묘지. 한 눈에도 살아 있음보다 죽어 있음에 익숙한 풍광으로 채워져 있는 곳. 그 무덤들 사이에 당신은 거하고 있었습니다.
흐트러진 머리카락, 거의 찢겨져 나가고 닳아 없어져버린 옷, 일그러진 몰골, 광기를 발하는 눈, 그리고 가끔 터져 나오는 괴성. 당신의 이 모든 모습은 사망의 빛으로 채워진 묘지와 더없이 잘 어울리고 있었습니다. 혹여 지나가는 나그네가 당신의 그러한 외관을 잠시라도 보았더라면 아마도 몇날 며칠을 그 기겁했던 경험으로 해서 심령이 편치 못했을 것이 분명합니다.
어쩌다 그렇게 되었는가요?
2.
이 세상 신, 어둠의 주관자, 공중 권세 잡은 자와 그 세력들에 의해, 보기에 좋았던 창조의 완전한 조화와 어울림이었던 이 세상이, 죄가 폭풍우처럼 진입한 후에 파괴와 부조화의 기형적인 황무지로 변해버렸습니다.
하나님께 불순종하고 말씀을 버린 인생, 인생들로 해서 그토록 아름다운 하모니를 이루었던 피조물의 세계도 생명을 다한 중환자처럼 신음하게 되었던 거지요. 의인화 된 것으로서의 피조물들은 그 온전했던 때를 얼마나 그리워하고 있는 것인지! 저들도 시원의 그 완벽했던 때로 회복되기를 얼마나 사모하고 있는지 모릅니다.
인간은 참으로 어리석고 매몰차게 하나님을 버리고 떠났습니다. 그리고 하나님을 마음에 두기를 싫어하는 삶속으로 깊숙이 내려갔습니다.
당신은 그러한 사람들 가운데서도 버림을 당하고 외면을 당하여 무덤 사이에 거하는 자가 되었으니, 어둠의 맨 밑바닥에 내던져져 잊혀진 존재가 되어버렸던 것이지요. 하지만, 한 가지 떠오르는 의문점은 무슨 이유로, 어떻게 그 더러운 귀신이 당신에게 찾아와 마치 속살이 게가 새로운 고등 껍질을 발견하고 속살이 집을 바꾸듯 당신 속으로 들어가게 되었느냐 하는 점입니다. 가룟 유다의 경우를 생각하면 전혀 이해하지 못할 바는 아니지만, 당신의 경우 언제 어떻게 당신에게 거침없이 침투해 들어온 것인지 의문이었습니다. 혹시 그 귀신이 점령해 들어가기 쉽도록 어둠을 향하여 문을 열어두고 있었던 건 아닐까요? 당신은 그렇게까지 되기를 원치 않았겠지만 '마음의 성벽'이 무너지고 어둠의 영성이 더 오염되어 가도록 방치하면서 성문마저 열어 준 것은 아닌지요.
이 시대에도 마인드 콘트롤이나 요가, 명상 등등을 수단으로 하여 정신훈련과 신체 훈련을 통해 정신과 영혼을 이완시키고, '텅 비우기 훈련'을 함으로써 또 다른 영이 유입되게 하는데, 바로 그와 같은 때에 악령이 유입된다고 쿠르트 코흐가 '사탄의 전술전략'에서 했던 말이 쉽게 이해가 됩니다.
3.
괴성을 지르며 몸부림치듯 힘을 주자, 마을 장정들이 당신에게 달려들어 묶어 놓았던 쇠사슬이 썩은 밧줄 끊기듯 떨어져나갔습니다. 손에 잡히는 돌을 집어 들고 자신의 허벅지와 가슴과 팔뚝을 마구 쳐댑니다. 이렇게 하여 온 몸이 상처와 피딱지로 흉하게 일그러져 있습니다. 아, 실로 당신의 곤고한 육체는 할 수만 있다면 속히 흙으로 돌아가고자 하는 소원으로 가득해져 있음이 분명합니다. 동시에, 그 육체에 숨겨진 영혼은 원치 않는 방향으로 흘러가는 생의 여로를 괴로워 탄식하며 울부짖을 것입니다.
