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심에 눈감으니 아이 본모습 보이네요"
조선일보 | 김소엽 맛있는공부 기자 |
2010.04.05 02:47
이제 부모도공부합시다 ①
아이와의 잦은 다툼부모 먼저 반성 필요
행복한 부모 되기아이 교육 첫걸음
힘든 과정을 거쳐 이제 막 태어난 아이를 두 팔로 안았을 때 모든 부모는 생각한다. 건강하게만 자라주었으면 좋겠다고. 하지만 아이가 자라면서 그때의 감동은 까마득하게 잊고 내 마음같이 따라와 주지 않는다며 답답함만 키운다. 다 안다고 생각했던 내 아이가 어느 순간 처음 만난 사람처럼 낯설어지고, 막막한 순간 앞에서 좌절도 많이 한다. 도와줄 멘토가 있으면 좋으련만, 아무리 둘러봐도 망망대해일 뿐이다. 무엇이 문제인걸까. 어떻게 하면 아이와의 관계를 개선하고 부모가 행복해지는 걸까. 부모교육 전문가 2명과 학부모 4명과의 대담을 통해 고민을 들어보고 해결책을 모색해봤다.![기사 이미지](http://edu.chosun.com/site/data/img_dir/2010/04/05/2010040500128_0.jpg)
서형숙 대표: 부모란 언제나 두 팔 벌려 아이를 안아주는 사람이다. 즉 자존감이 있는 아이를 옆에서 지켜보고 스스로 어려움을 헤쳐나가도록 응원해주는 사람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부모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역할은 잊고 지엽적인 것에 집착하는 엄마들이 많아진 것 같아 안타깝다. 부모가 누구이고 무엇을 해야 하는지 정확히 모르기 때문에 흔들리고 아이와의 관계가 원활하지 않은 것이다. 주변 상황에 흔들리는 것도 문제다. 옆집 엄마, 매스컴에 휘둘릴 것이 아니라 내 아이부터 살펴야 한다.
송지희 위원: 자녀교육의 최종 목표는 자율적인 아이, 자발적인 아이로 만드는 것이다.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우선 부모가 아이의 발달을 잘 살피고 이해해야 하는데 요즘 부모들은 본인의 욕심 때문에 정작 중요한 것을 놓치곤 한다. 부모에 대한 사전 정보 없이 부모가 된다는 점도 미숙한 부모가 되는 또 다른 원인이다. 과거에는 대가족하에서 동생이나 조카들을 돌보면서 자연스럽게 부모를 간접체험하고 부모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어른들한테 들을 기회가 많았으나 요즘에는 그렇지 못하다. 그 때문에 과거와 비교해 요즘 부모들이 아이에게 훨씬 더 정신적·물질적 투자는 하지만 결과물은 만족스럽지 못한 것이다.
서형숙 대표: 자녀와의 관계가 원만하지 않아 찾아오는 사람 중에는 자신이 아닌 아이만을 탓하는 경우가 많다. 본인부터 들여다보고 반성해야 한다. 열에 아홉은 부모한테 원인이 있는데 그것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 문제다. 이 때문에 부모 교육이 필요한 것이다. 엄마가 달라져야 아이가 달라질 수 있다.
◆부모교육 필요성 공감
백인희씨: 사춘기에 접어든 두 딸을 둔 엄마다. 아이를 키우는 과정은 고민의 연속인 것 같다. 막막한 순간이 너무 많은데 이것을 함께 나누고 같이 해결책을 모색해줄 사람이 없다는 것도 문제다. 부모님께 여쭙거나 주변 엄마들에게 도움을 청하는 것도 한계가 있다. 특히 주변 엄마들의 양육법을 들을 때마다 내가 하는 방법이 맞는지 의문이 든다. 이렇게 하는 것이 맞는지, 옆집 엄마가 하는 대로 따라야 하는지 흔들린다. 해답이 명확한 문제라면 그대로 실천해보련만 아이를 교육하는 것은 영원히 풀리지 않는 문제를 대하는 것처럼 어렵기만 하다.
