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 ①] ‘구름 위의 식사’ 기내식의 비밀 대공개 [JES]
2010.03.10 13:15 입력
하늘을 날면서 쌈밥을 먹어본 적 있는가. 구름을 옆에 두고 막걸리를 마셔본 적 있는가.
‘구름 위에서 즐기는 식사’ 기내식이라면 가능한 이야기다. 하늘을 날아 어디론가 떠난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설레지만 맛있는 기내식까지 먹으니 ‘일석이조’다. 비행기를 안타본 사람이 거의 없을 정도로 보편화 됐지만 기내식은 여전히 생소한 분야다.
실제 기내식을 앞에 두고 어떻게 먹어야 할지 모르는 사람, 조금 더 먹고 싶은데 더 달라는 말을 못하는 사람 등이 적지 않다. 항공료에 기내식 비용이 포함된 사실을 모르고 비싼 돈을 지불할까봐 기내식을 먹지 않겠다고 한 탑승객이 있었다는 우스갯소리도 있을 정도다. 비싼 항공료를 냈으니 기내식도 ‘맛있게 잘 먹어야’ 돈이 아깝지 않겠는가. 기내식에 대한 궁금증을 파헤쳐보자.
기내식은 8시간 이상 비행할 경우 두 끼가 제공된다. 그 이하는 한 끼만 나오는 게 원칙이다. 하지만 그것도 모자라 출출한 경우가 있다. 그럴 때는 언제든지 기내식을 더 달랠 수 있다. 여유분을 준비해 놓고 있기 때문이다. 또 정해진 시간이 아니더라도 먹을 수 있다.
메뉴는 항공기의 비행시간에 따라 달라진다. 일반석 기준으로 일본·중국 등 단거리 비행일 경우에는 한 가지 메뉴만 낸다. 유럽·미국 등 장거리 노선은 두 가지 메뉴에서 고를 수 있다. 하지만 일등석은 장·단거리 구분 없이 평균 네 가지 이상의 기내식을 준비한다.
메뉴를 바꿀 수도 있다. 일부 음식에 알레르기가 있거나 채식주의자인 경우에는 자신의 체질에 맞는 맞춤형 기내식을 고를 수 있다. 또 종교적인 이유로 먹지 않는 재료가 있다면 이 역시 해결 가능하다. 단, 출발 24시간 전에 미리 신청해야 한다.
일등석과 달리 일반석의 기내식은 장소와 시간상 문제로 한 쟁반에 모두 담겨나온다. 그렇다고 아무 것이나 덥석덥석 먹을 일은 아니다. 코스 메뉴처럼 순차적으로 먹는 게 맛있게 먹는 요령이다. 에피타이저(샐러드)로 입맛을 돋우고, 메인요리의 순으로 먹는다. 빵과 주스는 식사 내내 함께 먹고, 과일·커피 등 디저트로 마무리한다.
요즘은 술 중에서 막걸리도 마실 수 있다. 아시아나의 경우 지난해 10월부터 한국과 일본을 오가는 노선에 캔막걸리를 내놓고 있다. 막걸리를 좋아하는 일본인 탑승객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서다. 안주로는 김치전이나 도토리묵을 내놓는다. 다른 술도 마찬가지지만 승객에게 제공하는 양의 제한은 없다. 하지만 너무 많이 마신다고 판단될 경우엔 "술이 떨어졌다" 등의 이유를 들어 승무원의 제재가 들어온다.
기내식 메뉴를 짤 때는 많은 전문가들이 동원된다고 한다. 아시아나항공의 경우에는 궁중음식연구원·이탈리아레스토랑 라쿠치나·딤섬전문점 딘타이펑 등의 전문 요리사와 제휴를 맺어 메뉴를 결정한다.
싱가포르 항공은 ‘고든램지의 신장개업’이라는 해외 TV프로그램으로 유명한 영국 요리사 고든 램지에게 자문을 받고 있기도 하다. 아시아나항공 케이터링개발팀 이창영 차장은 “기내식 메뉴를 선택하기 위해서 20여 가지 이상의 음식을 나열해 놓고 전문가들과 함께 시식을 한다. 하지만 그 많은 음식 중에서도 기내식으로 선정되지 않은 경우가 일쑤”라고 말했다.
최근 기내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기내식이 항공사 선택에 미치는 영향력도 커지고 있다. 이 차장은 “기내식에 대해 조언과 평가를 해주는 전화가 자주 오고 있다. 또 기내식을 비교하는 누리꾼까지 생길 정도로 관심이 높다”고 말했다.
실제 해외 출장이나 여행이 잦은 블로거들이 기내식 사진과 함께 맛을 평가하는 글을 올리고 있다. 맛뿐만 아니라 기내식의 위생·모양·재료까지 상세하게 설명을 덧붙여 비행기를 타려는 사람들의 항공사 선택에 도움을 주고 있다.
김환 [hwan2@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