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암 예방, ‘DO’보다 ‘DO NOT’을 기억하세요"
- 입력 : 2018.09.17 14:30
'헬스조선 명의톡톡' 명의 인터뷰
'폐암 진단 명의' 가천대 길병원 소화기내과 경선영 교수
폐암은 국내 암 사망률 1위 질환이다. 폐암의 인구 10만명 당 사망률은 35.1명으로, 간암(21.5명)이나 대장암(16.5명), 췌장암(11명)보다도 높다(2016 통계청 사망원인통계). 폐암 사망률이 큰 이유는 말기에 질병을 처음 진단받는 경우가 많아서다. 폐암 환자 10명중 4명이 암세포가 이미 다른 장기로 퍼진 후에 알게 된다(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 그래서 폐암은 예방과 발견이 중요한 병이다. 폐암 진단 젊은 명의로 꼽히는 가천대 길병원 호흡기내과 경선영 교수에게 폐암 예방 및 관리에 대해 물었다.
Q. 폐암 진단이 잘 안 되는 이유가 무엇입니까?
A. 보통 암은 특이 증상이 잘 나타나 환자 인지도 빠르고, 병원도 빨리 오는 편입니다. 폐암은 다릅니다. ‘조용한 암’ 이죠. 상당히 진행될 때 까지 증상이 거의 없어 조기진단이 어렵습니다. 처음 진단했을 때 환자의 절반가량은 3기 이상일 정도입니다. 그래서 예방과 조기진단이 정말 중요합니다.
Q. 초기일 때 발견하는 환자도 있지 않나요?
A. 건강검진을 하다 우연히 X-ray에서 폐암을 의심하는 경우입니다. 운이 좋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빨리 진단하면 예후도 좋고, 여러 치료법을 시도할 수 있습니다. 제 경우, 폐암 위험인자를 가지고 있다고 판단하면 아무런 증상이 없어도 검사를 권유합니다.
Q. 폐암 위험인자를 가지고 있는 사람은 누구이며, 어떻게 알 수 있나요?
A. 폐암 환자 70%는 흡연이 원인입니다. 다른 원인도 많지만, 흡연의 위험을 간과할 정도는 아닙니다. 위험인자도 흡연과 관련돼 있습니다. ‘30갑년’ 이상에 해당하면 고위험군입니다. 갑년이란 담배 한 갑, 두 갑처럼 하루에 피우는 담배의 양(量)을 뜻하는 갑과 10년, 20년 등 담배를 피워온 기간인 연도를 합친 말입니다. 기간과 연도를 곱한 숫자로 판단합니다. 하루에 한 갑씩 30년을 피웠다면 ‘1*30=30갑년’인 셈입니다. 무증상이라도 1년에 한 번씩 검사를 해야 하는데, 이때 흉부 X-ray 검사보다 저선량 흉부 CT(컴퓨터 단층촬영) 검사를 하길 권합니다.
Q. 흉부 X-ray 검사보다 저선량 흉부 CT 검사를 권장하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A. X-ray 검사는 초기에 잡아내기 쉽지 않습니다. 우리 몸은 입체인 3차원으로 생겼는데, 이를 2차원으로 압축해 평면에 보여주는 게 X-ray 검사라 그렇습니다. 작은 암은 뼈에 가려서 보이지 않을 수 있습니다. 심지어 혈관에 가리가도 합니다. 심장 등 다른 장기와 겹치기도 하고요. 흡연자는 ‘중심성 폐암’이 많습니다. 폐 중간(심장혈관근처)에서 암이 시작되는 유형입니다. 그래서 이 부분을 자세히 살펴야 하는데 X-ray는 평면으로 압축하다보니 여기저기 잘 가려져 보이지 않습니다. 흉부 CT를 찍으면 몇 밀리미터 크기의 미세한 암도 비교적 잘 보입니다. 저선량은 일반 흉부 CT에 비해 방사선량이 6~7분의 1정도로 적습니다. 방사선에 과하게 노출되면 피폭이나 세포 손상 우려가 있기 때문에, 저선량으로 찍길 권장합니다. 미국의 한 임상연구에서 30갑년 이상 흡연자 5만 4000여명을 대상으로 했을 때, 저선량 흉부 CT로 검진하면 흉부 X-ray 검진에 비해 폐암 사망률은 20% 줄어든다는 보고를 낸 적도 있습니다. 이를 감안해 정부에서도 2019~2020년경 국가 폐암 조기검진 프로그램에 저선량 흉부 CT를 포함시킬 계획입니다.
Q. 흡연이 원인이 아닌 폐암도 있다고 하는데, 어떤 것들이 있나요?
A. 비흡연 폐암은 전체 폐암의 약 30%를 차지하며, 대부분 환자가 여성입니다. 비흡연 여성 폐암은 최근 꾸준히 늘고 있어 주의해야 합니다. 추측 원인으로 간접흡연, 대기오염 등 환경노출, 특정 직업 종사가 꼽힙니다. 흡연자 가족이 있어 간접흡연을 자주 하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약 2배 폐암 발생 위험이 높아집니다.
