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멘토] 권성원 석좌교수, ‘늘 푸른 인생의 비결’

  • 취재 김병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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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사진 김지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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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6.02.10 09:30        

남성의 행복한 노년? 오줌줄기부터 지키세요

권성원 석좌교수
권성원 석좌교수

‘석좌교수’라는 타이틀을 지닌 의사들은 어딘지 모르게 권위적이고 학구적인 모습이 떠올라 가까이 하기 어렵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스스로를 ‘꼰대 의사’라 부르는 권성원 교수(78·차의과대학교 비뇨기과 석좌교수)를 만나면 그 상상은 여지없이 깨진다. 연구실에서 후학들의 재롱이나 보고 있어야 할 위치에서, 평균 연령 65세가 넘는 백발이 성성한 비뇨기과 명의들과 함께 산간벽지에서부터 외딴 섬 마을 어르신들의 ‘시원한 오줌’을 위해 앞만 보고 달린 세월은 진실로 그에게 보람차기만 하다.

 

기네스북에 남을 ‘꼰대 의사’들의 발자취
한국전립선관리협회가 무료 진료봉사를 다닌 지도 벌써 17년이다. 388회의 진료행사를 통해 7만 명이 넘는 어르신들에게 대학병원급 진료를 제공했다. 진료비를 금액으로 환산하면 133억원. 봉사에 참가한 의료인력과 자원봉사자만도 1만2000명에 이른다. 권성원 교수가 2001년부터 사단법인 한국전립선관리협회 회장을 맡으면서 시작된 통계는 세계적으로도 보기 드문 의료 봉사의 성과로 평가받고 있다.

협회 창립 20주년을 축하드립니다. 그간 활동을 통계로 살펴보니 기네스감인데요.
네, 저도 지난 20주년을 되돌아보니 감회가 새롭습니다. 협회에서 어르신들을 위해 발간하고 있는 계간지 <전립선>도 처음에는 어떻게 만드나 고민이 많았지만, 현재 발행한 권수만 해도 36만 부입니다. 쌓아보면 한라산 높이를 훨씬 넘을 정도지요. 소책자도 전국 보건소에 30여만 부를 배포했고, ‘당신의 전립선은 건강하십니까’ 리플렛도 100만 부 이상 돌렸습니다. 지난 2010년 보건복지부와 한국건강증진재단이 실시한 국민건강증진기금 민간경상보조사업 최종평가에서 최우수 법인으로 선정된 것도 자랑스러운 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시원한 오줌, 늘 푸른 인생 이야기’라는 협회 모토가 눈에 들어오는데요, 어르신들의 배뇨 장애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무엇입니까?
이미 1990년대 후반부터 세계보건기구(WHO)는 노인들의 삶의 질을 파괴하는 대표적인 성인병인 전립선 질환과 치매를 중점관리 사업으로 선정하고, 국제비뇨기과학회를 통해 각 나라가 전립선 질환에 대한 계몽과 검진사업을 권장하게 했습니다. 우리나라도 1990년대 고령인구가 급격히 늘어 전립선 질환에 대한 학문적 연구가 활성화되면서, 임상의사들이 배뇨 장애에 관한 세부 전문 부분에 관심을 갖게 됐지요.

여기서 중요한 것은, 건강한 사회를 만드는 가장 효율적인 의학 수단은 국민에게 ‘기회’를 주는 것입니다. 질병의 예방과 조기진단의 기회 말이죠. 우리나라같이 고령사회로 급속히 이동하고 있는 상황에서 노인성 질환의 유병률은 점차 높아지고 있습니다. 국가적 노력도 중요하지만 의사들의 사명의식이 더욱 중요한 시점에 와있습니다.

전립선 질환에 대한 인식이 참 많이 달라졌습니다. 과거에는 여성에게도 전립선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 분들도 많았는데요.
전립선 질환은 남자라면 누구나 겪어야 할 질환입니다. 우리나라도 환경 변화, 서구화된 음식, 유전적 요인 등으로 60세 이상 60%, 70세 이상 70%가 병원을 찾고 있습니다. 단일 질병으로는 남성에 있어 빈도가 가장 높은 질환이죠.

사실 전립선 질환의 가장 큰 폐해는 알게 모르게 느껴온 독특한 즐거움인 배뇨의 쾌감이 고통과 공포감으로 바뀐다는 사실입니다. 이 쾌감을 다시 찾아드리는 일은 어르신들의 삶의 질을 크게 향상시킬 수 있습니다. 다행히 최근에는 전립선에 대해 어느 정도 이해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협회가 계몽활동을 열심히 한 성과라고 자부합니다.

배뇨 장애는 전립선비대증과 연관이 깊은 것 같습니다.
여성의 나이가 주름살에서 온다면, 남성의 나이는 화장실에서 온다는 말이 있습니다. 자갈밭 돌멩이도 당구공처럼 튀게 만들 자신이 있던 젊은 때와는 달리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가늘어지는 소변줄기는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나이 들어감을 절실히 느끼게 해주는 부분입니다.

