횃불

[복음 편지] 기록하여 읽게 하라 - 성경

행복자 2020. 3. 11. 09:31

[복음 편지]


                         기록하여 읽게 하라 - 성경


                                                                                                                                                                      - 차 광선


   "이 오묘한 순환이여!" 계절이 바뀔 때마다 제 마음 속에 떠오르던 짧은 외침입니다. 오 선생님, 그동안 평안하셨는지요? 엄동설한도 마침내 물러가고 신비롭고 장엄한 소생의 역사가 펼쳐지려 합니다. 그 매서운 바람이 불던 날 연록색을 희미하게 감춘 채 때를 기다리는 나목들의 가지 눈을 보면서 경탄한 적이 있었는데, 그 기다림대로 때가 찾아왔습니다. 봄은 늘 그리운 사람으로부터 편지를 받았을 때의 느낌으로 다가옵니다. 아마도 선생님께서 비로소 느낄 수 있는 봄은 신학기의 분주한 업무로 인해 언제나 봄의 한 복판일 때가 많을 것 같습니다. 그래도 소생의 계절을 행복하게 누리게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반가운 소식을 담은 '편지' 들이 배달되면 좋겠습니다.


   편지에 대한 이야기가 있습니다.

   출산을 앞두고 암이 발병된 어느 임산부가 태어날 아이를 위해 편지를 써서 남기려합니다. 태중 아이를 포기하고 암을 치료할 것이냐 아니면 자신의 생명을 포기하고 아이를 살릴 것이냐의 기로에서 임산부는 마침내 아이를 출산하여 살리는 쪽으로 결론을 내렸습니다. 임산모는 태어날 아이를 위해 긴 편지를 쓰기 시작합니다. 엄마가 아이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비록 태중의 아이이지만 아이의 성장 과정과 그 모든 일생을 그려보며 기뻐하고 축복합니다. 아이가 태어난 후 얼마 되지 않아 산모는 세상을 떠났습니다. 태어난 아이는 자라서 인생의 여러 문제들을 겪기 시작할 때 자신을 위해 쓴 엄마의 편지를 읽게 되겠지요. 그리고 그 사랑과 생명의 기록으로 남긴 편지를 읽으며 엄마를 알게 될 것이고 그 삶의 아픔을 깨닫고 이해하게 될 것입니다.

   몇 해 전에 보도되었던 해외 소식 중 한 내용이 아직도 제게 많은 여운을 남겨주고 있습니다.


   오 선생님 혹시, 흑백 TV시절에 방영 되었던 "뿌리" 라는 드라마를 기억 하시는지요. 흑인 작가 알렉스 헤일리가 자신의 조상이 미국에서 노예생활을 하게 된 내력과 아프리카에 있었을 그 뿌리를 찾으려는 집념어린 추적 끝에 그 조상을 확인해 가는 과정은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서 아프리카 감비아 지역의 강기슭 어느 오지 마을에서 부족의 역사를 암송해 내는 구술사를 만납니다. 그를 통하여 부족의 내력을 듣던 중 낯익은 조상의 이름을 듣게 되었습니다. 나무하러 숲으로 갔던 소년 쿤타킨테가 다시 돌아오지 못했다는. 알렉스 헤일리가 추적해 낸 노예무역 거래 기록에는 1766년 경 노예 사냥꾼에 잡혀 배에 실려 상아, 면화, 금, 밀랍 등의 화물과 함께 아프리카 감비아의 어느 항구에서 출발한 흑인들이 170명 이었지만, 메릴랜드 기록 보관소에서 찾아낸 자료에는 동일 화물과 함께 흑인 98명이 도착한 것으로 되어 있었습니다. 말하자면 흑인 72명이 이런 저런 이유로 항해 도중 죽음을 당한 것이 분명합니다.

   그가 쓴 "뿌리"는 이렇게 시작되고 있습니다.

   "1750년 이른 봄, 서 아프리카 감비아 해안에서 사흘길을 더 올라가야 하는 주휘르 마을에 오모로와 빈타 킨테 부부사이에 한 남자 아이가 태어났다."

   문자가 없었던 그들은 부족의 역사를 암기하여 구술해 줌으로써 자신들의 엄연한 실존을 확인하려 했던 것이었을까요. 오고 오는 세대에 조상들의 이야기를 구술로 전해 줌으로써 부족의 전통과 역사를 지키려 했던 것 같습니다. 아비들은 그 아들들에게 말하고, 그 아들들은 그 다음 세대의 아들들에게 말하는 법이지요.

   인생사와 기록, 보존과 전승을 말씀드리고 싶고, 실제 그것은 하나님께서 어떤 방식으로 인생들에게 전하고 싶어 하시는가를 또한 말씀드리고 싶어서 이렇게 장황한 데까지 오고 말았습니다.

   하나님께서 우주 만물 창조와 인류의 역사의 시작과 구속사와 종말과 영원한 나라에 대한 언약과 섭리를 기록하신 성경, 그 책의 첫 책 창세기는 이렇게 시작됩니다.

   "태초에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하시니라." (창세기 1:1)

   이것이 하나님께서 인생들에게 전하는 첫 메시지입니다.