그러다가 당신은 누군가를 발견하고는 소스라치듯 놀라며 바라봅니다. 그 순간 혼돈스럽던 심령 내면에 어둠을 가르는 강렬한 빛이 비쳐오는 느낌과 의식이 격렬하듯 느껴졌습니다. 그와 동시에 내닫기 시작합니다. 그것은 거의 반사적이었고 필사적이었습니다. 그렇게 된 것이 저 깊은 의식 속에서 때를 기다려온 당신 자신의 뜻인지, 아니면 당신을 사로잡고 있는 더럽고 사악한 영이 지극히 거룩하신 이 앞에서 심판의 두려움을 느끼며 쏟아낸 힘 때문인지 당신은 구분할 수 없습니다.
4.
죄가 세상에 들어온 이래로, 창조 세계의 모든 것이 강한 토네이도가 지나간 자리처럼 무너지고 깨어지고 넘어지긴 했어도, 피조물의 세계에 남아 있는 아름다움과 조화로운 질서가 하나님의 어떠하심을 충분히 나타내주고 있다는데 조금도 의심이 없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을 떠난 인생의 번영과 그 화려함이 무슨 소용이며, 하나님을 등진 인생들의 발전과 그 위대한 성취가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하나님 없이는 모든 것이 헛되고 덧없는 그림자 같이 스러져가게 될 터니 말입니다.
슬프게도 현대인들은 나름대로 지혜롭고 현명하게 판단하며 살아가고 있다고 하지만 아주 다양한 그 '무엇' 에 사로잡힌 후, 원하든 원하지 않든 마침내 그것의 종이 되어 이리저리 맥없이 이끌려 다니고 있는 것이지요.
육적으로는, 쾌락과 안일함, 편리를 좇아서, 그 만족도를 높이려는 노력과 집념으로 사람들은 그에 부응하는 기술과 환경을 만들어 내었고, 그 모든 것을 윤기 나게 만드는 세상 문화는 시민들을 하나하나 새로운 노예로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흡연, 음주, 마약, 도박, 게임, 포르노... . 한 발이 수렁에 무심코 빠지면 서서히 온 몸이 빠져 들어가듯이, 각양각색의 형태에 중독되어 가기 시작했습니다. 마치 본인의 의사나 의지에 상관없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중독되고 습관화 되어 그것에 사로잡혀 굵고 무거운 쇠사슬에 동여매인 죄수처럼, 노예처럼 그 허망한 환락의 깊은 동굴 속으로 질질 끌려가고 있습니다. 육체는 잠시 그 극단의 쾌락에 혼절하듯 몰입되지만, 잠시 후 허무한 물거품들이 꺼져버리면 더 깊은 허탈감과 허망한 감정을 맛보게 될 것입니다. 그것을 메우려고 더 강한 자극을 찾게 되는 중독의 시대, 중독으로 유도하는 사회 환경. 안타깝게도 이 중독 현상이 성도라 일컬어지는 소수에게도 은밀히 전염되고 있다는 진단 앞에, 이미 자유를 잃어버린 채, 개가 토하였던 것으로 돌아가고, 씻은 돼지가 더러운 곳에 도로 눕는 현상이 그야말로 모골이 송연해 져옵니다.
영적으로는, 더럽고 사악한 거짓의 영이 미혹하여 허망한 탐심과 욕망의 우상 앞에 엎드리게 만들고 있습니다. 그리하여 살아계시고 참되신 하나님을 부인하며 스스로 교만의 높은 자리에 앉아 멸망의 길을 재촉하고 있는 것이지요.
누구든, 깨어있지 않으면 어둠의 영의 역사로 주께서 허락하신 자유를 잃어버리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외면했던 묘지로부터 어설프게 매장되었던 옛사람이 더 강한 속성을 가지고 어느새 돌아와 있게 될 것입니다. 좀 지나치긴 했지만, 귀신 들린 당신의 모습에서 얼핏 유사점을 확인하면서 중독과 관련하여 감히 그런 생각을 다 해봅니다.
5.
