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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624 - 수확의 즐거움
고방자 물처럼 님의 블로그 더보기
입력 : 2010.06.28 0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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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씩

흙이 이루어내는 모든 일들을 보노라면

새삼 경이로운 생각마저 든다.

온갖 곡식과 열매들을 키워내고,

척박한 무채색의 땅에서도

갖가지 고운 빛의 향기로운 꽃들을 피워내고..

그래서 대지를 어머니에 비유하였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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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서양 사람들이

마당마다잔디를 그처럼 정성들여 가꾸는 이유를 모르겠다.

우리나라 교포가 부추를 먹는 것을 보고선,

어느 서양 사람이 자신의 정원에서 깎은 잔디를 푸대에 잔뜩 담아서

인심을 썼다는 에피소드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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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는 동네는 서양도 아니면서,

집집마다 예외없이 정원에는잔디를 잘 가꾸어놓았다.

하지만 이처럼 잔디를 보기좋게 만들기 위해서는

제법 공을많이 들여야 하는 걸로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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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초 제거는 물론,

자주 깎아주지 않으면 산발한 여인처럼 보기에 흉하다.

그래서 그런지,

휴일이면 마당에서 잔디를 관리하느라

분주한 동네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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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성이 부지런하지도 못한데다,

먹을 수가 있나..

그렇다고 때가 되면 이쁜 꽃을 피우기나 하나..

잔디 관리에자신도 없었고, 힘을 쏟을 념도 없었던 터라,

지난 가을,

이미 마당에 조성되어 있던 잔디밭을 일부만 남기고선

포크레인으로 죄다 파내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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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봄 어느날,

오일장에 갔더니 할머니들이

감자싹을 팔고 있길래 삼천 원어치를 사가지고 왔다.

휑하니 공터로 남아있던 마당의 한 켠에

이랑도 만들지 않고 대충 나란히 묻어두었다.

친척 아주머니가 와서 보고선,

빙긋 웃으시더니 이랑도 만들고 흙도 북돋워주고 가셨다.

너무 촘촘하게 심었지만 지금은 어쩔 수가 없다 하시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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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가끔 물도 주었고,

잡초도 뽑아주었다.

한 평?

혹은 한 평 반? 정도의 감자밭은

잎이 점점 무성해지더니

어느 날 하얀 감자꽃도 피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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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하지 무렵엔 감자를 캔다는 소문도 들었고,

곧 장마가 시작된다고도 하길래

감자를 캐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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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리에는 어느 틈에 숨어서 자랐는지,

제법 알이 찬 감자들이거짓말처럼 매달려 있었다.

제대로 된 농사꾼이 보기에는

아주 잘 된 농사라고는 평가할 수 없겠지만,

난생 처음으로 수확한 감자 농사는 그런대로 만족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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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켠에 함부로 뿌려두었던 상추씨앗은

또 어찌나 잘 자라던지,

이미 여러 사람들의 입맛을 상큼하게 해주었다.

막 자라기 시작하며 열심히 꽃을 피워내는

오이며 고추,

그리고 가지에서는 얼마나 싱싱하고 많은 야채를 수확하게 될런지

벌써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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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도로변에 접해있는 아래층의 마당에는

우리집 앞을 지나는 사람들의 눈이 즐거우라고

향기로운 예쁜 꽃들도 심어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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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행복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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