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영우 박사
'아름다운 이별' 강영우의 '아름다운 기부'
강영우 박사는 한국의 시각장애인으론 처음으로 미국에서 박사 학위를 땄고,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장애인 정책 담당 차관보로도 일했다.
큰아들은 워싱턴포스트지가 선정한 2011년 '수퍼 닥터'에 선정됐고, 작은아들은 오바마 대통령의 선임법률고문이 됐다.
그런 그에게 작년 말에 췌장암에 걸렸다는 진단이 내려졌다.
1개월 시한부 삶을 선고받은 뒤에도 주변 사람들에게 '여러분 덕분에 제 삶이 은혜로웠다.'며 작별의 e-메일을 보냈다.
어린 시절 그에게 시련은 폭풍처럼 덮쳤다.
중학교 3학년 때 골키퍼를 하다가 공에 맞아 실명했다.
그 소식을 들은 어머니는 8시간 만에 뇌졸중으로 세상을 떠났다.
아버지는 이미 3년 전 돌아가셨다.
졸지에 집안의 가장이 된 누나는 평화시장 봉제공장에서 일하다가 과로로 숨진다.
13세 남동생은 철물점으로, 9세 여동생은 보육원으로 보내졌다.
그는 맹인재활센터로 가야 했다.
강영우 박사 가족
"제가 살아온 인생은 보통 사람보다 어려웠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나쁜 일 때문에 내 삶엔 더 좋은 일이 생겼다. 저는 나쁜 일이 생기면 더 좋은 일이 생길 거라는 긍정적인 생각을 갖고 늘 살아왔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강 박사의 내면에는 긍정적인 생각들이 깊이 박혀 있었다.
고통과 시련에 직면한 젊은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도 그거라고 했다.
"암보다 나쁜 병은 포기다. 부정적인 생각으로 자기 자신을 포기하는 게 가장 나쁘다. 긍정과 부정은 컴퓨터 자판의 '스페이스 바' 하나 차이다. 'Nowhere(어디에도 돌파구가 없다.)'에서 스페이스 바 하나만 치면 'Now here(바로 여기!)'로 바뀐다. 끝이라고 생각하면 아무것도 없지만, 지금 여기라고 생각하면 기회가 된다."
췌장암은 아직 치료 방법이 없다.
어떤 이는 대체의학 등으로 맞서지만 아직은 거대한 벽이다.
강 박사는 '죽음 너머의 더 좋은 일'이란 말로 췌장암과 화해했다.
췌장암 진단이 내려졌을 당시를 묻자, 웃으며 '다른 암이라면 생각을 달리했을 수 있다. 공교롭게도 한 달여 전 스티브 잡스가 그 병으로 죽는 바람에 걸리면 죽는 병이란 걸 알고 있었다.'고 했다.
강영우 박사 가족, 로터리 재단 관계자와 듀크대, 노스캐롤라이나대 평화센터 평화 프로그램 학생들
"죽음은 나쁜 게 아니고 아름다운 세상으로 가기 위한 하나의 과정이라고 확신한다. 제가 68년을 살았다. 65세에 정상적으로 은퇴하는 걸 영광으로 생각해 왔다. 그런데 65세에 백악관 차관보로 은퇴했다. 그날 같은 시각에 내 작은아들이 아버지보다 한 단계 높은 자리로 백악관에 들어갔다. 그저 감사할 뿐이다."
강 박사의 둘째 아들 진영 씨는 오바마 대통령이 부시 대통령으로부터 정권을 넘겨받은 2009년 1월 16일 대통령 입법 특별보좌관에 임명됐다.
힘들 때 포기하지 않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강 박사는 긍정적인 가치관만으론 안 되고 '감사와 나눔의 가치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미국 최고의 명문 사립고인 필립스 아카데미의 230년 전 개교 이념이 'Not for self(나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다.)'이다. 공부하는 목적과 사는 목적은 내가 가진 것을 세상에 주어 더 좋은 세상으로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요즘 그는 '삶을 정리하고 있다.'고 했다.
우선순위를 따져 공적인 일부터 정리한다고 했다.
그리고 '장애를 축복으로 만든 사람들'이란 책이 내년 초에 발간된다며 '나는 사라져도 책은 나올 것.'이라고 웃으며 말했다.
국제로터리 재단이 평화센터 장학금으로 25만 달러를 기부한 전 백악관 정책차관보
강영우 박사와 부인 석은옥 여사에 감사패를 수여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시각 장애인인 그의 삶을 여기까지 이끌어주고 지탱해준 힘인 '사랑'에 대한 빚을 갚으려고 아름다운 기부로 세상과 아름다운 이별을 준비했다.
강 박사와 두 아들 폴 강(한국명 진석) 안과 전문의, 크리스토퍼 강(진영) 백악관 선임법률고문이 국제 로터리재단 평화센터의 평화장학금(Peace fellowship)으로 25만 달러를 기부하기로 했다.
강 박사가 20만 달러를 내놓았고, 아버지의 제안으로 두 아들이 각각 2만 5천 달러씩을 갹출해 '강영우 패밀리'의 이름으로 장학금을 냈다.
강 박사는 1972년 국제 로터리재단 장학생으로 뽑혀 피츠버그대에서 유학했고, 박사가 된 후 로터리 회원으로 활동하며 나눔의 삶을 실천해왔다.
시한부 삶 판정을 받은 사람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밝은 표정으로 '너무 많은 축복을 받고 살아온 삶에 대한 감사의 뜻.'이라고 기부금을 낸 이유를 설명했다.
강 박사는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는 갈등을 없애고 평화를 만들어가기 위해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기부하고 싶었다. 재단에는 우리 기부금이 이왕이면 평화 프로그램에 참여한 한국 학생들을 위해 사용했으면 한다는 뜻도 전달했다.'고 말했다.
전 백악관 정책차관보 강영우 박사와 두 아들 크리스토퍼 강 백악관 선임법률고문,
폴 강 안과 전문의가 국제로터리 재단 축하 행사에 참석해 있다.
삼부자는 로터리 재단 평화센터 평화장학금으로 25만 달러를 기부했다.
둘째 아들 크리스토퍼 강은 '40년 전 아버지를 위한 그 장학금이 없었다면 오늘 우리 가족은 이 자리에 있을 수 없었을 것이고, 작지만 이를 갚을 기회를 갖게 돼 너무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 장학금은 듀크대와 노스캐롤라이나대에 설립된 로터리재단 평화센터 학생들의 학비로 사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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