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광필터 넣고 찰칵, 눈 앞에 그림이 펼쳐졌다
[필름으로 담은 사이판 ②] 마나가하섬의 투명한 바다에 풍덩
*3:2 비율의 모든 사진은 MZ-S(카메라)와 Velvia50(포지티브필름)으로 촬영하였으며, 1:2 비율의 사진은 HorsemanSW612(카메라)와 다양한 네거티브 필름으로 촬영하였습니다.
환상적인 물빛, 마나가하 섬
사이판에서 딱 하나의 여행지만 다녀올 수 있다면 나는 두 개의 선택지를 놓고 고민할 것 같다. 하나는 타포차우 산이요, 또 하나는 마나가하섬이다. 섬 전체를 조망할 수 있고 잠깐이나마 오프로드를 즐길 수 있었던 타포차우산, 물감이나 컴퓨터 그래픽으로 그려낸 듯하여 오히려 현실감이 들지 않았던 놀라운 색감의 마나가하섬. 이 둘 중에 그래도 하나를 고르라고 한다면 마나가하섬을 택하겠다.
환상적인 물빛, 마나가하 섬
사이판에서 딱 하나의 여행지만 다녀올 수 있다면 나는 두 개의 선택지를 놓고 고민할 것 같다. 하나는 타포차우 산이요, 또 하나는 마나가하섬이다. 섬 전체를 조망할 수 있고 잠깐이나마 오프로드를 즐길 수 있었던 타포차우산, 물감이나 컴퓨터 그래픽으로 그려낸 듯하여 오히려 현실감이 들지 않았던 놀라운 색감의 마나가하섬. 이 둘 중에 그래도 하나를 고르라고 한다면 마나가하섬을 택하겠다.
▲ 마나가하섬의 입구에서 과도하게 진한 하늘 색은 편광 필터의 역할 때문이다. 투명한 물빛과 매우 대조적이다.ⓒ 안사을
마나가하섬으로 들어가기 위해 비현실적인 코발트 블루 색깔 위로 15분 남짓 달렸던 짧은 항로는 아직까지도 눈 앞에 선하다. 하얀 도자기로 만든 욕조에 스포츠 음료를 전혀 희석 없이 가득 담아 놓은 듯한 빛깔이었다.
그 당시는 오히려 진짜같지 않았고 2주 정도 지난 지금 더욱 구체적으로 다가와 그리움의 대상이 되었다. 반 나절이 다 되도록 바다 속에서 색색의 물고기들과 함께 했지만 그것에 더하여, 언젠가는 텐트와 각종 야영 장비를 갖고 들어가 일박을 하며 총총히 뜬 별들을 헤어보고, 그 곳에서 또 다른 아침을 맞고 싶은 마음이 들 만큼 만족스러운 여행지였다.
그 당시는 오히려 진짜같지 않았고 2주 정도 지난 지금 더욱 구체적으로 다가와 그리움의 대상이 되었다. 반 나절이 다 되도록 바다 속에서 색색의 물고기들과 함께 했지만 그것에 더하여, 언젠가는 텐트와 각종 야영 장비를 갖고 들어가 일박을 하며 총총히 뜬 별들을 헤어보고, 그 곳에서 또 다른 아침을 맞고 싶은 마음이 들 만큼 만족스러운 여행지였다.
▲ 마나가하섬 입구 15분 정도 배를 달리면 사이판 본섬에서 보이는 마나가하섬의 뒤편에 도착한다. 그곳에 작은 항구가 있다.ⓒ 안사을
위 사진은 마나가하섬의 항구에서 섬을 바라보고 찍은 사진이다. 이렇게 아무도 없는 진입로를 찍으려면 오후에 들어가야 한다. 오전에는 중국 패키지 관광객으로 섬이 가득 차기 때문에 많이 붐빈다. 필자가 들어간 때는 마침 오전의 관광객과 오후의 관광객이 교차하는 시간대여서 한가하지는 않았는데, 이곳에 삼각대를 설치하고 20분 정도 기다린 결과 위와 같은 사진을 담을 수 있었다.
▲ 비취색 바다 사이판 본섬에서의 물빛과는 또 다른 빛깔을 보여주었던 마나가하섬.ⓒ 안사을
야자수가 우거진 섬 내부의 산책로.ⓒ 안사을
섬을 다 돌아보는 데 30분이면 충분하다. 그만큼 아담한 섬이다. 하지만 이 곳에서 몇 시간을 보내도 지루하지 않다. 바로 스노쿨링 때문이다. 수중카메라가 있었다면 물 속을 담아오고 싶었을 정도로 원색의 예쁜 물고기들이 참 많았다. 섬은 작지만 연안은 꽤 넓어서 바다쪽으로 수백미터 정도는 얕은 수심이 계속되어 스노쿨링을 즐기기에 매우 적합했다.
배를 타고 깊은 곳으로 나가 다이빙을 즐긴다면 더욱 크고 아름다운 물고기를 볼 수 있겠지만 언제든지 드러누워 쉴 수 있는 해변을 뒤로 하고 마음 편히 즐기는 스노쿨링 또한 참 좋았다. 30분 가까이 유영을 하고 해변으로 올라와 차가운 물 한잔과 크래커 몇 조각을 먹은 후 다시 물로 들어가고, 이런 과정을 몇 번 반복하니 어느덧 몇 시간이 훌쩍 지나 있었다.