‘전립선비대증’은 앞서 말했듯이 70대에 70%가 앓을 만큼 노화와 관련이 깊습니다. 요도를 둘러싼 전립선이 커지면서 소변을 보기 힘들어지는데, 초기에는 소변줄기가 가늘어지거나, 자신의 의지와 관계없이 소변이 뚝 끊기는 증상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너무 비대해 요도를 막아버려서, 방광이 터지기 일보 직전에 병원을 찾는 어르신들도 많이 봅니다. 또한 급성 세균성 전립선염은 대부분 중증의 전립선비대증으로 고생하는 환자들에게 많이 발생하고 위급할 때는 입원치료를 받아야 할 정도입니다.

전립선 건강을 위한 생활습관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규칙적인 생활과 충분한 휴식을 취하고, 스트레스에 효과적으로 대처하는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과음, 과로, 오래 앉아 있는 것을 피하고, 겨울에는 온욕을 자주 하십시오. 육식보다는 채식, 특히 토마토, 두부, 마늘, 녹차 등을 많이 섭취하고, 저녁식사 후에는 되도록 수분섭취를 줄여야 합니다. 야뇨 증상, 가족력이 있는 45세의 남성, 가족력이 없는 50세 이상 남성은 매년 전립선 검진을 받는 것이 좋습니다.

 

권성원 석좌교수
권성원 석좌교수

메르스도 막지 못한 ‘우산국 상륙작전’
권 교수는 ‘전립선 전도사’ 또는 ‘전립선 아버지’로 불린다. 이 같은 공적으로 2005년에는 국민훈장 동백장을 받기도 했다. 정년을 넘겨서도 청년 같은 열정으로 봉사에 임하는 그는 올해 서해 5도 어르신들의 배뇨 장애를 치료할 생각에 맘이 설렌다.

도서벽지 진료행사는 비용과 인력 소모가 상당할 것 같은데요.
처음 도서벽지를 다닐 때 아무도 할 수 없을 것이라고 했죠. 수백 명에 달하는 어르신을 단 하루 만에, 그것도 대학병원 수준의 진료를 한다는 것은 상상하기 힘든 일입니다. 의료진과 자원봉사자, 그리고 여러 장비가 일시에 움직였다 돌아오는 비용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죠. 자원봉사자들의 열정과 “꼰대 의사들이 고생한다”면서 기꺼이 주머니를 털어준 응원군들이 함께 만들어낸 작품입니다. 처음에는 이런 행사를 또 할 수 있을까도 고민했지만, 무료진료와 강의 도중 곳곳에서 눈물 흘리는 어르신들을 보면서 ‘하늘의 뜻’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어르신들은 왜 눈물을 그렇게 흘리셨을까요?
저는 강의 중에 “소변이 시원찮으니 병원 좀 가자고 했는데, 듣는 둥 마는 둥 하는 자식들은 볼기라도 치시라”고 말씀드립니다. 체념과 인고의 세월로 견뎌온 우리 어르신들은 소변을 시원하게 보지 못하는 고통을 겪으면서도 인내하고 계십니다. ‘늙어서 그렇겠지, 아이들에게 얘기하기도 민망하잖아’하면서 참고 사십니다.

“필사적으로 아이들을 키워온 어르신들이 왜 자식 눈치를 봐야 합니까. 내복이 좀 젖었다고, 며느리 눈치를 봐야 합니까”라고 저는 힘주어 말씀드립니다. 어르신들과 비슷한 연배의 의사들이 공감해주고, 게다가 병원장이다 뭐다 명의로 소문난 의사들이 눈앞에 떡 하고 와 있으니 얼마나 반갑겠습니까?

소록도를 시작으로, 작년 울릉도 진료행사는 화제가 됐습니다.
네, 작년 울릉도는 특히 기억에 남습니다. 사실 메르스 사태 이후 원주의 어르신들을 찾아뵙지 못했습니다. 공수표를 날렸다는 자책감에 사로잡혀 있었죠. 설상가상으로 젖 먹던 힘까지 짜내서 기획한 울릉도 진료행사도 물거품이 되었습니다. 원래 계획은 울릉도 어르신들을 포항으로 모셔서 2박3일 동안 잘 대접하고 진료해드리기로 했습니다. 메르스 탓에 뭍으로 어르신들을 모실 수 없었죠.

그런데 우리 회원과 자원봉사자들의 의지가 너무나 결연했습니다. 결국 모든 장비와 인력을 데리고 울릉도로 ‘진격’한다는 뜻을 모았습니다. 울릉도는 인구 1만 명 중 고령남성이 2400명이 넘는 초고령사회입니다. 끔찍한 경비문제는 빚을 내서라도 해결하겠다고 다짐하고, 명색이 제가 해군 소령 출신 군의관이다 보니 ‘우산국 상륙작전’으로 명명했지요. 울릉군에서 적극적으로 협조해주고, 하늘과 바람, 파도가 도와준 끝에 하루 666명의 어르신을 무료진료하는 보람을 느끼고 돌아왔습니다. 올해는 연평도, 백령도, 어청도, 대청도, 소청도 등 서해 5도에서 진료행사하는 것을 기획하고 있어요.

