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판교동에 지은 SK D&D의 모듈러 주택 외관
21일 서울 양재동 AT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1회 서울정원박람회’에 참석한 이규호씨(63)는 한동안 황토 조립식주택 부스 앞을 떠나지 못했다. 39㎡ 규모의 조립식 주택을 짓는 데 2500만원가량이 들어간다는 이야기를 듣고 비어있는 고향집터가 생각났기 때문이다. 이씨는 “전원주택을 짓고 농사를 지으며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하다가 조립식 주택을 보니 한번 알아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전원주택에서 제2의 인생을 꾸미고자 하는 베이비부머들이 늘어나면서 조립식 주택의 형태가 다양하게 바뀌고 있다. 주택 한 면에 아궁이를 배치하고 온돌을 뗄 수 있는 구조로 디자인한 황토 조립식 주택이 나오는가하면, 한옥 조립식 주택이 등장하는 등 소비자의 선택 폭이 넓어지고 있다.

조립식주택에 눈길이 가는 가장 큰 이유는 내 입맛에 맞는 집을 비교적 저렴하게 지을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조립식 단독주택을 시공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은 시공업체와 유형별로 차이가 있지만 평균 3.3㎡당 350만원가량이라고 추산된다. 황토주택의 경우는 3.3㎡당 400만원, 한옥주택의 경우는 400만원~600만원 선으로 봤다. 일반 단독주택 시공비는 700만원, 한옥 시공비는 1000만원 선이다. 비용을 절반가량 줄일 수 있다.

공사기간도 대폭 줄일 수 있다. 벽과 골조, 지붕, 전기배선 등 전체 공정의 70~80% 이상을 공장에서 만들어 와 현장에서는 내외장재를 조립만 하면 되기 때문에 약 2주~4주가량이면 집 한 채를 지을 수 있다. 일반 단독주택은 기초공사부터 완공까지 최소 3개월 이상 걸린다.

또 조립식 주택은 살다가 다른 곳으로 옮겨 지을 수 있으며 주택을 해체해도 자재 90% 이상을 재활용할 수 있다는 점도 조립식 주택의 강점이다.

전문가들은 최근 조립식주택 수요가 늘면서 군소업체들이 난립하고 가격에 거품이 끼는 등 부작용이 생기고 있어 시공업체를 정할 때는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한 중소 주택시공업체 관계자는 “같은 재료를 썼는데도 평당 300~600만원까지 차이가 날 수 있다”며 “여러 곳을 비교해보고 가장 믿을만하다고 판단되는 시공업체에 맡기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SK건설 단독주택시공 계열사인 SK D&D 관계자는 “지금까지 조립형 주택이 활성화되지 못했던 가장 큰 이유는 하자가 발생하거나 수선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등의 문제 때문도 있었다”며 “이런 점도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편 조립식 주택시장 규모가 날로 커지면서 업체 간 경쟁은 점차 심화될 전망이다. 대한건설정책연구원은 연구보고서를 통해 “2003년 도입된 국내 조립식 건축시장 규모가 지난해 1000억원대로 커졌고 2020년까지 최소 9400억~최대 3조4000억원까지 성장할 것”이라며 “국토해양부 등 정부기관의 정책지원도 나왔기 때문에 시장성장세가 두드러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Posted by 행복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