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석 교수 “사회적 책임 다할 때, 교회 권위 살아난다”
윤화미(hwamie@naver.com) l 등록일:2015-10-13 13:20:51 l 수정일:2015-10-13 17:19:24 
     

96세의 철학자 김형석 교수가 역사 속의 기독교를 이야기하며 현대 교회들이 그리스도의 정신을 잃어가고 있음을 안타까워했다. 김 교수는 예수가 그러했듯 그리스도인이 사회와 역사에 대한 책임을 다할 때, 교회 권위는 다시 살아난다고 강조했다.
 
▲한국기독교철학회가 주관하는 기독인문아카데미 첫 강의가 12일 저녁 백석대학원 진리동에서 열렸다. 김형석 연세대 명예교수가 강사로 나서 '역사 속 기독교의 위상'을 이야기했다.ⓒ뉴스미션

“나는 설교 아닌 책을 통해 신앙이 생겼다”
 
한국기독교철학회가 주관하는 첫 번째 기독인문아카데미가 ‘기독교 인문학, 한국교회를 진단하라’란 주제로 4주 동안 월요일 저녁마다 백석대학원에서 개최된다.
 
12일 열린 첫 강의는 우리나라 1세대 철학자인 김형석 연세대 명예교수가 역사와 사회 속의 교회를 이야기했다. 올해 96세인 김 교수는 얼마 전 신앙적 통찰을 담은 책 <예수>를 출간한 바 있다.
 
김 교수는 이날 강의에서 기독교가 인류를 위한 진리의 종교임을 강조하며, 진리가 되는 성경의 말씀이 개인의 삶과 가치로 스며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나는 목사님 설교를 듣고 신앙을 갖지 않았다. 책을 읽고 신앙이 생겼다. 예수님 말씀이 내 인생관이 됐고 그것을 절대 버릴 수가 없었다”며 “예수님은 사람에게 인생의 목적과 방법을 가르쳐주셨다. 예수님의 말씀이 나의 인생관, 가치관이 되면 그것이 진리가 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하지만 사람들은 진리를 받아들이지 않고 교리를 받아들인다. 목사님들이 진리가 아닌 교리를 가르치기 때문”이라며 “어린 아이들에게 자꾸 교리를 가르치지 말라. 그럼 애들이 어른이 돼서 고민이 생긴다. 헷갈리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자유의지냐 예정이냐 이런 문제들을 난 한 번도 고민해본 적이 없다. 장로교니, 감리교니 하니까 문제가 생기는 것이다. 내가 느끼는 건 오직 은총의 섭리였다”며 “이것을 자꾸 교리로 설명하니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고민을 하는지 모른다”고 안타까워했다.
 
중세 교회, 교리와 교회주의 때문에 몰락
 
김 교수는 영적 암흑기로 불린 중세시대 교회의 역사를 설명하며, 교회가 타락한 원인이 교리주의, 교회주의에 있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중세시대 천주교가 범한 가장 큰 잘못은 진리를 교리로 바꿔놓은 것”이라며 “당시 교회는 ‘교회가 중하냐, 사회가 중하냐’ 했을 때 사회가 교회를 섬겨야 한다고 했고, ‘진리가 중하냐 교리가 중하냐’ 했을 때 교리가 중요하다는 데 일치했다. 가장 큰 실수였다”고 설명했다.
 
 
▲김형석 명예교수(연세대, 96세)ⓒ뉴스미션
그는 “중세 교회가 왕권 이상의 권위를 가지면서 타락하기 시작했다. 정치도, 경제도, 문화도 내버리고 교회만 잘되면 된다는 교회주의를 따랐다”며 “기독교 정신을 버리고 인간적인 것을 받아들인 교회는 오히려 사회에서 폐쇄되고 역사적으로 몰락의 길을 걷게 됐다”고 덧붙였다.
 
근대 역사 속 프랑스와 영국 교회를 통해서도 기독교 정신의 중요성을 알 수 있었다.
 
김 교수는 “프랑스 혁명에서 민중이 원했던 건 자유, 평등, 박애였다. 이것은 기독교 정신이었다. 하지만 당시 프랑스 교회들이 그리스도의 정신을 버렸다. 교회를 지키기 위해 사회를 버렸다. 역사를 통해 교회가 사회를 책임지지 않았음을 알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반면 영국은 북쪽 장로교가 가난한 이들을 책임졌고 남쪽 감리교가 인간의 자유, 존엄, 희망을 강조했으며, 런던 빈민굴에서 구세군이 나와 민중을 도왔다. 이 같은 종교가 있어 영국은 프랑스 혁명과 같은 과정을 겪지 않았던 것”이라고 덧붙였다.
 
교회 부흥? 그리스도 정신 없으면 ‘빈집’
 
현대 교회의 모습은 어떠한가? 김 교수는 오늘날 교회가 진정한 그리스도의 정신은 잃어버리고 크기와 숫자에 집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교회가 대교회가 되니 부흥했다 하는데 그런 생각은 중세시대 교회의 생각과 같다”며 “교회가 커도 그리스도의 정신이 있으면 괜찮다. 작아도 그 정신만 살아있으면 된다. 하지만 교회가 크기만 하고 그리스도의 정신이 없으면 결국 빈집으로 남는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그리스도의 정신을 가진 교회가 사람들에게 성경에 기반한 수준 높은 민주주의, 경제적 가치 기준, 삶의 방향을 가르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세상 속의 정치인, 기업가, 젊은이들이 스스로 방향을 알 수 없을 때 ‘우리 목사님이 어떤 말씀을 하시는지 들어보고 배워야겠다’ 생각하고 교회에 올 수 있어야 한다. 기독교 정신을 잃어버리지 않고 오히려 그 정신을 더 높은 수준에서 이루는 교회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또한 시대적으로 추락한 교회의 권위는 사회에 대한 책임을 다할 때 자연스럽게 인정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예수님은 교리가 아니라 사회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리고 역사에 대한 책임을 졌다. 자진해서 십자가를 졌다. 그 어떤 종교도 이런 책임을 지지 않았다”며 “기독교의 권위는 사회에 대한 책임을 다할 때 생긴다. 예수님 대신 사랑하고 책임지는 사람이 권위를 나눠가질 권리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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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행복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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