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생(未生)맘 다이어리

[미생(未生)맘 다이어리]아기를 낳아야 하는 이유 100가지

이데일리 | 송이라 | 입력 2015.05.31. 08:00 | 수정 2015.05.31. 08:00

[이데일리 송이라 기자] 며칠 전 오랜만의 저녁 자리에서 몇몇 남자 선배들로부터 충격적인 이야기를 들었다. ‘미생맘 다이어리’가 저출산에 기여하고 있다는 얘기였다. 지금까지 아기 엄마들을 포함한 독자들에게 그저 “재밌게 잘 읽고 있다”는 피드백만 받은 터였다.

이유인즉슨, 내가 만날 힘들다는 얘기만 늘어놓는 통에 신혼부부들은 아기를 낳기도 전 겁부터 먹는다는 것이었다. 특히 맞벌이들은 더했다. 한 선배는 나 때문에 와이프가 아기 낳기를 두려워하게 됐다며 좋은 얘기도 좀 쓰라고 회유(?)하기도 했다.

아차 싶었다. 내 이야기의 결론은 ‘아이가 있어 행복하지만, 힘들다’라기 보다는 ‘힘들지만, 행복하다’인데 너무 한쪽 측면만 강조했었나보다.

그리하야 오늘은 ‘아기가 있으면 좋은 이유 100가지와 싫은 이유 한 가지’에 대해 이야기해볼까 한다. 보다 많은 부모들의 생각을 담기 위해 주변 애기 엄마·아빠들에게 “자식이 있어 행복할 때가 언제인가?”라는 질문을 던진 후 돌아온 답변을 참고했다.

2년이 채 안된 시간 동안 이렇게나 커버린 아이. 막상 훌쩍 큰 아이를 보니 내가 별로 한 것도 없는데 이런 아이가 내 곁에 있다는게 감사하다. (사진=송이라 기자)

아기를 낳은 후 내 삶은 완전히 뒤바꼈다. 내게 주어진 역할뿐 아니라 내 감정들까지도 말그대로 리셋팅된 느낌이다.

워킹맘인지라 아이와 떨어져 있는 시간이 많다보니 근무시간 중에도 종종 아이 생각이 난다. 그때마다 묘하게 행복한 기분이 든다. 연애를 막 시작하기전 상대방을 생각하면 좋아서 어쩔 줄 몰라 웃음이 실실 새어 나오던거랑은 또 다르다.

자식을 생각하면 그저 슬며시 미소가 지어진다. 흐뭇하고 뿌듯하다. 지금까지 살면서 처음으로 느껴보는 감정의 종류다.

며칠 전에는 이제 두 돌도 안된 아이가 자신이 좋아하는 반찬을 지목해 “이거! 이거!”라고 가리키며 밥을 우걱우걱 먹던게 생각나 한참을 웃었다. 근무 중 양육자(어린이집 혹은 어머님)로부터 아이 사진이 오면 나도 모르게 옆 동료에게 사진을 내밀며 “귀엽지?”라고 자랑한다.

예전에는 약속시간을 기다리거나 일정 사이 잠깐 짬이 생기면 누군가와 수다를 떨었다. 심지어 카톡 친구들의 프로필 사진을 구경하면서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그런데 이제는 무조건 아기 사진을 본다. 신생아 때부터 지금까지 사진을 쭉 보다보면 언제 이렇게 컸나 싶으면서 자식 낳길 참 잘했지 싶다.

아이에 대한 무한 책임감에 어깨가 무겁지만 가끔은 오히려 내가 아이로부터 큰 위로를 받기도 한다. 퇴근 후 집에 들어서면 하던 일 모두 멈추고 현관 앞으로 달려나와 엉덩이를 흔들며 엄마를 반길 때, 나의 존재에 이렇게 기뻐하는 누군가 있다는게 행복하다.

고사리만한 손으로 꼭 안아주며 “엄마 좋아!!”라고 말할때면 피로가 눈녹듯 사라진다. 처음으로 “엄마, 아빠”라는 단어를 말했을땐 또 어떤가..부모가 되지 않았다면 절대 몰랐을 감정들이다.

물론 가장 행복할 땐 곤히 자고 있을 때다. 천사같은 얼굴로 (울지도 않고, 떼도 안부리고) 곤히 자는 얼굴을 볼 때면 저절로 미소가 흘러 나온다.

이밖에도 자식이 있어 행복을 느끼는 순간은 다양하다. 양가 부모님들이 손주로 인해 웃음이 끊이지 않을 때 내가 효도했구나 싶고, 나를 닮은 누군가가 이 세상에 존재한다는 자체만으로 기쁘며 그 아이가 처음으로 무언가를 해냈을 때 부모인 내가 더 신나기도 한다. 앞으로 커가면서 느낄 기쁨까지 치자면 자식이 있어 행복한 이유는 100가지가 족히 넘을 듯 하다.

이런 100가지 행복을 갖기 위해서는 딱 한 가지만 포기하면 된다. 바로 나 자신이다. 나를 희생하면 또다른 행복이 따라온다. 무엇을 선택하든 얻는게 있으면 잃는게 있을 뿐이다.

인생을 오래 산 어른들이 말씀하시길 자식을 낳아 기른 게 살면서 가장 잘한 일이란다. 그 말이 어렴풋 이해가 되는 요즘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기쁨이 배가 되는 게 자식이라는 존재인가 보다.

송이라 (rassong@edaily.co.kr)

Posted by 행복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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