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은 먼지를 뒤집어 쓴 지옥이었다
17.01.30 13:46
최종 업데이트 17.01.30 13:46▲ 가게를 여는 여인 사원내에 있는 상점에서 가게 주인이 물건을 팔기 위애 진열하고 있다. | |
ⓒ 임재만 |
1월 12일, 밤 10시가 넘어 카드만두 트리부반 공항에 내렸다. 공항은 작았고 시설도 낙후되어 보였다. 공항에서 대기하던 승합차를 타고 공항을 빠져나와 시내 숙소로 향했다. 20여분 달리자 곧 시내로 들어섰다. 도시의 불빛은 좀 어둡고 음산했다. 거리에는 많은 차가 다니고 있었으나 도로 포장상태가 썩 좋지 않아 보였다.
차는 숙소가 위치한 카트만두 도심, 일명 여행자 거리라는 곳에서 멈춰 섰다. 도심 골목이 무척이나 어두워 보였다. 상점은 이미 문을 닫은 지 오래고, 골목엔 희미한 가로등만이 조는 듯 힘없이 서 있었다. 네팔의 수도 카트만두의 첫 인상은 어둡고 칙칙했다.
네팔은 지금 계절상 한겨울이다. 그러나 한국만큼 춥지는 않다. 더구나 카트만두는 해발 1300m가 넘는 고지대임에도 영상의 기온을 유지하고 있었다. 이곳은 1월의 평균 기온이 3도에서 17도 사이로 한국의 늦가을과 흡사하다.
이른 새벽임에도 사원에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올라와 있었다. 일출을 보기 위해 온 사람도 있고, 기도를 위해 온 사람도 있다. 오전 7시가 되자 여명이 보이기 시작했다. 사원에 올라온 사람들이 갑자기 분주해 지기 시작했다. 떠오르는 해를 사진에 담기 위해 카메라를 꺼내 열심히 셔터를 누르는 사람도 있고, 아침 해를 바라보며 환호와 기도를 하는 사람 그리고 사원을 빙빙 돌며 간절하게 소망을 기원 사람들로 사원은 술렁이기 시작했다.
드디어 해가 여명을 앞세우고 서서히 떠오르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숨을 죽이며 그곳을 응시했다. 과연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까! 그러나 기대와는 달리 어떤 분장도 하지 않고 평범하게 나타났다. 가만히 살펴보니 공중에 떠 있는 수많은 먼지와 수증기로 인해 기대한 일출은 볼 수가 없었다.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기다려 보았지만 점점 수증기가 위로 올라 와 시계를 흐릴 뿐 바라던 모습은 볼 수가 없었다.
▲ 사원에서 만난 원숭이 새벽에 사원에 오른자 원숭이가 낯선 이방인을 지붕에서 가만히 내려다 보고 있다. | |
ⓒ 임재만 |
산위로 해가 쑥 떠오르자 사원 어디에서 숨어 있었는지 수많은 비둘기와 원숭이들이 떼를 지어 나타났다. 어림잡아 수 백 마리는 돼 보였다. 비둘기들은 마당에서 무언가 주워 먹기에 바쁘고, 원숭이들은 가족들과 어울려 돌아다니며 사람들에게 포즈를 취해 주는 등 사람들의 이목을 끌고 있었다. 원숭이들은 혼자보다는 가족과 함께 어울려 있었는데, 모습들이 참 인상적이다. 어미 원숭이가 어린원숭이를 안거나 어깨에 태우고 앉아 있는 모습이 너무 사랑스러웠다. 가족의 참 모습을 보는 같아 마음이 절로 행복해진다.
스와암부나트사원은 네팔에서 가장 오래된 사원으로 2000년 전에 건립되었다고 한다. 네팔불교인 라마교의 성지로 원숭이들이 많이 살고 있어 원숭이 사원이라고도 한다. 전설에 의하면 카투만두는 원래 호수였다고 한다. 문수보살이 물을 말려 없애자 맨 먼저 이 사원이 떠올랐다고 한다. 흰 돔의 사원 꼭대기에는 금빛 탑이 있으며 이탑에는 카트만두를 수호하는 거대한 눈이 그려져 있다.
