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육아

우리 아이들을 망치는 달콤함의 유혹

과잉행동장애나 폭력성, 단맛과 무관하지 않아

베이비뉴스 | 칼럼니스트 남기선 | 입력 2015.08.11 19:13

 
  • [연재] 아이를 살리는 밥상 멘토링

    ↑ 우리나라 유·아동의 하루 당류 섭취량은 3~5세 유아는 60g, 6~11세 아동은 약 70g으로 세계보건기구(WHO)의 권장수준인 25g의 2배가 넘는 심각한 수준이다. ⓒ베이비뉴스

    우리나라 유·아동의 하루 당류 섭취량은 3~5세 유아는 60g, 6~11세 아동은 약 70g으로 세계보건기구(WHO)의 권장수준인 25g의 2배가 넘는 심각한 수준이다. ⓒ베이비뉴스

    여러분은 '달콤하다'하면 어떤 것이 생각나시나요? 사랑에 빠지는 것처럼 기분이 좋아지는 행복감이 연상되시지는 않나요? 실제로 '단맛'이 나는 음식을 먹으면 뇌에서는 세로토닌이나 도파민 같은 신경전달물질이 분비되고 행복감, 흥분, 웃음이나 의욕 등이 생깁니다. '감언이설(甘言利說)'(남의 비위에 맞도록 꾸민 달콤한 말과 이로운 조건을 붙여 꾀는 말)이란 말도 있는 걸 보면, 달콤함의 유혹은 아주 오래 전부터 있어 왔나 봅니다.

    그런데 세상에는 쓴맛, 신맛, 짠맛 등 여러 맛이 있는데 우리는 왜 하필 '단맛'에 끌릴까요? 그것이 생존 본능에서 비롯되었다는 설이 있는데요, 영아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도 아이들은 하나같이 쓰거나 신맛은 찡그리며 거부감을 나타내지만 단맛을 입에 대어주면 미소를 띠며 만족해하는 것을 볼 수 있거든요. 마치 우리에게 '단맛'은 '영양', 즉 살아가기 위한 '힘과 에너지'라는 정보로 유전자에 각인되어 있는 것처럼 말이에요.

    그럼, 우리가 먹는 음식에서 '단맛'의 원천은 무엇일까요? 바로 식품의 '당' 성분인데요, 음식을 입에 넣자마자 바로 단맛을 느낄 수 있다면 그 음식에는 포도당, 과당, 유당, 설탕, 꿀, 시럽 등이 들어 있다는 것이고, 보통 이런 종류의 당을 '당류(sugars)' 또는 '단순당(simple sugar)'으로 부릅니다. 동시에 과자나 음료와 같은 가공식품을 만들 때 추가하여 넣는다 하여 단순당을 '첨가당(added sugar)'이라고도 합니다. 물론 자연식품에도 단순당은 들어 있어요. 대표적인 것이 과일과 우유인데요, 과일에 들어 있는 것은 주로 과당, 우유에는 유당이 있어 '달달한' 맛을 내지요. 그리고 그 중에서 단맛이 가장 강한 것이 과당이기 때문에 사람들은 케이크나 빵, 과자, 음료 등을 만들 때 설탕(포도당+과당)이나 고과당옥수수시럽을 많이 사용합니다.

    한편, 우리가 주식으로 먹는 밥이나 국수, 빵, 감자, 고구마 등에는 단순당보다는 전분과 같은 '복합 당'이 많이 들어 있어요. 껍질째 먹는 과일, 통곡식이나 양파볶음 등을 꼭꼭 씹으면 자연의 단맛을 맛볼 수 있지요. 이런 식품은 음식을 씹고 침과 섞이면서 일부가 단순당 형태로 분해되기 때문에 단맛을 느낄 수 있는 것입니다. 당을 또 다른 말로는 탄수화물이라고 해요.

    어떤 형태에서 비롯된 것이든 당은 소화, 흡수되면 혈당을 올리지만, '당류'를 많이 섭취할수록 혈당이 빠르게 급등하고, 이에 대한 대응으로 인슐린 역시 많이 분비되어 혈당을 조절합니다. 때론 인슐린의 과다 분비가 저혈당을 유발함으로써 또 다시 당을 갈망하게 만드는 악순환을 만드는 경우도 있어요. 그러나 이보다 더한 문제는 '단맛 중독'에서 비롯된 '혈당의 롤러코스트'가 반복되면서 여러 가지 대사 장애를 초래하고, 이로 인해 아이들의 신체 및 행동 발달에도 문제가 생긴다는 것이에요. 단맛에 집착하게 되면 일차적으로는 다양한 자연의 맛을 알고 즐길 수 있는 기회가 줄고, 특정 음식만을 고집하기 때문에 영양적으로 불균형적이 될 수밖에 없으니 최적의 성장 발달을 이룰 수 없겠지요. 또한 당을 과하게 섭취하면 비만과 대사증후군, 충치 발생 위험이 커질 것이고, 최근에는 아이들의 과잉행동장애나 폭력성이 '당류' 섭취량과 무관하지 않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어요.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유·아동의 하루 당류 섭취량은 3~5세 유아는 60g, 6~11세 아동은 약 70g으로 세계보건기구(WHO)의 권장수준인 25g의 2배가 넘는 심각한 수준이에요. 아이들은 그런 '당류'를 1~5세까지는 빵·과자·떡류, 6세 이상에서는 탄산음료와 같은 가공식품에서 주로 섭취하는데, 그 섭취량 또한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답니다. 여기에서 혹시 "우리 아인 괜찮아. 과자, 탄산음료를 별로 안 좋아하니까"하며 안심하고 계시지는 않은가요? 하지만 아이들이 좋아하는 요구르트나 과일주스, 자장면, 햄버거, 치킨, 피자, 떡볶이 등에도 당류가 많고, 특히 양념과 소스에는 보이지 않는 많은 양이 숨어 있답니다. 무조건 잘 먹이려고 아이들에게 '달콤함'을 미끼로 던지지 마세요. 자칫하면 소중한 아이들이 단맛의 유혹에 영원히 낚일 수도 있으니까요.

    *칼럼니스트 남기선은 서울대학교를 졸업하고, 미국 위스콘신 주립대학교에서 영양학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성균관대학교 의과대학 소아과학과 연구교수 역임 후 현재 (주)풀무원 식생활연구실 실장으로 일하고 있다. 저서로 <저염밥상>, <맛있는 다이어트>, <똑똑한 장바구니>, <아이를 살리는 음식 아이를 해치는 음식>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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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행복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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