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카페 잘하고 싶은데…“교인 늘릴 생각부터 버려야”
김민정(atcenjin@newsmission.com) l 등록일:2015-06-25 14:59:39 l 수정일:2015-06-26 17:15:21

 

문화목회의 일환으로 카페를 운영하는 교회들이 늘고 있다. 하지만 의도와 달리 성과를 거두지 못하거나, 어떤 콘텐츠로 접근해야 할지 고민인 경우들이 많다. 이러한 교회들에게 실제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세미나가 열렸다.
 
 ▲25일 예능교회에서 예장 통합총회문화법인 주최 ‘교회카페의 시작, 그리고 현재’ 세미나가 열렸다.ⓒ뉴스미션

“교회카페, 교세성장 위한 방편 아냐”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총회문화법인은 25일 오전 서울 예능교회에서 ‘교회카페의 시작, 그리고 현재’라는 주제로 문화목회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날 황병환 목사(과천교회)는 교회카페가 ‘교세성장을 위한 방편’이 돼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교회카페의 시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마인드 즉 목회철학”이라며 “교회가 예수님의 섬김의 삶을 지역 현장에서 아름답게 복원해 내려는 근원적인 몸부림이 동반되지 않는다면, 지역시민들은 교회의 카페운영을 교회의 확장과 교세성장을 위한 방편 정도로 오인하거나 ‘교회가 이제 좀 형편이 좋아져서 이런 것까지 하는구나’ 생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세상이 이 공간을 통해서 교회로 한 걸음 더 와주기를 바라는 마음부터 내려놓아야 한다”며 “오히려 교회가 이러한 공간을 통해 하나님과 지역사회로부터 받은 고마움과 은혜를 나눠주려는 마음으로 시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교회카페가 교회에 출석하는 교인들의 자체 코이노니아를 위한 목적이라면 몰라도, 지역주민들을 섬기기 위한 선교적인 목적이라면 반드시 지역주민들에게 사랑받는 공간이 돼야 하고, 아끼고 찾고 싶은 공간이 되게 해야 한다는 게 그의 견해다.

때문에 황 목사는 “교회가 실제적인 운영권을 갖고 있더라도 갑이 되지 말고 목소리를 낮춰야 한다”며 “지역주민들이 운영하는 카페들이 교회 인근에 있다면 심각하게 고려하고 경쟁하지 말라”고 주문했다.

또한 행정적인 조치와 법적 절차를 투명하게 밟는 것, 목회철학을 잘 숙지하고 그 뜻을 현장에서 잘 수행할 수 있는 전문가를 실무자로 세우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황 목사는 “지역주민들을 전도하기 위해서 카페를 시작해보겠다면 차라리 다른 길을 찾아볼 것을 권한다. 기대에 미치지 못하거나 더 좋은 전도 방안이 나오면 섬김은 뒷전으로 밀리게 될 것”이라며 “그저 교회가 그 지역에 존재할 수 있음에 감사하고, 이웃들에게 차 한 잔이라도 제대로 대접하며 살고 싶다는 마음으로 하라”고 당부했다.

홈바리스타 아카데미, 홍차 마시며 뜨개질 배우는 카페…

다양한 콘텐츠를 활용한 교회카페 운영으로 주목받고 있는 사례들도 발표됐다.

과천교회는 지난 2013년부터 진행하고 있는 ‘홈바리스타 아카데미’를 통해 세 가지 효과를 얻고 있다. 교회 봉사문화의 변화, 교회와 비그리스도인의 만남의 장 확보, 다양한 문화활동의 촉매제 역할이 그것.

가정문화사역위원회 김창환 목사는 “교회에서 봉사할 일꾼 찾기가 쉽지 않은데, 아카데미 과정을 통해 얼마든지 기쁨과 즐거움을 누리면서 봉사하고 섬길 수 있다는 사례를 발견하게 됐다”며 “한 잔의 커피로 행복해하는 성도들을 보면서 봉사하는 사람도 기쁨을 느끼게 됐다”고 말했다.

또한 “아카데미 수료 후 동호회 활동을 통해 비그리스도인과의 지속적인 만남이 이뤄지면서 자연스럽게 복음을 전할 수 있는 소통의 장이 열리고 있다”며 “인문학독서토론회, 여행, 영성모임, 취미생활 등 교회 내 각종 모임에 아카데미가 촉매제 역할을 해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와십자가교회 오동섭 목사는 교회가 지향하는 문화예술을 통한 도시선교사역 중 첫 번째 공간프로젝트 ‘레이첼의 티룸’을 소개했다. 레이첼의 티룸은 영국 홍차도 마시고 손뜨개(크로쉐)도 배울 수 있는, 영국 가정집 콘셉트의 카페다.

오 목사는 “레이첼의 티룸은 사람들이 자신의 분주한 삶을 떠나 영국의 일반 가정집에서 편안하게 전통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고 마음을 회복하는 공간”이라며 “손뜨개를 배우면서 자신의 상처와 아픔을 나누다 보면 친밀한 관계가 형성된다”고 말했다.

지난 2년 8개월 동안 이곳에서 뜨개질 수업을 받은 사람은 약 100명. 이 가운데 3/4 이상이 비기독교인이다. 오랫동안 관계를 유지하면서 자연스레 복음을 접하고 교회에 나오게 된 경우도 많다.

전문상담가들이 재능기부로 참여하는 ‘힐링테이블’이라는 메뉴도 있다. 오 목사는 “교회 안팎의 전문상담가들의 재능기부로 2시간 동안 개인 및 부부상담을 받을 수 있다”며 “상담에 대한 부담 없이 차 한 잔 마시며 편안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서 다들 좋아한다”고 전했다.

그는 “우리는 티룸 사역을 우물가 사역이라 부른다. 성경에서 우물은 매우 중요한 삶의 수단이며 만남의 장소였다”며 “‘Tea’를 마시고 ‘Talk’하며 ‘Touch’하는 사역으로 도시의 더 많은 사람들이 하나님의 위로를 받으며 회복되길 소망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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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행복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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