새벽부터 멋진 일출을 기대하고 올라왔지만 카트만두 모습은 뿌옇기만 했다. 아주 오래된 도시처럼 건물은 매우 낡았고, 새로 지은 고층 빌딩하나 없는 퇴색된 도시였다. 우리나라 70년대 이전의 모습이라 할까? 매우 무기력하고 낡아 보였다.
오전 9시 넘어 아침을 먹고 시내에 있는 아산 바자르 광장으로 갔다. 도심은 포장이 잘 되지 않아 곳곳에서 먼지가 풀풀 날리고 있었다. 마스크를 쓰지 않으면 도저히 걸어 다닐 수가 없었다. 도시의 모든 건물과 상가에 진열해 놓은 물건들은 보기가 민망할 정도로 먼지가 뿌옇게 쌓여 있다. 게다가 도심 골목은 차와 사람들로 만원이었다. 불필요한 차의 경적소리는 엄청난 소음으로 다가왔다.
▲ 아이들 시장한켠에서 아이들이 모여 딱지치기를 하고 있다. | |
ⓒ 임재만 |
시장 길을 따라 더르바르 광장으로 갔다. 이동하는 길에 많은 사람들이 거리에서 여러 가지 물건을 팔고 있었다. 특히 과일장수가 많았는데 거리의 먼지로 인해 씻지 않고는 도저히 먹을 수가 없을 듯했다. 이 많은 먼지 속에서 하루를 어떻게 보내야 하나 걱정이 앞선다. 더구나 마스크를 미리 준비하지 않아 손수건으로 얼굴을 둘렀는데 여간 불편한 것이 아니다. 하루 속히 도시를 벗어나야겠다는 생각이 간절해진다.
우리나라도 70년대 전에는 도로가 거의 비포장이었지만 차가 이렇게 많지는 않았다. 도시 전체가 많은 차들로 인해 먼지를 뒤집어쓰고 있으니 불결하기가 이루 말 할 수 없다. 사람들의 건강을 생각해서라도 도로 포장을 확대 하든지 아니면 도심내 차 운행 제한하든지 정부의 극단의 조치가 있어야 할 것 같았다.
점심을 먹기 위해 도심 한 식당으로 들어섰다. 반갑게도 태극기가 걸려 있는 이 식당은 한식을 팔고 있었다. 주인은 뜻밖에 네팔인이었다. 그는 한국에서 10여년 일하면서 한국음식에 많은 관심을 가졌다고 한다. 그 결과 지금은 한국인 못지않게 한식을 잘 만들어 이름 있는 맛집을 운영하고 있었다. 특히 갓김치 맛은 일품이었다. 식당 주인은 한국말이 유창했으며 오히려 한국사람보다 더 친밀감 있게 우리말을 구사하고 있었다. 그의 표정에는 한국음식 식당을 운영하고 있다는 자부심이 어려 있었다.
▲ 시장풍경 카트만두 도심의 한 시장에서 아주머니들이 과일을 팔고 있다. | |
ⓒ 임재만 |
오전 내내 먼지를 뒤집어쓰고 다니면서 걱정이 많았는데 뜻밖의 갓김치 맛에 여행의 기분이 확 살아났다. 역시 여행은 먹는 즐거움이 있어야 한다.
히말라야 설산을 보기 위해 나갈콧으로 이동했다. 나갈콧은 히말라야 설산의 전망대가 있는 곳으로 카트만두에서 동쪽으로 약 70km 떨어져 있는 해발 2000m가 넘는 곳이다. 네팔에는 6000m가 넘는 산이 워낙 많기 때문에 2000m 정도의 산은 산이라 생각하지 않고 작은 언덕쯤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
나갈콧도 나갈 언덕이라는 얘기다. 나갈콧으로 올라가는 길가에는 산 전체가 다랑논으로 만들어져 있다. 이들에게는 산이 아니라 농토인 셈이다. 다랑논에 기대어 많은 사람들이 살아가고 있었다. 산길을 따라 올라가는 마을버스에 사람들이 콩나물처럼 실려 가는 것을 보아도 알 수 있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산을 삶의 터전으로 생각하고 살아가고 있는지 말이다.
