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영 칼럼] 가정 폭력은 우리 모두의 문제
정재영 교수(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종교사회학) l 등록일:2016-02-11 13:42:29 l 수정일:2016-02-12 18:10:45
▲정재영 교수 |
최근 우리 사회에서 가정 폭력 사건이 큰 이슈가 되고 있다. 가정 폭력으로 인해 아이들이 학대당하고, 가장이 부인과 아이들을 살해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가 하면 폭력으로 자녀를 사망에 이르게 한 뒤에 이 사실을 은폐하려고 시신을 훼손하여 유기하는 일들이 연이어 발생하여 사회에 큰 충격을 주고 있다. 급기야 유명 신학교에 강의를 나가는 목회자가 중학생 딸을 폭행으로 살해하고는 11개월 동안 시신을 방치하는 일까지 벌어져 교계를 크게 당혹시키고 있다. 도덕적으로 모범을 보여야 하는 목회자 가정에서마저 이런 일이 일어난 것은 이제 우리 사회에서 어느 누구도 가정 폭력으로부터 안전하지 않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이다.
현재 전국에 장기결석 중인 초등학생은 220명에 이르고 20명은 행방불명으로 나타나고 있으나 장기결석생에 대한 담당자조차 분명하지 않아 전혀 관리가 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행방불명인 학생들도 염려스럽지만, 가정에 있으면서도 학교에 나오지 않는 학생들도 절대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 더 큰 문제이다. 사회학에서는 가정을 현대 사회에서 가장 위험스러운 장소로 보기도 한다. 통계로 보았을 때, 남녀를 불문하고 어느 연령층의 사람이라도 밤중의 길거리에서보다도 집안에서 신체적 공격을 당할 확률이 훨씬 높게 나타난다. 일생동안 집 밖에서 구타나 폭행을 당한 경험은 별로 없지만, 누구나 한번쯤 집 안에서 폭행을 당한 경험은 많이들 가지고 있을 것이다. 부천 여중생 역시 담임교사가 집으로 돌려보낸 뒤에 집에서 폭행을 당해 사망에 이르게 되었다는 점에서 충격이 더 큰 것이다.
이런 점에서 이번 목회자 가정 폭력에 대해 목회자에게 초점을 맞춰 비난하기보다 가정 폭력 자체에 경각심을 가지고 우리 모두의 문제로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도덕적으로 어느 정도 훈련이 된 목회자 가정에서도 이런 일이 일어났다는 것은 그만큼 가정 폭력이 항존한다는 것이고 우리 모두가 주의하지 않으면 언제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는 사실을 웅변한다. 사회학에서는 이러한 가정 폭력의 요인을 가족생활의 특징으로서 정서적 강도와 개인 간의 친밀도가 합쳐진 것이라는 점으로 설명한다. 곧 가족의 친밀성은 보통 애증이 혼재되는 강한 정서 상태인데, 가족 상황에서 발생하는 시비는 다른 사회 상황에서는 동일하게 느껴지지 않았을 적대감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는 것이다. 사소한 사건에 불과한 것이 배우자간에 또는 부모 자식 간에 엄청난 적대감을 일으켜서 폭행을 일으킬 수 있다. 보기를 들어, 다른 여자의 기괴한 행동에 관대함을 보이는 남자가 자신의 아내나 여동생 또는 딸의 행동에 대해서는 비이성적으로 분노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가정 폭력의 원인은 우리 사회
가정 폭력은 보다 포괄적인 유형의 폭력 행위를 반영한다는 점에서 더 큰 문제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곧 가정 폭력을 행사한 남성들 중 다수가 다른 상황에서도 폭력을 행사하기 때문에 가정 폭력이 사회 폭력으로 비화되는 것이다. 가정 폭력의 피해 경험이 있는 경우 자신이 가정 폭력의 가해자가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악순환의 고리를 끊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특히 우리사회에서는 흔히 ‘사랑의 매’라고 하여 자녀에 대한 신체적 징벌에 관대한 편이기 때문에 이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는 것이 시급한 과제이다.
