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아주 쉬운 성공의 공식, 생각 행동을 다 바꿔라 [중앙일보]

2010.04.17 01:01 입력 / 2010.04.17 01:30 수정

 스위치
칩 히스·댄 히스 지음
안진환 옮김
웅진 지식하우스
390쪽, 1만5000원


# 1992년 미국 할인점 타깃(Target)의 기성복 책임자던 로빈 워터스는 회의실 책상 위에 M&M 초컬릿을 좌르륵 쏟아 놨다. 회의 참석자들은 눈이 휘둥그래져 알록달록한 초콜릿이 퍼져 나가는 것을 지켜 봤다. 그는 이어 당시 한창 화제이던 아이맥 컴퓨터 사진도 보여줬다. 연두·빨강·보라색의 이 파격적인 제품을 통해 “이제 화려함의 시대가 왔다”는 걸 보여준 것이다. 당시만 해도 할인점 업계에선 칙칙한 색의 무난한 옷을 좀 더 싸게 파는 게 정석이었다. 그는 “디자인을 강조해 이들과 차별화 한다”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 이런 극적인 동기부여 방식을 택했다. 이후 타깃은 아이작 마즈라히의 샤워커튼, 마이클 그레이브스의 차주전자 등 대박상품을 쏟아냈다. 항상 월마트·K마트 등 경쟁자에 뒤져 있던 타깃은 ‘유통업계의 애플’로 불리며 단숨에 아이콘 브랜드로 떠올랐다.

# 마이크로소프트(MS)에선 완고한 프로그램 개발자들이 골치였다. 자존심 때문에 부정적인 피드백을 좀처럼 받아들이지 않았던 것이다. ‘사용자 10명 중 6명이 사용법을 이해하기 힘들어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는데도 “그 6명이 멍청한 탓”이라며 무시했다. 회사는 일단 이들에게 소프트웨어가 시장에서 성공할 경우 얻게 될 혜택에 대해 명확히 설명했다. 그리고는 개발자들을 테스트 연구소로 초청했다. 사람들이 이 프로그램을 사용하느라 애를 먹는 장면을 그대로 지켜보게 했다. 처음부터 완벽하게 개발하는 것보다 조금씩 보완하며 완성도를 높이는 것도 개발자의 역량이란 사실도 함께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와 관련한 추가 업무를 효과적으로 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했다. 점차 개발자들은 자발적으로 제품 개선에 나서게 됐다.

모두 조직 내에서 성공적으로 변화를 이끌어 낸 사례들이다. 다른 업종, 다른 상황이지만 이런 성공스토리 속에는 하나의 일관된 패턴이 있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우선 변화 주체는 매력적인 목표를 명확히 제시했다. 그리고 조직원들에겐 감정적인 접근법을 통해 동기를 부여했다. 그러면서 쉽게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줬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를 ‘코끼리 옮기기’에 비유했다. 채찍이나 당근을 이용해선 코끼리가 한두 걸음밖에 움직이지 않는다. 이럴 땐 기수와 코끼리를 모두 공략해야 한다. 기수에겐 명확한 방향을 제시하고, 코끼리에겐 동기를 부여하는 한편, 잘 움직일 수 있는 길을 만들어 줘야 한다는 이야기다.

조직행동론 교수인 저자는 이 패턴을 도출하기 위해 의학·산업·교육 등 다양한 분야에서의 사례를 분석했다. 특히 한국어판 서문에선 삼성을 이 패턴의 전형적인 성공 케이스로 꼽았다. 93년 삼성은 “마누라와 자식만 빼고 다 바꿔라”라는 이건희 회장의 일성 아래 세계 1위의 기술 기업이 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명확한 방향 제시). 그리고 이 회장은 2개월여 동안 전 세계를 돌며 계열사 사장단 850명을 일일이 만나고 개선점을 찾았다(동기 부여). 그러면서 고위 간부의 해외 근무 의무화, 오전 7시 출근-오후 4시 퇴근제 도입 등 변화의 환경을 조성했다는 것이다(지도 구체화).

김필규 기자
Posted by 행복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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