   먼저 보내드린 편지에서 조금씩 언급한 바가 있지만, 창조자 하나님께서 온 우주 만물을 창조하시고 특별히 자신의 형상(image)을 따라 창조하신 인간에게, 지성과 지혜 그리고 언어를 사용하는 인생들에게 자신의 선한 창조의 목적과 계획을 알리고자 하셨습니다. 그렇게 드러내 보여 주시는 바 '계시'는, 한 편으로 하나님께서 창조하신 만물을 통해서, 다른 한 편으로 문자의 기록을 통해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그 기록이 곧 "성경" (Bible) 입니다.

   성경이 기록된 방법과 목적을 성경은 스스로 말해줍니다.

   "모든 성경은 하나님의 감동(영감)으로 된 것으로 교훈과 책망과 바르게 함과 의로 교육하기에 유익하니..." (디모데후서 3장 16절).


   "예언은 언제든지 사람의 뜻으로 낸 것이 아니요 오직 성령의 감동하심을 받은 사람들이 하나님께 받아 말한 것임이라." (베드로후서 1:21).


   성경은 다양한 신분의 사람들이 서로 다른 환경 속에서 저들이 직면한 고유의 내용을 기록했지만, 모두가 "하나님께 받아 말한 것 "'이기 때문에 그 기록은 하나님의 것입니다. 하나님께서 부르신 사람들이 하나님의 말씀을 받아 대필한 기록이 성경입니다. 이것을 위해 많은 사람들이 부르심을 입었고 많은 세대에 걸쳐 기록이 되게 하였습니다.

   성경의 두 번째 책인 "출애굽기"에 모세라는 인물이 등장합니다. 이스라엘의 후손인 그를 부르신 하나님께서 자신의 계획을 보이시고 그 뜻을 나타내시고자 하셨습니다. 모세는 이집트에서 노예생활을 하던 유대인의 후손으로 태어났습니다. 성경이 보여주는 그의 일생은 파란이 많았습니다. 유대인 남아 말살 정책이 시행되던 그 때에 그의 어머니 요게벳은 더 이상 아이를 은밀하게 키울 수가 없어서 죽음의 손길을 피하여 갈대 상자를 만들어 신생아 모세를 넣고 강물에 떠내려 보냅니다. 그의 운명은 이제 여호와 하나님께 맡겨졌지요. 아이의 웃음소리가 울음소리로 변할 즈음 때마침 강가로 목욕을 나온 파라오의 딸의 귀에 들렸습니다. 공주는 갈대상자에 실려 떠내려 오는 아이를 건져내어 이름을 "모세" 라고 지어주었습니다. 그 이름이 "물에서 건져내었다" 는 뜻이랍니다. 아이는 공주의 아들로 입양되어 이집트 왕실에서 모든 학문을 배우게 되고 파라오의 후계자로 준비되어갑니다. 자신이 유대인의 후손인 것을 안 그는 이스라엘 백성들을 학대하는 이집트인을 살해한 후 모든 것을 포기하고 이집트를 떠나 미디안 땅(지금의 사우디 아리비아 서북쪽지역)으로 피신합니다. 그곳에서 양떼를 치며 그 침묵의 광야에서 사십여년을 보냅니다. 어느 날 호렙이라는 산에서 하나님을 만나게 되고 애굽에서 노예생활을 하는 이스라엘 후손을 인도하여 내는 사명을 받았으며, 이스라엘 백성들과 광야에 머무는 동안 하나님으로부터 계명을 받게 됩니다.

   "여호와께서 시내산 위에서 모세에게 이르시기를 마치신 후에 증거 판 둘을 모세에게 주시니 이는 돌 판이요 하나님이 친히 쓰신 것이라." (출애굽기 31:18).

   모세에게 기록하시는 하나님을 보여주셨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하여 모세는 성경의 문을 여는 첫 집필자가 되었으며 다섯 권의 성경책, 모세오경을 기록하게 되었습니다. 성령의 감화를 입고 하나님께 받아 기록하는 작업을 수행하게 되었습니다. 성서학자들은 그 기록시기를 대략 B.C. 1400년경으로 확인하고 있습니다.

   이와 같은 방식으로 시대를 따라, 신분을 따라, 장소에 따라 각기 다양한 사람들을 부르셔서 성경을 기록하게 하셨습니다. 60대에 걸쳐 40여명의 기록자들이 하나님께 말씀을 받아 기록하였습니다. 기록자 중에 다윗과 솔로몬은 왕이었지만 아모스라는 인물은 일개 목자였고 농부였습니다. 마태는 세무 공무원이었으며 누가는 의사였습니다. 베드로는 전직 어부였으며 바울은 율법 교사였습니다. 어떤 이는 광야에서 어떤 이는 감옥에서 어떤 이는 외로운 섬에서 그 기록을 대행하였습니다.

   구약성경의 기록자 중 하나인 하박국은 다음과 같이 말씀을 받아 기록하였습니다.