당신이 달려간 곳은 예수님 앞이었습니다. 무덤 사이로부터 생명의 문 앞으로 이어지는, 이 반전과 같은 광경이 가장 절망적인 상태에서 가장 복된 상황으로 바뀔 수 있는 경우는 오직 은혜의 권능으로만 가능할 뿐입니다. 당신의 몸은 예수님의 발 앞에 강풍에 꺾인 수수대궁처럼 엎드러졌습니다. 당신을 점령 하고 유린해온 귀신의 정체가 폭로됩니다. 그는 예수님을 항하여 "지극히 높으신 이" 라고 불렀지만 "우리와 무슨 상관이 있나이까" 라고 말함으로써 스스로 생명과 빛과는 영원히 결별된 멸망의 존재임이 확인되었습니다. 그는 '군대귀신'이었습니다. 한 인간에게 그렇게 군대라는 규모의 집단적인 귀신들림이 가능하다는 것이 놀랍습니다. 영적 세계에서 이뤄지는 가공할 어둠의 역사를 확인하니 소름이 돋습니다. 동시에 예수 그리스도 앞에서 그런 군대귀신이 초라하게 쫓겨나가는 것이 통쾌합니다. 다시는 회복될 수 없을 것 같이 무너져 내린 육체와 영혼이 비로소 자유하게 되었으니, 결국 당신이 예수님 앞으로 달려 나온 일은 당신 앞에 놓인 유일한 구원의 길이었고 기회였습니다. 그 악한 영이 당신을 점령하고 있는 한 그 말과 그 행동은 당신의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어둠의 언어였고 어둠의 행위였을 뿐입니다. 예수님보다 앞서 온 자가 주인 행세를 했던 것이며, 더욱이 당신을 가장하여 말하기도 하고 행하기도 하였으니 당신은 있었으나 서서히 파괴되고 소멸되어 가고 있을 뿐이었습니다. 그러나 이제 그 보다 더 강한 자 곧 예수 그리스도께서 오셔서 그를 쫓아내고 당신을 풀어주셨던 것이지요. 그리고 선한 목자가 되어 주셨습니다. 당신을 향하신 주님의 사랑과 불쌍히 여기심이 가련한 그대를 사망의 처소로부터 불가항력적으로 주님 앞으로 이끄신 것이니, 이제야 참 주인을 만난 것입니다!
(그러므로 지금 무엇인가에 얽매여 있는 사람들에게 남은 유일한 길이 있다면, 지금 당장, 지체 없이, 필사적으로 주님 앞으로 달려가야 한다는 것이겠지요.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보혈이 흘러내릴 십자가 앞으로 말입니다.)
6.
예수님과 그 제자들이 함께 탄 배가 건너편 육지를 향해 떠나고 있습니다. 함께 동행하기를 간절히 바라는 소원이 당신의 마음에 일어나고 있는 것이 당신 자신에게도 매우 흥미롭고도 기쁜 사실입니다. 혼돈과 부조화, 어둠과 착란으로 점철된 당신의 세계가, 영혼의 내면이 이제야 비로소 밝은 빛과 아름다운 질서와 조화로 생기를 띠기 시작했기 때문이지요.
예수님은 당신이 먼저 당신의 집으로 돌아가 하나님의 긍휼과 은혜로운 역사가 무엇인지 드러내기를 원하십니다. 당신을 사랑하신 주님은 당신의 가족들도 사랑하셔서, 이제 자유하게 된 당신을 통해 천국복음과 하나님의 사랑을 나타내기를 바라시는 겁니다.
뒤편에는, 음습한 사망의 기운이 드리운 묘지로 가던 길이 있습니다. 앞에는, 이제 새로이 대면하여 나아가야할 길이 열려 있습니다. 당신은 새롭게 된 마음으로 새로운 항해를 시작해야 합니다. 예수님의 말씀대로, 귀신이 들려 광인 같이 변해버렸기에 당신을 거절할 수밖에 없었던 집안 식구들에게 이제는 돌아가 이 놀라운 변화를 이루신 주님을 증거하면서 말입니다. *
(막 5:1-20; 엡 2:2; 롬 8:21-22; 잠 25;28; 롬 6:16; 잠 26:11; 벧후 2:22; 요 10:8,10; 눅 11:21-22; 요 10:1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