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엽에게 '조용한 선행'은 일상이다 출처 OSEN | 입력 2015.06.23 10:03 | 수정 2015.06.23 1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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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손찬익 기자] '왼손이 하는 일을 오른손이 모르게 하라'.

'국민타자' 이승엽(삼성)은 남몰래 선행을 이어오고 있다. 그는 "항상 나보다 남을 먼저 생각하라"는 아버지 이춘광 씨의 가르침대로 프로 데뷔 후 꾸준히 선행을 계속 해왔다.

이승엽은 일본 무대 진출 전까지 대구의 한 사회복지시설에 수 년간 성금을 지원해왔다. 노블레스 오블리제가 정착되지 않았던 시기였지만 그에게 선행은 아주 익숙한 일이었다. 이승엽의 측근에 따르면 그 액수도 만만치 않았다고 한다.

일본 무대에 진출한 뒤 그의 선행 범위는 더욱 넓어졌다. 대표적인 사례를 보면 뇌경색으로 쓰러진 김동재 전 KIA 코치의 쾌유를 위해 조심스레 성금을 건넸고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에 병원 측에 생명존중기금을 전달해 만성신부전증으로 투병 중인 김 모 씨가 신장이식수술을 받도록 도왔다. 이 뿐만이 아니다. 모교에 피칭 머신을 기증하는 등 아낌없이 나눠줬다.

국내 무대 복귀 이후에는 유소년 야구에 관심을 갖고 경제적 여유가 없는 선수들에게 남몰래 후원하거나 시즌이 끝난 뒤 재능 기부를 해왔다.

이승엽의 선행은 외부에 잘 알려지지 않았다. 공치사를 싫어하는 그의 성격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이승엽은 기부 활동에 인색하다'는 오해를 받기도 했다. 언젠가 이승엽에게 조용한 선행을 고집하는 이유에 대해 물어본 적이 있다. 그의 대답은 간단명료했다. "남을 돕는다는 건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게 아니라 일종의 자기 만족"이라고.

지난 3일 포항 롯데전서 사상 첫 개인 통산 400홈런을 달성한 이승엽은 포상금 전액을 경상중에 기부하기로 결정했다. 삼성은 400홈런과 관련해 당초 2000만원을 포상할 계획이었으나 이승엽의 경상중에 기부 의사를 접한 뒤 포상금을 5000만원으로 확대했다. 이승엽은 다음달 3일 대구 LG전에 앞서 예정된 KBO 공식 시상식에서 5000만원을 경상중학교 야구부에 전달한다.

이승엽은 지난 2013년에도 모교 경북고등학교 야구부에 2000만원을 기부한 바 있다. 그 해 6월20일 인천 SK전에서 352홈런을 쏘아올리며, 기존 양준혁의 개인통산 최다 351홈런을 넘어섰다. 그 후 이승엽은 구단으로부터 포상금 2000만원을 받았는데 이를 경북고 야구부에 전액 기부했다. 하지만 당시 이 같은 사실이 외부에 알려지지 않았다.

이승엽은 "굳이 알리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구단에도 얘기하지 않았다"고 숨은 사연을 밝혔다. 후배들을 위한 기부의 일환으로 이번엔 경상중 야구부를 위한 '기부 천사'로 나서게 됐다. 이승엽은 "이번에는 중학교에 (기부를) 하고 싶었다. 그 곳(경상중)에서 운동을 하면서 지금의 내가 됐다고 생각한다. 야구선수로서 성장을 시작한 뿌리와 같은 곳이 아닐까 한다. 후배 꿈나무들에게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승엽의 400홈런 달성과 관련해 기부 릴레이가 이어졌다. 류중일 감독이 바통을 이어받았다. 류중일 감독은 400홈런에 대한 찬사의 뜻으로 1000만원을 기부하기로 결정했다. 청각장애 학생들로 구성된 충주성심학교 야구부에 1000만원을 전달할 예정이다.

류중일 감독은 "400홈런이라는 것이 얼마나 대단한 기록인가. 한 해에 홈런 20개를 치기도 쉽지 않은데, 20개씩 20년을 쳐야 나올 수 있는 대기록이다. 한 마디로 존경스럽다. 감독과 선수라는 신분을 떠나, 이승엽은 존경받아 마땅한 기록을 세웠다"고 기부 결정 배경을 밝혔다.

그리고 '코리안 특급' 박찬호가 최근 이승엽의 400홈런과 관련해 삼성 라이온즈 김인 사장에게 친필 사인이 담긴 편지와 함께 400만원 기부 의사를 전해왔다.

박찬호는 편지를 통해 "400홈런의 기록을 기념하며 이 기념이 한국야구에 전례가 되고 더 많은 후배들과 유소년들에게 큰 꿈과 목표가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삼성 구단에) 400만원을 기부하고 싶습니다"고 했다. 삼성 라이온즈는 박찬호 측에 진심으로 감사의 마음을 밝혔으며 그가 보내온 400만원을 역시 충주성심학교 야구부에 전달하기로 결정했다.

이승엽은 400홈런 달성 이후에도 홈런 3개를 추가, 22일 현재 통산 403홈런을 기록중이다. 이승엽은 "감독님과 박찬호 선배에게 감사한 마음이다. 그저 오랜 세월 야구를 하다보니 쌓게 된 기록일 뿐인데, 큰 의미가 부여된 것 같아 영광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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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행복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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