송지희 위원: 부모 역할을 제대로 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노력이 필요하다. 부모가 방향성을 잃으면 아이에게 오롯이 전달되기 때문에 열심히 배워야 한다. 요즘 부모교육이 관심을 받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병원에 검진을 받으러 가듯 부모교육 프로그램을 수강하거나 부모교육서를 읽으면서 부모 스스로 반성하고 깨달아야 한다.
임지영씨: 아는 것과 실천하는 것 사이에는 차이가 있는 것 같다. 부모교육에 관심을 갖고 어떻게 아이를 대하는 것이 옳은 것인지 깨달은 경우에도 실천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아이를 있는 그대로 품어주고 다정하게 대하자고 마음을 먹다가도 아이의 성적표 앞에서는 무너지곤 한다. 아이가 커가면서 점차 육아서, 부모교육서보다는 공부법에 관심을 두게 되는 것이 사실이다.
송지희 위원: 단기적으로 바라봐서는 곤란하다. 장기적으로 관심을 갖고 배운 것을 실천하려고 노력하다 보면 부모의 변화를 통해 아이가 달라지는 것을 확인할 것이다. 아이가 사춘기에 접어들어서는 관계성을 회복하기 어렵기 때문에 이전부터 부모교육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부모교육의 필요성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와 그것을 실천할 인프라 구축이 시급하다.
이승연씨: 두 아들을 키우는 엄마다. 부모의 변화가 아이의 변화를 이끈다는 말에 공감한다. 첫째를 낳았을 때는 그 자체만으로도 감동으로 다가와 오직 아이만을 생각했는데 둘째를 낳고 일을 하면서 점점 지치기 시작했다. 어영부영 시간을 보내자 어느 순간 아이와의 거리감을 느꼈고, 예전처럼 아이가 예쁘지 않았다. 아이도 그것을 느꼈는지 점점 속을 썩였다. 내 몸이 힘들자 아이보다는 나부터 생각했다. 그 당시 우연히 '엄마학교'라는 부모교육서를 접했다. '내가 행복해져야 아이도 행복해질 수 있다'는 문구를 보고 눈물을 흘렸다. 그때부터 부모교육에 관심을 갖고 열심히 공부하고 그것을 아이에게 실천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아이와의 관계가 눈에 띄게 긍정적으로 변했다. 이제는 정말 행복하다.
이수연씨: 저 역시 부모교육에 관심을 갖은 뒤 행복한 엄마가 됐다. 첫째가 두 돌쯤 지났을 때 다른 아이와 달리 유별나다고 생각했다. 아이를 살피지 않고 주변 아이들과 비교하기만 하고 다른 사람의 기분을 그대로 적용했더니 악순환이 반복됐다. 엄마로서 전혀 기쁘지 않았다. 그러다 부모교육 프로그램을 접하면서 반성을 하고 깨달음을 얻었다. 아이에게 명령조로 지시하는 어투 대신 다정하게 대했더니 아이의 눈빛이 따스해지고 주변 사람들을 대하는 자세가 달라졌다. 그러면서 엄마가 하나 변하면 아니는 두 배, 세 배 변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임지영씨: 자녀는 부모의 거울이란 말을 실감한다. 아이가 짜증이 부쩍 늘어 왜 그런지 생각해보니 그 당시 제 기분이 안 좋아서 주변 사람들에게 퉁퉁거렸던 것이 떠올랐다. 엄마가 웃으면 아이도 웃고, 엄마가 화를 내면 아이도 화를 내는 것 같다.
서형숙 대표: 아이가 성장하는 자체만으로도 감사한 일임을 알아야 한다. 부모교육의 핵심은 욕심을 버리고 아이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좋은 엄마, 행복한 엄마가 되는 일은 결코 먼 나라의 이야기가 아니다. 관심을 갖고 노력만 하면 누구나 될 수 있다. 도전해보자.
