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호 에넥스 대표 “앉아서 요리하는 부엌가구로 승부수” 블로그담기
[중앙일보]2010.04.05 02:27 입력 / 2010.04.05 04:27 수정
박진호(48·사진) 에넥스 대표는 공학도 출신이다. 서울대 항공공학과를 졸업한 그는 KT에서 연구원으로 일하며 무궁화 3호 위성 발사 프로젝트에도 참여했다.

그가 2002년 부친인 박유재 회장의 부탁으로 에넥스 경영에 참여하면서 처음 한 일이 ‘신소재 개발 부서’를 만든 것이다. 접착제·시너를 사용하지 않고 수성 도료를 입혀 만든 친환경 소재 ‘워터본’ 개발을 진두지휘해 박 회장으로부터 신임을 받았다. 그런 박 대표가 올해 내놓은 신제품은 ‘유니버설 디자인(UD) 에디션’이다.

박 대표는 2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중국산 저가형 가구가 늘어나면서 브랜드 가구 시장의 설 자리가 줄어들고 있다”며 “특정 소비자군을 대상으로 한 고품질의 ‘타깃형’ 가구를 만드는 것이 살길”이라고 출시 배경을 설명했다.

UD에디션은 ‘편리함’을 컨셉트로 잡은 고급 가구다. 60대 이상의 실버층 및 몸이 불편한 사람들을 위해 내놨다는 것이 회사의 설명이다. 가장 큰 특징은 앉아서 요리할 수 있다는 것. 바퀴 달린 의자를 들여놔 앉은 채로 이동할 수 있도록 디자인했다. 기존 부엌 가구에는 무릎 높이의 위치에 수납장이 달려 있지만 UD에디션은 허리 아래 공간을 비워 무릎을 넣을 수 있도록 배려했다. 대신 수납장엔 바퀴를 달아 이동할 수 있게 만들었다.

이용한 에넥스 디자인연구소장은 “주부가 주방에 머무르는 시간은 하루 6시간 이상”이라며 “서 있기 불편하고 허리가 아픈 사람이 쉽게 가사일을 할 수 있도록 만드는 데 중점을 뒀다”고 말했다.

세심한 데까지 신경 썼다. 앉은키에 따라 설거지할 때, 칼질할 때, 끓일 때 등 작업 동작마다 편한 높낮이가 다르다는 점을 고려해 작업대의 높낮이를 조절했다. 개수대는 80㎝로, 조리대는 68㎝ 식이다. 안전을 고려해 가스레인지 대신 전기레인지를 설치하고 모서리는 곡선으로 마감했다.

저가형 브랜드인 ‘스마트’도 내놨다. 경기침체로 결혼·이사할 때 저가형 가구를 장만하는 가구가 늘어났다는 점을 고려했다. 가격을 기존 에넥스 제품보다 20% 낮춘 것이 특징이다. 올해 스마트 브랜드 가구 7000세트를 판매해 120억원의 매출을 올린다는 계획이다.

해외 진출도 가속화하고 있다. 이미 진출한 중국 외에 베트남·캄보디아 등 동남아 시장 공략에 나선다. 이를 위해 연내 완공을 목표로 베트남 하노이에 공장을 짓고 있다. 박 대표는 “국내 건설사가 해외에 짓는 아파트가 늘어나면서 한국형 부엌가구 수요도 늘고 있다”며 “중국·베트남을 시작으로 해외 공략을 가속화해 글로벌 가구 회사로 거듭나겠다”고 말했다.

1971년 박유재 회장이 세운 에넥스는 부엌가구 전문업체로 성장해 왔다. ‘오리표 싱크’로 주부들에게 이름을 알렸다. 95년 부엌가구 업계 최초로 주식시장에 상장했다. 꾸준한 성장세를 보여오다 90년대 후반 들어 성장세가 주춤해졌다. 지난해 2130억원의 매출에 75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부동산 시장 침체와 저가형 가구의 공세에 밀린 탓이다. 이 같은 정체 상황을 타파하기 해외로 진출하고 고급형·타깃형 제품을 내놓는 등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김기환 기자
Posted by 행복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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