 

‘가뭄’ 마다 찾아온 ‘단비’
권 교수는 우리나라 비뇨기과학계의 거목이라 할 수 있는 서울대 김영균 교수의 삼고초려 끝에 한국전립선관리협회 제2대 회장에 취임하게 된다. 법인 요건인 기금도 거덜나고, 사무실과 앰블런스, 초음파 장비를 후원해준 회사가 IMF 여파로 도산을 한 어려운 상황에서 그는 계속 문을 두드렸다.

봉사의 지속이 사명감만으로는 힘들지 않으셨나요.
물론입니다. 우선 같은 사명감을 가진 동료들이 많아야 합니다. 그동안 다니면서 가장 많은 대답과 생각은 역시 ‘나눔’이었습니다. 가진 것을 나누고, 재능을 나누고, 열정을 나누고, 그래서 자원봉사자들은 삶의 일부가 되었습니다.

물론 운이 좋은 것인지는 몰라도 인복이 좋았습니다. 처음 소록도 진료행사를 예산 문제로 고민할 때, 다국적 제약회사 CEO 한 분이 도서벽지 진료사업의 물고를 터줬습니다. 회사를 물러나면서 외국 회사의 경영실적을 10배 이상 올려준 이 나라의 노년층을 돕자면서, 거액을 기부했지요. 사무실이 없어 전전긍긍할 때, 섬유사업으로 대기업을 이룬 죽마고우가 자신이 세운 빌딩에 협회 사무실을 기부했습니다. 그것도 암으로 투병하다 소천 6일 전 의식도 없는 상태에서 유언을 남긴 것이었지요.

앰뷸런스가 고물이 되어 민감한 의료장비들이 고장이 난 적도 있습니다. 어떻게 알았는지 ‘꼰대 교수’가 고생한다고 우리나라 제약업계 큰 어른이 새 차를 하나 사줬습니다. 최근에는 협회지 <전립선>의 광고비가 세 토막이 났습니다. ‘휴간이냐 폐간이냐’라는 위기에 빠졌습니다. 때마침 캐나다에서 친한 친구 하나가 교민 어르신들이 좋아하는 <전립선>지 폐간은 안 된다며, 거액을 송금했습니다. 세월호, 메르스로 기업들이 어려워지자 후원도 점차 줄어들었습니다. 이때 40년 절친(아주 친한 친구) 하나가 동그라미 여러 개가 그려진 수표를 보내왔습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도 늘 응원의 편지를 보내주곤 합니다. 그럴 때마다 지금 우리 협회가 하는 일이 숙명이라는 생각에 고개가 숙여집니다.

열정적인 봉사를 할 수 있게 한 건강 비결이 궁금합니다.
일이든 봉사든 체력이 있어야 합니다. 저 같은 경우에는 아프면 봉사를 하지 못할까 봐 건강관리를 꾸준히 하고 있습니다. 물론 봉사를 못 해서 아픈 경우도 있었지만요. 뭐든 죽기살기로 진지하게 임하려면 체력은 기본입니다. 40세가 넘는 순간에는 무조건 건강관리에 신경을 곤두세우십시오. 살이 조금 찐 것 같으면 바로 운동하면서 빼고, 어디가 아프면 바로 병원으로 가서 의사를 만나십시오.

제 특별한 건강비결은 걷기입니다. 하루 7km를 빠른 걸음으로 걷습니다. 1시간 20분 정도 걸리지요. 헬스클럽의 러닝머신보다 공원이나 운동장을 걷는 것이 좋습니다. 또한 운동은 시간 날 때 하지 말고, 시간을 정해서 하십시오. 그리고 우리 아버지들 소변이 우렁차게 나오는지 관찰하십시오. 부모 자식 모두 건강해야 비로소 행복한 사회가 만들어질 수 있습니다.

 

권성원 석좌교수
권성원 석좌교수

권성원 교수는…
연세대 의대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한 후 동 대학 대학교수를 거쳐 30여 년을 이화여대 의대에서 재직했다. 일본대학 의학부에서 레이저의학, 독일 뤼벡대학 의대에서 내비뇨기과학, 스페인 바르셀로나대학 의대에서는 영상비뇨기과학을 연수한 첨단 비뇨기과학의 선구자다. 2005년부터 차의과대학 비뇨기과 석좌교수로 재직 중이며, 지은 책으로는 <비뇨기과학>, <신장 및 비뇨기과 초음파의학>, <오줌학 이야기>와 최근 베스트셀러가 된 <아버지 눈물>, <아버지 마음> 등이 있다.

Posted by 행복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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