이러한 가정 폭력의 원인을 일부에서는 가정의 해체에서 찾기도 한다. 최근 우리 사회에서 이혼이 급증하였고, 이에 따라 재혼도 증가하였다. 이 밖에도 조손 가족, 한부모 가족, 기러기 가족 등 전통적인 가족의 형태와는 다른, 이른바 비정형 가족이 급증하고 있는 추세이다. 이러한 가족의 해체가 가정 폭력의 원인이 된다는 것이다. 이것은 일면 맞기도 하지만 틀리기도 하다. 이번 목회자 가정도 재혼 가족이기는 하지만, 가정 폭력이 비정형 가족에서만 일어나는 일도 아닐뿐더러 비정형 가족이 가정 폭력의 원인이라면 마땅한 해결 방안이 없기 때문이다. 비정형 가족이 증가하는 것은 일종의 사회 추세이고 이를 돌이키기는 매우 어려운 일이기 때문에 결국 해결책을 찾을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우리 사회에서 가정 폭력이 최근에 더 문제가 되는 것은 가정의 불안정과 관련되어 있다. 몇 년 사이 경제 상황이 악화되면서 가족부양에 대한 가장들의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어떻게든 처자식은 먹여살려야 하고 남들만큼 자식들 뒷바라지도 해줘야 하지만 현실은 그리 녹록치 않은 상황이다. 고용 불안정으로 직장에서 자리를 지키기도 쉽지 않고 직장을 나와서 자영업을 해봐야 성공하기도 어렵다. 이러한 사회적인 요인이 가정을 더 불안하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학교 폭력이 줄어들지 않은 중요한 요인 중의 하나도 학교 교육 환경의 문제이고, 묻지마 살인과 같은 극단적인 사회 범죄 역시 우리 사회의 구조적 요인이 크게 작용하고 있는 것처럼 가정 폭력의 문제 역시 우리 사회 자체에 그 문제의 원인이 있는 것이다.
사회 구조를 바꿔야
문제의 원인이 사회에 있다면 사회를 바꿔야 한다. 먼저 자녀를 마치 자신의 소유물로 여기는 자녀에 대한 관점을 바꿔야 한다. 집단주의 문화가 강한 우리 사회에서는 자녀에 대하여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 가지는 권리를 존중하기보다 마치 부모의 부속물처럼 여기는 경우가 많다. 많은 부모들이 “자식을 위해서”라는 미명 하에 자신의 욕망을 자녀에게 투영하여 자녀들을 자신의 욕심을 채울 도구로 삼기도 한다. 하지만 자녀는 부모의 소유물이 아니고 스스로의 인권을 가지고 있는 존재라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그리고 부모는 자녀가 바른 가치관을 가지고 자신의 행복을 스스로 추구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또한 가정 폭력을 단순히 가정사로 치부하고 방치할 것이 아니라 사회에서 보다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 가족 내 폭력의 상당수는 실제로 관대하게 처리되거나 심지어 인정되는 현실이 가정 폭력을 예방하지 못하고 더 키우게 된다. 대부분의 사회에서 가정 내 폭력은 어느 정도 인정되고 있고, 설령 문제가 되더라도 ‘남의 가정사’로 여겨지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개입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제는 가정 내 폭력을 분명한 범죄로 인식하고 적극적으로 개입할 뿐만 아니라 장기 결석생에 대해서는 학교나 공공기관에서 보다 분명하게 원인을 파악해서 가정 폭력의 가능성을 애초에 줄여야 한다.
그리고 교회는 올바른 공동체의 모범이 되고 스스로 공동체의 역할을 감당해야 한다. 오늘날 상황에서 지나치게 혈연을 중심으로 하는 삶의 방식은 올바른 기독교인의 태도라고 볼 수 없으며 우리 사회에 바람직하게 기여하기도 어렵다. 우리는 혈연이나 지연에 연고한 가족 이기주의가 아니라 기독교 정신에 터한 바른 신앙 공동체를 형성해야 한다. 그리고 가능한대로 우리 사회의 문제를 해결하고 삶의 여건을 개선하기 위해 함께 노력해야 한다. 하나님은 교회 안에서만 아니라 우리 사회의 모든 영역에서 주인 되심이 인정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독교인은 하나님의 방식과 어긋나는 우리 사회의 모습들을 바꾸기 위해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 교회나 신앙공동체의 노력으로 우리 사회의 문제를 단숨에 해결하기는 어렵겠지만, 이러한 다양한 노력들이 이루어진다면 우리 사회에서 의미 있는 변화를 이루어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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