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텔의 재발견, ‘중년 부부의 사랑 싹튼다’
입력 T 2011.05.21 05:55 수정 2011.05.21 05:55
부부간 화목과 건강 지키는 ‘일석 이조’
인천에 사는 김영환(가명, 53)씨 부부는 한 달에 2~3차례 모텔을 찾는다.
집에서 차로 20분 거리에 있는 주안역 주변 골목의 P모텔이 단골이다. 이들 부부는 멀쩡한 집을 놔두고 모텔에 가는 것을 처음엔 주저했었다. 아내도 망측하다며 손사래를 쳤었다.
하지만 깨끗하고 쾌적한 환경, 은은한 조명과 예쁘게 꾸민 실내 디자인, 저렴한 사용료에 부부는 금세 모텔 사랑에 빠졌다. P모텔의 웬만한 방을 정복(?)한 부부는 이제 마니아들이 정보를 공유한다는 ‘모텔가이드’(http://cafe.daum.net/motelguide)나 ‘야놀자’(http://cafe.daum.net/moteltour)에서 새로운 모텔을 탐색하기 시작했다. 다음 주말엔 월미도의 S모텔에 가볼 생각이다.
사이트에 올라온 방문 후기가 괜찮아서다. 이제 김씨 부부에게 모텔은 익숙한 주말 나들이 코스의 하나가 되었다.
김씨 부부가 자기네 안방을 놔두고 모텔을 찾은 이유는 이제 고교 2학년이 된 아들 때문이다. 어쩌다 부부생활을 하려해도 밤늦게까지 공부하는 아들의 눈치가 보여 쉽지가 않았다. 그동안 김씨 부부는 아들이 수학여행을 가는 등의 기회가 오지 않으면 분위기 잡을 엄두를 내지 못했다. 성욕은 있지만 환경에 의해 어쩔 수 없이 ‘섹스리스 커플(sexless couple)’이 된 것이다.
하지만 모텔은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둘 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는 독립된 공간이었다. 이제 김씨 부부는 성생활을 즐길 뿐만 아니라 부족했던 대화도 나눌 수 있게 됐다. 평소에도 스킨십이 많이 늘었고 웃는 일도 잦아졌다.
김씨는 “모텔에서 아내를 마주하면 집에서 보는 것과 달리 좀 설레기도 해서 연애시절로 돌아간 기분이 들 정도”라고 했다.
타의에 의해서든 자의에 의해서든 한국의 부부들은 40~50대에 벌써 섹스와 담을 쌓는 길로 들어서는 경우가 많다. 건강만 잘 지키면 70~80대까지도 성행위는 가능한데도 말이다. 몸이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지기 쉽다. 특히 중년은 부부 관계에 위기가 닥칠 위험이 가장 큰 시기다.
행복한 성문화센터의 배정원 소장은 “중년은 주로 자녀들이 한참 공부하는 나이여서 부부의 사생활은 포기해야 하는 분위기가 있다”면서 “어쩌다 성생활을 하는 경우에도 자칫 의무감에서 치르는 행사가 될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섹스리스가 된 중년 부부들이 찾는 대안이 바로 모텔이다. 대한숙박업중앙회 관계자는 “부부들이 모텔을 얼마나 자주 이용하는지를 조사한 통계는 없지만 한국의 모텔은 가격 대비 시설이 매우 좋은 편이어서 부담 없이 찾을 수 있다”며 “모텔을 부정적으로만 보는 시선이 많이 없어졌다”고 말했다.
주안역 인근의 모텔에서 근무하고 있는 L씨는 “손님들에게 대놓고 물어보지는 못하지만 몇 개월 일하다보니 행동이나 말투를 보고 부부인지 아닌지 정도는 알 수 있게 됐다”며 “확실히 예전보다 부부 손님이 많아졌고 이들은 주로 주말에 대실을 많이 이용하는 편”이라고 귀띔했다.
모텔도 변신하고 있다. 불륜의 온상처럼 여겨졌던 과거의 어두운 이미지는 거의 없어졌다. 객실 분위기도 달라졌다. 고객들의 성향을 고려해 조명과 벽지, 소품 등을 이용해 독특한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좋은 아이디어로 고객을 만족시켜 전국적으로 유명한 모텔이 된 곳이 많다.
대구의 한 유명 모텔은 객실마다 ‘베르사이유의 장미’나 ‘조선남녀 상열지사’처럼 독특한 이름을 붙이고 분위기를 그게 맞게 각기 다르게 꾸몄다. 한 번 찾은 고객이 다음에는 다른 방을 찾고 싶게 만든 것이다. 이 모텔은 한 영화의 촬영장으로 이용되면서 더욱 유명해졌다.
서울 신촌의 모텔들은 주변에 대학교가 많은 것을 감안해 스터디 룸을 갖춰놓기도 했다. 고객의 성향을 파악,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강남구 역삼동의 한 모텔은 객실내에 포켓볼 당구대나 게임기를 설치해 연인뿐만 아니라 친구, 가족도 함께 즐길 수 있도록 했다.
배정원 소장은 “모텔은 새로운 분위기에서 자유롭게 행동할 수 있어 부부 관계에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부부 관계를 자주하는 남성은 테스토스테론이 더 많이 분비되어 더욱 활동적인 모습을 보인다”면서 “여성의 경우 폐경기가 다가오면 우울해하는 일이 많은데 이럴 때일수록 부부관계를 자주하면서 스킨십과 대화를 많이 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손인규 기자 (ikson@kormedi.com)
그래픽/김성준 기자 (joonreport@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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