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억 모슬렘 겨냥한 '할랄 브랜드'
"이제 '할랄'은 종교가 아닌 비즈니스"

(반가르 세리 베가완<브루나이>=연합뉴스) 노효동 기자 = 사례 1 = 세계적 프라이드 치킨 업체인 KFC는 지난해 5월 런던 8개 분점을 시작으로 영국 전역에 100개의 '할랄(이슬람식 도축과정을 거친 육류) 버거' 전문매장을 열었다. 이 때문에 베이컨이 들어간 '빅 대디' 버거를 그리워하는 소비자들의 항의가 끊이지 않는다. 말레이시아 '네슬레' 부스에는 이슬람식 규율을 준수했음을 명시하는 할랄 마크가 찍힌 시리얼바들이 진열돼있다. 콜게이트(Colgate) 치약은 이슬람법이 금지한 어떤 동물성 재료도 쓰지 않았다고 광고해 대표적 할랄 브랜드로 부상했다.

사례 2 = 인도네시아 전역에 닭고기를 공급하는 '시랏'사의 생산공정은 독특하다. 기계를 이용하지 않고 익숙한 손놀림의 직원이 전기충격으로 기절한 닭의 목을 직접 손으로 자른다. 닭의 고통을 줄이기 위해 단칼에 목을 쳐서 모든 피를 한꺼번에 뽑아내라는 할랄 규정에 따른 것이다. 덕분에 인도네시아 모슬렘들 사이에서는 '시랏 닭고기'가 최고로 평가된다.

지금 세계 유통시장에서는 할랄을 키워드로 한 '조용한 혁명'이 진행되고 있다. 이슬람 문화에 친숙하지 않은 우리로서는 도무지 생경한 풍경들이지만 모슬렘들이 포진한 유럽과 중동, 아세안 시장에서는 '할랄 제품이냐, 아니냐'가 중요한 생존의 잣대로 부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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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랄은 더이상 '종교'가 아니라 '비즈니스'다. 세계 인구의 25%에 달하는 13억 모슬렘 인구의 경제력과 활동영역이 커지면서 이들의 소비성향을 따라잡는 것이 새로운 경쟁력이 되고 있다.

지금까지 할랄이라고 하면 육류에 한정돼있었다. 단순히 이슬람법이 금한 돼지고기를 피하고 이슬람 율법에 따라 도축한 닭고기와 소고기를 가공한 제품을 뜻하는 것으로 여겨졌었다. 그러나 지금 할랄은 육류 뿐만 아니라 스낵, 화장품, 의약품, 미용비누, 건강보조제 등 비식품 분야와 서비스 분야에 이르까지 전방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세계할랄포럼(World Halal Forum) 조사에 따르면 작년도 전세계 할랄식품의 시장규모는 6천억 달러를 웃돌며 만약 비식품과 서비스 분야까지 포함하면 그 규모는 1조2천억∼2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문제는 과연 어떤 제품을 '할랄 브랜드'로 인정할 것이냐이다. 전세계 유통시장에 나온 할랄제품들은 저마다 '이슬람식으로 청결한 원료.성분을 쓰고 깨끗한 공정을 거쳤다'고 밝히고 있으나 이를 '검증'하고 '공인'해줄 국제적 공인기관은 아직 부재한 실정이다.

현재 할랄 인증을 부여하고 있는 기관은 전세계적으로 무려 300개 이상으로 추정되고 있으나 국제적으로 일원화된 인증시스템이 마련돼있지 않다. 각국이 개별적으로 인증체제를 운영하는 경우도 많다. 이에 따라 이슬람 국가들 사이에서는 할랄 국제표전을 제정하려는 움직임이 조심스럽게 진행되고 있다.

동남의 강소(强小)국인 브루나이 다루살람이 이 같은 할랄 인증을 새로운 국가브랜드 사업으로 추진하는 것은 이런 연유에서다.

하사날 볼키아 국왕의 특별지시를 받은 브루나이 산업자원부는 2000년대초부터 브루나이 특유의 인증시스템을 개발하고 이를 각국에 홍보하는데 총력전을 펴고 있다.

이슬람 시장에 판매되는 식품과 의류, 가전제품 등 모든 분야에서 엄격한 검증절차를 거쳐 '할랄 브랜드'를 인증해주겠다는 얘기다.

여기에는 스스로를 정통 이슬람으로 여기는 브루나이 특유의 자존심과 자기규율 정신이 자리하고 있다고 주 브루나이 대사관의 김대식 대사가 전했다.

현지 소식통은 "브루나이는 어느 이슬람국가보다 철저한 신앙심과 의식을 갖고 있는 국가"라며 "브루나이가 인증하면 다른 이슬람 국민들이 믿고 살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불행히도 우리나라는 이처럼 급속도로 커져가는 할랄시장에서 '이방인'과 같은 존재로 비쳐지고 있다. 이슬람 식품과 서비스 시장 자체가 우리나라에게는 미개척 분야인데다 할랄도 생소한 개념인 탓이다.

그러나 모슬렘 인구가 오는 2025년이면 세계 인구의 30%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점을 감안하면 할랄시장 진출은 우리에게 '피할 수 없는 선택'이 될 것임은 자명하다.

단순히 제조업 경쟁력만을 앞세워 이슬림 시장을 뚫으려고 한다면 할랄은 커다란 장벽으로 다가올 가능성이 크다. 만일 국내 업체가 사우디 아라비아에 치약과 화장품을 수출하려고 할 경우 '할랄 브랜드' 인증 여부는 판로개척의 성패를 가를 중요한 기준점이 될 것이 분명해 보인다.

이에 따라 한국 제품의 우수성을 홍보하면서 이슬람 소비자들에게 신뢰도를 주려면 국제적인 할랄 공인시스템과 유기적으로 협조하는게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브루나이와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필리핀 등 국제적으로 신뢰성있는 인증시스템 구축에 적극적인 국가들과 적극 협력을 꾀하는 것이 '비용'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이 될 것이라는게 현지 외교관들의 설명이다.

주 브루나이 대사관의 박일 참사관은 "최근 한국에서 몇몇 유통업체 관계자들이 다녀갔지만 아직까지 국내적으로 할랄시장 전체에 대한 인식과 주의가 부족한 것 같다"며 "우리나라는 아직까지 독자적 할랄 인증시스템 구축이 어려운 만큼 이미 인증시스템을 구비한 국과의 협력을 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rhd@yna.co.kr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2010/07/12 10:30송고
Posted by 행복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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