![기사 이미지](http://edu.chosun.com/site/data/img_dir/2010/04/05/2010040500128_1.jpg)
[part 2] ◆양육은 흥미롭고 신비로운 삶, 두려움 없이 즐겨야
서형숙 대표: 부모 역할, 부모 공부에 끝은 없다. 입시를 치르고 나면 취업을 고민하고 결혼을 준비해야 한다. 결혼 후에도 부모로서 해야 할 일들은 무수히 많이 남는다. 이런 것들을 두려움으로 여기기 시작하면 스트레스 받고 조바심이 날 수밖에 없다.
금 가운데 가장 소중한 금은 황금, 소금, 현금이라고 한다. 하지만 부모 교육에서는 지금처럼 중요한 것이 없다. 아이는 '지금' 부모와 추억을 나눠야 한다. 그 시간들이 켜켜이 쌓여 아이의 인생을 아름답게 만드는 것이다.
백인희씨: 부모 교육도 학교나 학원같이 어떤 눈에 보이는 사례들이 있었으면 좋겠다. 확신이 없으니까 자꾸 휩쓸린다. 어떤 확고한 모델이 있으면 갈등하지 않을 수 있을 텐데. 머리로는 그렇게 생각하지만 행동은 나도 모르게 남을 쫓고만 있다.
서형숙 대표: 아이가 처음 태어났던 순간을 떠올리면 중심을 잡을 수 있다. 아이를 처음 안았던 순간에 어떤 약속들을 했나. 대부분 '건강하고 사회에 도움이 되는 행복한 사람'이었을 것이다. 그때 한 약속을 자꾸 잊어버린다. 그리고 당장 눈에 보이는 옆집아이, 윗집아이, 뒷집아이의 성적에만 관심을 갖는다. 내 아이보다 남의 아이 성적표가 왜 그렇게 중요하게 된 걸까. 스스로에 대한 확고한 주관이 없기 때문이다.
이승연씨: 아이 교육뿐 아니라 스스로도 많이 흔들렸던 것 같다. 내가 행복하고 옳다고 생각하면 흔들리지 않을 텐데 나를 돌아볼 여유조차 없었다. 부모 교육을 받은 후 '내 아이는 이렇게 키우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정한 목표가 '행복한 아이'였다. 그렇게 목표를 정하고 나니 쉽게 흔들리지 않는다.
서형숙 대표: 목표가 있는 부모는 아이를 대할 때도 일관성 있게 행동한다. 아이의 행동 하나하나에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을 수 있고 각종 정보에 휩쓸려 아이를 혼란에 빠뜨리지도 않는다. 아이 교육에 대한 개념만 정확히 세우면 '나는 어떤 삶을 살아야 할까', '내 아이는 지금 웃고 있나'를 살피게 된다. 그것이 바로 좋은 부모가 되는 시작이다.
임지영씨: 행복한 아이로 키우고 싶은 건 모든 부모의 꿈일 것이다. 하지만, 알면서도 자꾸 성적에 먼저 반응하게 된다.
서형숙 대표: 요즘 엄마들은 머리는 뜨겁고 가슴은 차갑다. 머리가 차가운 엄마는 옆집엄마가 뛴다고 해서 따라 뛰지 않는다. 잘 살펴보면 옆집엄마가 정답도 아니다. 그런데 불안하다는 이유만으로 무작정 따라간다. 교육열로 둘째 가라면 서러울 강남엄마였지만, 학교 교육 외에는 아이를 괴롭히지 않았다. 하루 종일 공부한 아이를 학원으로 돌려야 할까? 일주일 내내 공부한 아이가 꼭 주말에도 보충학습을 해야 할까? 한학기 내내 공부한 아이가 방학마저 학원과 여름학교를 다녀야 할까? 그 모든 것을 절제해 보니 기적이 일어났다. 매일매일이 고단한 다른 아이들과 달리, 우리 아이들은 학교생활 내내 활기 찼다. 다른 아이들은 학원에서 배운 공부를 학교와서 다시 하면서 지루해했지만, 우리 아이들은 새로 배우는 것들에 대해 강한 호기심을 가졌다. 공부는 재밌는 것이다. 그것을 지겹게 느끼는 아이라면 부모 스스로 자신을 돌아보라고 말하고 싶다. 아이를 정답 맞히는 기계로 만들어 놓진 않았는지.
