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도심 고층 빌딩에서 농사 짓게되면…
입력 : 2012.01.18 03:07
[도심 빌딩 속 수직농장]
식품 운송거리(푸드 마일리지·food mileage) 가장 긴 한국… '빌딩産 채소'가 대안
건물 층수 높여 재배하면 땅 좁아도 수확 늘릴 수 있어
유통 단축돼 탄소배출 줄어 도심에 신선한 음식 공급… 경작지 늘어 식량 안보에 도움
미국산 쇠고기가 한국인의 밥상에 오를 때까지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는 얼마나 될까. 2010년 한국대기환경학회지에는 한국과 일본·영국·프랑스 4개국의 푸드 마일리지(food mileage)를 비교한 연구 결과가 소개됐다. 푸드 마일리지는 생산지에서 소비지까지의 이동거리(㎞)에 식품수송량(t)을 곱한 것으로 값이 클수록 온실가스 발생량이 많다는 뜻이다. 이 연구 결과에 따르면 2007년 1인당 농산물을 수입하기 위해 배출하는 이산화탄소량은 한국이 6143t·㎞로 1위를 차지했고 일본(5760t·㎞), 영국(3211t·㎞), 프랑스(1468t·㎞) 순으로 나타났다. 2003년엔 일본이 5916t·㎞로 한국(4222t·㎞)보다 많았으나 역전됐다. 4년 만에 한국은 1인당 푸드 마일리지가 약 2000t·㎞ 늘었다.최근 한국인의 밥상이 '이산화탄소 덩어리'라는 비판이 거세지면서 국내 농업과학자들은 소비지에서 가까운 곳에서 짓는 '도시농업'을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농산물 수송 비용을 줄이면 가격도 저렴해지고 온실가스 배출량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고층 건물에서 짓는 농사
도시농업에서 최근 가장 주목받는 것은 식물공장, 그중에서도 가장 첨단을 걷는 분야가 고층 건물에서 농사를 짓는 수직농경 분야다. 수직농장의 개념은 1999년 처음 제시됐다. 도심에 수십 층짜리 고층건물을 지은 뒤 각층을 수경 재배가 가능한 논밭으로 활용하는 신개념 농업이다. 물론 농작물 외에도 층별로 물고기나 소, 돼지를 기를 수도 있다. 지난해 '솔루션 그린'을 출간한 서울대 산림과학부 김성일 교수는 "농수산물 유통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줄이는 한 방법으로 수직농장을 비롯한 도시농업이 대안 가운데 하나"라고 말했다.
- ▲ 미국 버티컬팜(수직농장) 공동 프로젝트에 제안된 다양한 형태의 고층 농장 모습들. 도심의 빌딩에서 농사를 짓는 수직농장은 계절에 상관없이 365일 경작이 가능한 것은 물론 농산물 생산과 유통과정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를 줄일 수 있는 미래형 농업으로 주목받고 있다. /버티컬팜닷컴 제공
수직농경 전문가인 미국 컬럼비아대 공중보건학과 딕슨 데포미에 교수는 "30층짜리 빌딩을 지으면 약 5만 명에게 평생 공급할 음식을 생산할 수 있다"고 추정했다. 연구에 따르면, 50층짜리 초고층 농장에서 잎이 발산한 수증기를 모을 경우 하루 62만리터(L), 서울 시민 2175명이 하루에 사용할 물을 공급할 수도 있다.
◇푸드 마일리지 줄이는 도시농업
농촌진흥청 김동억 박사는 "식물공장 등 도시농법은 무엇보다 도시 가까이에서 소비자들에게 식량과 채소를 공급하기 때문에 유통 거리가 짧고 탄소배출량을 줄일 수 있는 것이 장점"이라고 말한다.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에 따르면 서울시에서 식물공장을 포함한 도시농업이 가능한 면적은 51.15㎢로 배추·무·파·상추·시금치 등 12개 작물을 재배할 경우 종전보다 1만1653t의 이산화탄소를 덜 배출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서울시에 들어오는 작물 가운데 배추와 무는 1인당 푸드 마일리지가 각각 평균 354.57t·㎞와 300t·㎞에 이른다.
◇식량 안보에도 효과적
인구 70%가 도시에 살고 농지면적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식물공장은 식량문제의 새로운 해결책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실제로 한국은 최근 수년간 농지 면적이 점차 감소하고 있다. 2010년 한국 총 경지면적은 173만7000헥타르로 전년보다 2만2000헥타르가 줄었다. 불과 1년 만에 군(郡) 단위 전체 경작지 규모의 농지가 사라졌다는 것을 뜻한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20년 우리나라 전체 경작지 면적은 식량 자급이 위험한 수준인 158만 헥타르까지 줄어들 전망이다.
문제는 농지 면적이 줄어들면 좁은 면적에서 많은 농작물을 수확하기 위해 그만큼 제초제와 살충제 사용량도 늘어난다는 점이다. 수직농장은 층수를 높일수록 그만큼 땅을 더 넓힐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예전에는 100m²의 땅에서 농사를 지었지만 30층짜리 수직농장을 지으면 30배 넓은 3000m²의 농경지를 확보하는 셈이다. 게다가 실내에서 365일 재배되기 때문에 병충해나 풍수해를 입을 가능성이 작다. 살충제 사용량도 그만큼 줄일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가까운 이웃 나라 일본은 현재 50곳에서 운영하고 있고 2013년까지 그 수는 150개로 늘어날 전망이다. 국내에는 농촌진흥청이 운영하는 빌딩형 식물공장과 서울 금천구, 경기도 용인과 화성, 경북 구미 등에서 기업이 운영하는 10여곳의 식물 공장이 설립됐지만, 고층건물 형태의 수직농장은 없다.
☞푸드 마일리지(food mileage)
식품(food)이 생산지에서 소비자의 식탁에 오르기까지의 이동거리(mile)를 말한다. 보통 이동거리(km)에 식품수송량(t)을 곱해 계산한다. 해외 농산품 수입이 많아지면서 안정성·신선도·온실가스 등 식품의 환경적 영향을 평가하는 주요한 지표로 쓰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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