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병환자 자살 남의 일 아니다, 어떻게?
입력 T 2011.05.10 05:55 수정 2011.05.10 05:55
의사들 “유머 건네고 요가 명상 등 함께”
60대 김 모 씨는 심한 호흡곤란을 불러오는 만성폐쇄성폐질환(COPD)를 앓고 있다. 몸의 다른 곳에는 전혀 이상이 없지만 숨쉬기가 힘들어 밥 먹고 머리를 감는 등의 일상생활도 스스로 하기 어렵다. 조금만 움직여도 숨이 차 혼자 화장실조차 갈 수 없다. 하루 종일 자리에 앉아 TV만 본다. 가족 이외의 사람들과 거의 만날 일이 없다. 대인기피증에 우울증까지 생겨 하루에도 몇 번씩 이렇게 살아서 뭐하나 하는 생각을 한다.
어버이날 지병을 앓던 노부부가 자식들에게 짐이 되기 싫다는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지난달에도 암 투병 중이던 노부부가 유서를 남기고 음독으로 자살을 기도했으며 말기 암으로 투병 중이던 환자가 건물 아래로 뛰어내려 숨진 사건도 있었다. 우리나라 뿐 아니다. 7일 프랑스 여배우 브리지트 바르도의 전 남편이자 독일의 억만장자인 군터 작스(78)가 치매를 앓으며 삶을 비관해오다 권총 자살했다.
암, 치매, 파킨슨병, 만성폐질환, 내분비계질환, 심근경색 등 다양한 병이 우울증을 불러올 수 있다. 병원에 입원한 내외과 계열 환자의 20% 이상이 치료가 필요한 우울증이라는 보고도 있다. 우울증은 환자들이 치료에 소극적이게 만들거나 치료를 방해하며 때로는 극단적인 선택으로 내몬다.
텍사스 대학교 사우스웨스턴병원 내과 수잔 헤다야티 교수는 “만성질환자에게는 기력감퇴, 식욕저하, 수면장애 등 우울증상과 유사한 증상이 자주 나타난다”고 말했다.
미국정신과학회에 따르면 중병이 진단되면 이전에 없던 우울증이 생기고 이 때문에 치료에 소극적이 돼 사망률이 높아진다. 중병 환자가 우울해지면 면역계, 호르몬계, 신경계의 상태가 악화돼 병이 깊어지고 자살 충동이 생긴다는 것. 미국정신과학회는 2003년 연례총회에서 “대규모 임상시험 결과 중병 환자가 우울병이 진단되지 않아도 우울증 약을 복용하면 치료성과가 좋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발표했다.
한림대성심병원 정신과 전덕인 교수는 학술지 ‘종합병원 정신의학’에 게재된 논문에서 “유방암 환자들은 암 치료를 시작하기도 전인 진단 초기 단계에서부터 우울증이 시작된다”며 “우울증은 환자의 투병의지를 약화시키고 그 자체가 면역력을 떨어뜨려 암의 경과와 치료 예후를 나쁘게 한다”고 말했다.
우울증을 앓는 사람들은 통증에도 민감하게 반응한다. 미국 캘리포니아 주립 대학교 샌디에이고캠퍼스의 이리나 스트리고 박사팀은 우울증 환자의 뇌에서 감정적 반응과 관련된 부위가 정상인보다 훨씬 과다하게 반응하고 통증을 완화시키기 위한 반응 속도는 떨어지는 것을 발견했다. 다시 말해 똑같은 통증을 받아도 훨씬 강하고 오래 느낀다는 것.
행복전도사 방송인 최윤희도 “통증으로 살기 어렵다”는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었다.
한국자살예방협회 하규섭 회장(분당서울대병원 신경정신과)은 “어찌해 볼 수 없을 정도로 건강이 악화되고 스스로를 정신적으로 막다른 골목으로 몰아가면 극단적인 선택에 이를 수도 있다”면서 “이제는 사회 전체가 중병 환자의 병 뿐 아니라 마음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정신과 의사들에 따르면 중병 환자의 가족의 역할이 중요하다. 중병 환자에게 따뜻한 위로의 말과 유머를 자주 건네고 함께 △산책 △요가 명상 등 정신활동 △종교생활 △취미생활을 하면 마음이 밝아져서 치유에도 도움이 된다는 것. 필요하면 정신과 의사의 도움을 받아 정신 상담이나 우울증 약 처방을 받는 것도 방법이다.
박도영 기자 (catsalon@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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