   "여호와께서 내게 대답하여 가라사대, 너는 이 묵시를 기록하여 판에 명백히 새기되 달려가면서도 읽을 수 있게 하라." (하박국 2장 2절).

   신약성경 기록자 중의 하나인 누가(Luke) 는  기록하게 된 배경과 목적에 대하여 이렇게 진술했습니다.

   "우리 중에 이루어진 사실에 대하여 처음부터 말씀의 목격자 되고 일군 된 자들의 전하여 준 그대로 저술하려고 펜을 든 사람이 많은지라. 그 모든 일을 근원부터 자세히 미루어 살핀 나도 데오빌로 각하에게 차례대로 써 보내는 것이 좋은 줄 알았노니..." (누가복음 1장 1절-3절).

   성경의  마지막 책인 요한계시록은 사도 요한이 A. D. 90년경 지중해의 한 섬에서 마지막 시대에 될 일들을 기록한 것입니다.

   "그러므로 네가 본 것과 지금 있는 일과 장차 될 일을 기록하라." (요한계시록 1:19).

   이렇게 해서 구약 39권 신약 27권이 모세로부터 요한에 이르기까지 대략 1500년에 걸쳐 기록되어 완성이 되었습니다. 파피루스와 양피지와 독피지(쇠가죽)에 기록되어 두루마리 형태로 보존되다가 최초로 한 권의 책으로 된 것은 1450년대에 구텐베르크 출판사에 의해 인쇄된 것이라 합니다.

   디오클레시안이라는 황제는 교회를 파괴하고 성경을 모두 불사르며 모든 기독교인들을 파면하고 재산을 몰수하라는 칙령(A.D. 303)을  내리기도 했으며 현대 공산주의 체제에 의해 그같은 조치가 계속되어 왔으나, 성경을 기록하게 하신 분께서 그 성경이 보존되게 하셨고 또 보급되게 하셨습니다.

   프랑스 사상가 볼테르(1778년)의 일화는 매우 유명한 이야기입니다. 그는 자기 시대로부터 100년이 되지 못하여 성경과 기독교는 역사에서 사라질 것이라 장담했습니다. 그러나 그가 죽은지 50년이 지나고 제네바 성서공회라는 단체가 성경을 대량 출판하기 위해 볼테르의 집을 출판 장소로 사용하게 되었다고 하니, 하나님께서 인간에게 주시는 "메시지"를 아무도 막을 수 없습니다. 어떤 사람은 성경을 발행하지 못하게 하려는 것은 태양의 불꽃을 막으려는 것처럼 무모하다고 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성경을 통하여 인생에 대하여, 영원에 대하여 말씀해주시고, 불순종과 죄의 시작에 대하여, 심판에 대하여 말씀해주십니다. 사람을 향하신 하나님의 사랑과 구원과 영원한 하나님의 나라에 대하여 말씀해주십니다. 인생에 대한 대답을 주십니다. 사람들은 이 성경을 통해 진리를 깨닫고 하나님을 알게 되며 참된 자유를 얻게 됩니다.

   인생의 문제를  포함하여 사람에게 닥쳐오는 근원적인 질문에 대하여 진지하고 겸손한 마음으로 길을 묻는 사람들에게 성경은 그 길을 분명하게 보여줍니다. 성경은 창조자 하나님께서 오 선생님께 보낸 편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지성과 지혜를 가진 언어를 사용하며 고도의 지적활동과 영적 활동을 하는 오 선생님께 남겨두신 메시지입니다.

   다윗이 기록한 시편 139편은 다윗에 대한 기록이기도 하지만 사실 하나님께서 오 선생님께 하신 말씀이기도 합니다.

   "주께서 내가 앉고 일어섬을 아시고 멀리서도 나의 생각을 밝히 아시오며 나의 모든 길과 내가 눕는 것을 샆펴보셨으므로 나의 모든 행위를 익히 아시오니(3,4절). ..주께서 내 내장을 지으시며 나의 모태에서 나를 만드셨나이다(13절).

   내 형질이 이루어지기 전에 주의 눈이 보셨으며 나를 위하여 정한 날이 하루도 되기 전에 주의 책에 다 기록되었나이다(16절). .."

   성경은 오 선생님께서 우연히 이 세상에 태어난 존재가 아니라 창조자 하나님의 선하신 뜻과 목적에 따라 출생한 축복된 존재임을 증거하고 있습니다.


   아직 태어나지도 않은 아이를 생각하며 자신의 사랑을 기록해 내려간 그 엄마의 마음을 생각합니다. 아이가 편지의 내용을 읽으며 보이게 될 표정을 그리며 잠시 행복해 하였지만, 그때쯤이면 더 이상 이 땅에 존재하지 못할 자신에 대하여 슬퍼하였겠지요.

   영원한 사랑으로 오 선생님을 향하여 축복의 메시지를 담은 편지가 있습니다. 성경은 기쁨과 생명의 소식을 전하는 하나님의 편지입니다.

   새 봄, 오 선생님의 마음에 따뜻함과 반가움과 행복을 가져다주는 좋은 소식이 전해지길 바랍니다.

   건강하세요. 그리고 평안하세요.

                         2015년 3월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