한계령을 올라가듯 1600m 쯤 올랐을 때 면 소재지쯤으로 돼 보이는 마을이 나타난다. 먼지를 풀풀 날리는 산길만 달려오다 상점이 줄지어 들어선 거리를 보니 기분이 사뭇 다르다. 타향에서 고향사람을 만난 격이다. 이곳 사람들도 낯선 이방인이 반가운 모양인지 얼굴에 반가움이 넘쳐난다. "나마스떼"라고 인사를 건네자 손을 힘껏 흔들며 활짝 미소를 지어 보인다.
이 높은 곳에 살자면 많은 불편이 예상되지만 이들의 표정은 의외로 밝았다. 이미 삶의 지혜를 터득한 모양이다. 전기도 들어오고 물도 나오는 것을 보니 나름 사는 방법을 찾은 모양이다.
드디어 히말라야 설산이 보이는 나갈콧으로 올라섰다. 눈앞은 아니지만 멀리 설산이 길게 누워있다. 역시 뿌연 먼지로 인해 깔끔한 설산의 모습은 볼 수가 없다. 다만 석양빛으로 설산이 금빛으로 물들며 그림 같은 선경을 맛보기로 살 짝 보여준다.
히말라야는 에베레스트봉을 비롯에 8000m가 넘는 고봉이 14개나 존재한다. 그들 중 대부분이 네팔에 있다. 히말라야는 원래 섬이었던 인도가 아시아 대륙 쪽으로 이동하면서 대륙과 부딪치며 만들어진 거대한 산맥이다. 인도북부에서부터 부탄에 이르기 까지 동서로 길게 뻗어 있다. 지금도 조산운동으로 융기가 계곡 되고 있다고 한다.
네팔의 날씨는 5월부터 9월까지는 비가 많이 내리는 우기에 해당하고, 10월부터 다음해 4월까지는 비가 거의 오지 않는 건기에 해당한다. 지금은 오랫동안 비가 오지 않아 먼지가 공중에 많이 떠 있다. 그렇다 보니 산 아래에서 바라보는 풍경은 투명하지 않고 안개 낀 것처럼 뿌옇다.
히말라야 설산 풍경은 2000미터 이상 높이 올라가야 먼지를 피해 투명한 산 풍경을 만날 수 있다. 오늘은 구름까지 많아 시원한 설산의 모습을 보는 것은 어려울 것 같다. 내일 아침을 기대 할 수밖에... 밤에 비라도 한바탕 내렸으면 좋으련만 하늘을 보니 전혀 그럴 것 같지가 않다. 차라리 아침 기온이라도 뚝 떨어져 수중기라도 꾹 눌러 주면 깨끗한 설경을 만나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 석양 나갈콧에서 석양에 히말말야 설산이 금빛으로 물들고 있다. | |
ⓒ 임재만 |
차 한 잔을 마시고 나니 어느새 나갈콧에도 석양이 지고 있다. 음악을 틀어 놓고 신나게 몸을 흔들던 학생들도 소리 없이 사라졌다. 산길에서 먹이를 찾던 닭들도 어디론가 숨어버렸다. 단지 독수리 몇 마리만 무슨 할 일이 남았는지 하늘을 빙빙 돌며 텅 빈 하늘을 지키고 있다.
오늘 묵을 숙소는 방에서도 설산을 볼 수 있을 만큼 전망이 좋은 곳이다. 시야를 막은 언덕도 나무도 없다. 창문을 열면 설산이 그대로 들어올 거 같다. 내일 아침이 무척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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