◆좋은 부모의 시작은 행복한 사람이 되는 것
송지희 위원: 어린 시절에는 제대로 된 부모교육만으로도 쉽게 아이가 변화된다. 하지만 사춘기부터는 조금 어렵다. 배운 것들을 아이에게 시도해보려고 하면 아이는 벌써 "됐어요" 하면서 방으로 들어가 버린다. 사춘기는 아이가 독립을 준비하는 시기다. 엄마 역시 아이로부터 독립을 시작해야 한다. 이때가 바로 엄마 스스로 나의 삶을 시작할 시점이다. 취미를 즐기고 봉사활동을 하면서 엄마가 행복하게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 그것이 사춘기 아이들에게는 최고의 부모 교육이다.
이수연씨: 부모 교육의 힘에 놀라고 있다. 배울수록 스스로를 객관화시키는 능력이 강해진다. 예전 같았으면 아이에게 화부터 냈을 일도 다시 한번 생각해보고 어떤 문제점이 있는지 객관화시키게 된다. 내가 바뀌니까 아이가 바뀌고 남편이 바뀌더라. 결국 좋은 엄마, 다정한 엄마, 영리한 엄마의 최종 도착점은 좋은 사람인 것 같다.
송지희 위원: 아이와 함께 성숙해가는 부모가 됐으면 좋겠다. 엄마는 명령하는 사람이 아니다. 아이가 10대라면 10대의 감성으로 살고 아이가 3살이면 3살의 감성으로 돌아가보자. 아이를 이해한다는 것은 아이에게 예측 가능한 환경을 만들어주는 일이다. 화가 날 때는 잠시 멈췄다가 이야기하는 여유를 갖자. 아무리 잘못했더라도 충분한 설명 없이 이어지는 훈육은 반발심만 갖게 한다.
요즘 청소년 우울증이 심각하다고 한다. 우울증이 있는 아이는 아무리 머리가 좋아도 공부할 수 없고 꿈을 가질 수 없다. 이런 것들을 예방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부모와 함께 한 좋은 추억과 기억들이다. 아이에게 그 보다 더 귀한 인생의 종자돈은 없다. 부모 교육은 단순하다. 아이와 함께 하려고 노력하는 것, 아이의 입장에서 이해하려는 것이다.
서형숙 대표: 아이에게 화가 나는 이유는 욕심과 두려움 두 가지다. 욕심은 나보다 더 나은 삶을 살길 바라는 마음에서 온다. 기대치가 크기 때문에 아이가 생각에 조금만 못 미쳐도 화가 난다. 그럴 때마다 평정심을 갖도록 노력하자. 갓 태어났던 내 예쁜 아이의 얼굴을 떠올리고 그 감격의 순간을 되새겨보자. 삶의 환희와 육아의 행복을 잊고 성적표에만 매달려 살고 있는 지금의 모습에 짐짓 놀라게 될 것이다.
돈만 벌어다준 아빠가 외로운 것도, 아이를 위해 기꺼이 매니저가 돼 준 엄마가 서러운 것도 아이가 공감할 수 있는 추억, 기억이 없기 때문이다. 평정심을 가지면 남과 같지 않다는 것 때문에 화가 나는 욕심을 버릴 수 있다. 두려움은 '내가 이 아이를 잘못 기르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우려에서 온다. 아이는 세상 모든 것을 스스로 학습하는 능력을 가지고 태어난다. 저녁놀과 풀벌레가 아이를 키운다. 자연스럽게 자랄 수 있도록 인위적인 부모의 손길을 과감히 떼라고 말하고 싶다.
부모가 아이 곁에서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아이를 살펴보는 것이다. 그리고 부모 스스로 행복해지는 것이다. 행복한 부모가 아이도 여유롭게 품는다. 여유가 생기면 아이를 키우는 매순간순간을 누릴 수 있다. 아이를 키우는 일은 괴로운 일이 아니라 황홀한 일이다. 뒤처질까봐 전전긍긍할 시간에 스스로 행복한 사람이 돼서 두려움 없이 행복한 아이를 키우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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