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혜원의 뚜벅뚜벅 라틴아메리카] 칠레 ③ 파스텔 빛 항구 도시 발파라이소

                                        

콘셉시온 언덕.

 
칠레 항구도시 ‘발파라이소’에 대한 사람들의 평은 엇갈린다. 아름다운 도시로 기억하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낡고 지저분한 도시라고 볼멘소리를 하는 이들도 있다. 어느 쪽일지는 직접 가보고 판단하는 편이 낫지만 여전히 발파라이소는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발파라이소는 칠레 수도 ‘산티아고’에서 북서쪽으로 190㎞ 떨어진 태평양 연안의 항구도시다. 정복자 ‘발디비아’가 산티아고를 건설한 이래 1554년 국가 최초의 항구로 지정되었다. 이 지역은 환태평양 조산대, 일명 ‘불의 고리’에 속해있어 예로부터 지진이 잦았다. 1730년에 발생한 대지진으로 주민들은 산허리로 이주할 수밖에 없었다. 산비탈을 따라 조성된 도시 발파라이소는 그래서 독특한 풍광을 갖게 됐다. 알록달록한 작은 집 사이로 구불구불한 골목길이 나있다.

2003년 유네스코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발파라이소는 골목 구석구석 볼거리가 많다. 하지만 구불구불 언덕길로 이루어진 지역 특성상 버스, 택시 그리고 케이블카 ‘아센소르’를 타고 시가지를 돌아보는 편이 낫다. 먼저 센트로의 중심가인 ‘소토 마요르 광장’으로 가면 중앙에 칠레의 영웅 ‘이끼께 기념탑’이 서 있다. 매일 오전 10시, 오후 3시에는 영어로 진행되는 프리 워킹 투어가 이곳에서 출발한다.

소토 마요르 광장 앞 ‘쁘랏 두부’는 다양한 어선과 컨테이너 화물선, 항구 주변을 도는 유람선 등으로 항상 분주하다. 유람선은 인원이 25명 차면 출발한다. 발파라이소 항구 주변을 30~40분간 돌며 물개와 바다사자가 있는 포인트를 들렀다 온다. 발파라이소 구시가지를 멀리서 조망할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가격도 저렴한 편이어서 한 번쯤 타볼 만하다.
 

라 세바스티아나 네루다 동상.


발파라이소에서 가장 추천하고픈 곳은 ‘파블로 네루다’가 살았던 집인 ‘라 세바스티아나’다. ‘바야비스타 언덕’에 있다. 이 집은 네루다가 세 번째 부인인 ‘마틸다 우르띠야’와 함께 산티아고에서 발파라이소로 이주해 살았던 집으로 1959년 지어졌다. 수도 산티아고의 생활에 염증을 느낀 난 네루다는 그의 친구에게 발파라이소에 작은 집을 구해달라고 요청했는데 ‘조용히 글쓰기에 적합하면서 너무 크지도 작지도 않은 집, 너무 높거나 낮지도 않은 집, 외곽에 있지만 항상 이웃과 교감할 수 있는 위치, 모든 것과 멀리 떨어져 있지만 버스 등 교통이 좋은 위치, 독립적이지만 상업시설과도 그리 멀지 않은 집’을 원했다. 그는 이 집의 첫 주인인 ‘세바스티안 코라도’의 이름을 따 집 이름을 ‘라 세바스티아나’ 라고 지었으며 ‘라 세바스티아나’ 라는 시를 남기기도 했다. 박물관으로 개관한 것은 1992년으로 영어, 스페인어, 포르투갈어 등의 오디오가이드가 있다. 2~3층 거실과 서재 등에서 내려다보이는 발파라이소의 모습이 아름다워 한참을 바라보게 된다.
 

이슬라 네그라 네루다의 집.


칠레에는 파블로 네루다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집이 두 곳 더 있는데 그 중 한 곳이 발파라이소에서 버스로 1시간 30분 떨어진 마을 ‘이슬라 네그라’에 있다. 파블로 네루다가 가장 많은 애정을 가졌던 집으로 이 집에서 많은 저작들을 남겼다. 발파라이소 터미널에서 ‘풀만 라고 페뉴엘라스 버스’의 ‘산 안토니오’ 행 버스를 타고 중간에 이슬라 네그라에서 내리면 된다. 제한된 인원만 입장이 가능하기 때문에 이른 시간에 가는 것이 좋다.

다시 네루다의 집 ‘라 세바스티아나’에서 나와 ‘페라리 골목’을 따라 10분 정도 내려오다 보면 왼편에 ‘오픈 에어 뮤지엄’ 입구가 보인다. 말 그대로 ‘하늘을 향해 열려있는’ 박물관이다.

 

아센소르 이스피리투산토.

DA 300



1969년부터 1973년 사이 20여 명의 발파라이소 지역 대학생들이 골목길을 따라 그려놓은 다양한 작품들을 만날 수 있는 곳이다. 입구를 지나 오르막을 따라 오르다가 ‘아센소르 이스피리투 산토’ 앞에서 계단을 따라 내려오면서 그림들을 감상하자. 다리가 아프다면 아센소르를 타고 언덕을 내려오는 방법도 있다. 일몰시간이 가까워 오면 뚜리 시계탑 부근에서 아센소르를 타고 콘셉시온 언덕으로 가자. 갤러리와 레스토랑, 호스텔 등이 몰려있다.


[출처: 중앙일보] [강혜원의 뚜벅뚜벅 라틴아메리카] 칠레 ③ 파스텔 빛 항구 도시 발파라이소
Posted by 행복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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