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혜원의 뚜벅뚜벅 라틴아메리카] 아르헨티나② 밤공기 데우는 정열의 선율, 탱고

                                        

탱고 클럽 밀롱가.


“행복하지 않아서 떠나왔는데, 답 없이 돌아갈 순 없잖아요”

영화 ‘해피투게더’에서 양조위(량차오웨이)가 “너는 왜 부에노스 아이레스에 왔느냐”고 묻는 말에 장첸(창첸)은 이렇게 답했다. ‘해피투게더’라는 제목과는 역설적으로, 힘겨운 시간을 살아가는 두 남자의 사랑을 그린 이 영화는 ‘부에노스 아이레스’를 배경으로 했다.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 영화의 흔적을 찾고 싶은 여행객이 찾는 곳이 이민자의 동네 ‘산 뗄모’의 작은 탱고 바 ‘바 수르’다. 극중 양조위가 일했던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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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 수르.


바 수르는 매일 밤 탱고 공연이 열리는 곳으로도 유명하다. 열댓 명이 들어앉은 작은 바에 불이 꺼지면 반도네온 선율에 맞춰 남녀가 탱고를 추기 시작한다. 무용수의 거친 숨소리와 표정, 향기 까지 온전히 느낄 수 있다. 바 수르만이 가진 매력은 이렇게 ‘공연자와 감상자 간의 거리’가 가깝다는 데 있다. 바 수르가 해피투게더에 등장하면서 이름값이 오르는 바람에 공연료가 조금 비싸긴 하지만 공연의 수준은 높은 편이다.
 

산 뗄모 골동품 시장.


바 수르에서 산 뗄모 지구의 ‘데펜사’ 거리가 가깝다. 이곳에서 일요일마다 노천시장이 열린다. 데펜사 거리는 한때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 가장 부유한 지역이었다. 1870년 이 주변에 전염병이 유행하면서 동네는 급격히 쇠락했다. 여전히 고풍스러운 건물들이 남아있고 작은 바와 카페가 많아 운치가 있다. 일요일에 데펜사 거리를 따라 ‘도레고 광장’으로 향하다보면 진귀한 골동품을 팔고 있는 가게를 만날 수 있다.
 

카를로스 가르델 박물관.

 
아르헨티나의 탱고 황제로 이름을 날렸던 ‘카를로스 가르델’의 생가도 부에노스 아이레스에 있다. 영화 ‘여인의 향기’의 메인 테마인 ‘포르 우나 까베사’를 작곡한 이다. 그는 탱고가수 겸 작곡가, 작사가로서 명성을 누렸다. 1935년 남미 순회공연을 하던 중 비행기 사고로 목숨을 잃었다. 사후에도 그가 만든 노래와 곡은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카를로스 가르델’ 역 인근에 있는 그의 생가는 현재 박물관으로 변신했다.
 

라 보까 지구.


탱고의 발상지라고 알려진 ‘라 보까 지구’도 매력이 있다. 1920년대 부에노스 아이레스는 유럽과 남미 각지에서 온 이민자들로 넘쳐났다. 이들은 버려진 항구였던 라 보까 지구에 정착했다. 근근이 삶을 이어가던 이들은 매일 밤 고향에 대한 그리움과 가난, 체념과 고독을 선술집에서 춤과 노래로 풀었고 이러한 배경 속에서 탱고가 탄생했다. ‘탱고’라는 장르는 쿠바에서 유행했던 ‘아바네라’, 아프리카의 ‘칸돔베’, 아르헨티나의 전통 민요 형식이 결합하면서 생겨났다고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탱고 클럽 밀롱가.


탱고 문화를 체험해볼 수 있는 곳으로 ‘라 카떼드랄 클럽’이나 ‘콘피테리아 이데알’을 추천할 만하다. 탱고를 즐기는 땅게로스들이 모여 자유롭게 탱고를 즐기는 클럽 ‘밀롱가’로 현지인에게 인기 있다. ‘밀롱가’는 보통 오후 10시께 문을 연다. 해서 탱고의 제대로 즐기려면 ‘밤에 피는 장미’가 되어야 한다. 늦은밤부터 새벽녘까지 탱고 선율을 타고 흥얼거리다보면 누구나 부에노스 아이레스와 사랑에 빠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출처: 중앙일보] [강혜원의 뚜벅뚜벅 라틴아메리카] 아르헨티나② 밤공기 데우는 정열의 선율, 탱고

Posted by 행복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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