석면이나 크롬, 초미세먼지를 포함한 대기오염도 비흡연 폐암 주요 원인입니다. 이외에 건설업이나 고무제품 제조업, 자동차 제조업, 채광업 등 특정 직업 종사자고 위험이 큽니다. 건강진단을 다른 사람보다 자주, 꾸준히 받고 업무 중 호흡기를 보호할 수 있는 장비를 착용해야 합니다.
최근에는 조리나 청소 중 발생하는 미세먼지도 원인으로 꼽힙니다. 생선을 구울 때나, 진공청소기를 작동할 때 수많은 미세먼지가 나옵니다. 생선을 구울 때는 반드시 주방 환기 시스템을 작동시켜야 합니다. 진공청소기는 헤파필터(미세먼지를 대부분 제거해주는 공기 정화 장치)가 달려있는 것을 사용해야 합니다. 그 외에 육체적 피로나 스트레스, 주중 운동량에 영향 받는다는 조사도 있습니다.
Q. 비흡연 폐암은 흡연 폐암과 예후가 다른가요?
A. 다릅니다. 간혹 ‘직접흡연을 하면 필터가 있으니, 간접흡연을 할 바엔 담배를 피우는 게 낫다’고 하는데 잘못된 말입니다. 직접흡연자는 간접흡연자에 비해 예후가 불량한 편입니다. 또한 흡연으로 생기는 폐암은 폐 중심부에, 비흡연 폐암은 폐 주변부나 가장자리에 곧잘 나타납니다. 가장자리에 나타나면 비교적 초기 진단이 쉽습니다. 중심부에 있으면 뼈나 장기에 잘 가려지기 때문입니다.
Q. 치료 할 때 어떤 방법을 선택하면 가장 좋나요?
A. 병기에 따라 다릅니다. 2기 이내 비소세포성폐암(선암, 편평상피세포암, 대세포암) 이라면 수술이 최선입니다. 수술에 준하는 완치법은 없습니다. 2기 정도면 수술이 끝나고 예방을 위한 항암치료나 방사선치료를 함께 합니다. 3기는 곧바로 수술하면 재발 확률이 높아, 방사선치료를 먼저 하고 수술을 할 수 있습니다. 4기는 방사선치료가 쉽지 않아 전신항암요법을 씁니다. 항암제에는 세포독성항암제와 표적치료제, 면역치료제가 있습니다. 아직 국내에서는 면역치료제가 들어오지 않았고, 일부 임상시험에서만 사용합니다.
Q. 예방이 무척 중요하다고 하셨는데, 어떤 식습관과 생활습관을 가져야 합니까?
A. 많은 환자들이 ‘뭐부터 해야 하느냐’고 물어보는데, 폐암은 ‘하지 말아야 할 것’이 우선입니다. 'DO' 보다 'DO NOT'을 기억하면 좋습니다. 식습관은 큰 관계가 없습니다. 무언가를 먹는다고 해서 호전을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위나 대장처럼 음식물에 직접 닿는 부위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어떤 음식이 좋다고 해서 한 가지만 주구장창 먹다가 영양 상태가 불량해지고 나쁜 영향을 주기도 합니다. 한방 치료나 민간요법에 매달리는 것도 피해야 합니다. 간혹 병원치료를 거부하고, 산에 가서 산다거나 한의원 치료만 받다 병을 키워 오는 안타까운 환자도 있습니다. 한방 치료나 민간요법은 효과를 알 수 없고, 부작용도 알 수 없습니다. 그런 치료법일수록 돈이 많이 드는 경향도 있어 경계해야 합니다.
흡연은 말할 것도 없고, 음주도 금물입니다. 음주는 1주일에 2~3회 이상 술을 마신 여성은 2~3회 미만 술을 마신 여성보다 폐암 발생 위험이 24.7% 높습니다.
단, 운동은 하면 좋습니다. 주 3~4회 이상 규칙적으로 운동하면 폐암 발생 위험이 낮아진다는 연구가 있고, 폐암 외에도 기타 암 발생 예방에 도움됩니다.
경선영 교수는?
전북대 의대를 졸업한 뒤, 가천대학교 대학원에서 석사 및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미국 하버드 의대에서 연구 의료진 연수를 받았다. 현재 가천대 길병원 폐센터 교수로 재직 중이며, 호흡기내과 교수다. 전문 분야는 폐암, 폐렴, 결핵, 폐결절, 흉막질환, 폐섬유화증 등이다.
꼼꼼한 진료로, 일반 영상검사로는 진단이 까다로운 폐질환을 곧잘 잡아내 환자에게 정평이 나 ‘젊은 명의’로 불린다. 과거 가천대 길병원에서 환자가 직접 체크하는 의사만족도 조사 결과 만점을 받은 몇 안 되는 교수이기도 하다. 이 배경에는 ‘환자 한 명 한 명을 최대한 꼼꼼하게 진료한다’는 소신이 있다. 경선영 교수는 “작은 기침 증상만 있다 해도 과거 병력과 현재 상태를 종합해 가능성을 모두 열어 두고 진료한다”며 “놓치기 쉬운 질환의 단서를 잡아내는 게 내 일”이라고 말했다.
출처 : http://health.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9/17/2018091701641.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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