아래의 사진은 마나가하섬에서 바라본 바다의 풍경이다. 1:2 비율의 사진은 네거티브 필름, 2:3 비율의 사진은 슬라이드 필름이다. 서로 특성이 달라서 느낌 또한 사뭇 다르다.
배를 타고 깊은 곳으로 나가 다이빙을 즐긴다면 더욱 크고 아름다운 물고기를 볼 수 있겠지만 언제든지 드러누워 쉴 수 있는 해변을 뒤로 하고 마음 편히 즐기는 스노쿨링 또한 참 좋았다. 30분 가까이 유영을 하고 해변으로 올라와 차가운 물 한잔과 크래커 몇 조각을 먹은 후 다시 물로 들어가고, 이런 과정을 몇 번 반복하니 어느덧 몇 시간이 훌쩍 지나 있었다.
아래의 사진은 마나가하섬에서 바라본 바다의 풍경이다. 1:2 비율의 사진은 네거티브 필름, 2:3 비율의 사진은 슬라이드 필름이다. 서로 특성이 달라서 느낌 또한 사뭇 다르다.
마나가하섬의 해변. 죽은 나무도 하나의 풍경이 된다.ⓒ 안사을
위 사진과 같은 풍경이지만 채도가 높고 관용도가 낮은 슬라이드필름을 사용했고 편광필터를 끼워서 촬영했다.ⓒ 안사을
아래의 두 사진 역시 하나는 네거티브, 하나는 슬라이드로 찍었다. 각도가 약간 다르지만 비슷한 위치에서 찍은 사진이다.
하늘색과 바다색이 조화를 이루며 펼쳐져있다.ⓒ 안사을
햇빛이 엄청나게 따가웠지만 150+++ 선크림을 잔뜩 발랐고 섬의 곳곳에 나무그늘이 충분했기 때문에 그리 힘든 날씨는 아니었다. 여름나라이고 이 날도 기온이 32도 정도로 계속 유지되었지만 우리나라의 여름보다 훨씬 지내기가 수월했다. 이곳은 4월이 가장 덥다고 한다. 이제 곧 가장 더운 계절이 다가오는 셈이다.
마나가하섬 내부의 모습. ⓒ 안사을
섬의 외부를 향하고 있는 녹슨 포의 모습. 아픈 과거의 모습이 고스란이 남아있는 모습.ⓒ 안사을
텅 빈 마나가하섬을 떠나는 가족의 모습.ⓒ 안사을
아직도 아쉬운 것은 사이판 본섬에서 마나가하섬으로 들어오는 중간, 형광빛 바다의 색깔을 사진으로 담아오지 못했다는 것이다. 사전예약이 필요한 유람선을 이용하지 않고 해변에서 현지인들이 운영하는 제트보트를 이용했기 때문에 흔들리고 물이 튀어서 카메라를 꺼낼 생각조차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마나가하섬을 떠나기 직전 그나마 연안과 멀리 있어서 물빛이 조금 진했던 항구의 모습을 담는 것으로 그 아쉬움을 달래야 했다.
마나가하섬의 작은 항구. 올 때 타고온 보트를 다시 타고 나가야 한다.ⓒ 안사을
사이판의 구석구석
아래 사진에 나와있는 곳들은 렌트카를 이용하지 않으면 도착할 수 없는 곳들이다. 요철이 상당히 심한 비포장을 한참 뚫고 가야 나오는 곳들이기도 하다. 몇몇 장소들은 힘든 운전이 무색할만큼 그저 그런 경치를 보여주기도 했지만 대부분 자연 그대로의 모습으로 나를 반겨주었다. 우거진 수풀 때문에 100미터가량의 비포장 도로를 후진하기도 했고 본의아니게 민가를 침범해 머나먼 타국의 낯선 이웃에게 송구스러움을 표현해야 하기도 했다.
아래 사진에 나와있는 곳들은 렌트카를 이용하지 않으면 도착할 수 없는 곳들이다. 요철이 상당히 심한 비포장을 한참 뚫고 가야 나오는 곳들이기도 하다. 몇몇 장소들은 힘든 운전이 무색할만큼 그저 그런 경치를 보여주기도 했지만 대부분 자연 그대로의 모습으로 나를 반겨주었다. 우거진 수풀 때문에 100미터가량의 비포장 도로를 후진하기도 했고 본의아니게 민가를 침범해 머나먼 타국의 낯선 이웃에게 송구스러움을 표현해야 하기도 했다.
▲ Santa Lourdes Shrine 사이판에서 가장 성스러운 공간. 카톨릭이 들어오기 전부터 원주민들에게 신성한 곳으로 여겨졌다고 한다.ⓒ 안사을
▲ Santa Lourdes Shrine 우거진 나무덩쿨 사이 놓여진 성모마리아상. 중국인은 떠들다가 가고 한국인들은 기도를 하다가 간다.ⓒ 안사을
▲ Santa Soledad Parish 보라색이 참 인상적이었던 교회. 송아지만한 개가 있어서 차 안에서만 잽싸게 사진을 찍을 수밖에 없었다. 햇빛이 너무 강렬하여 건물의 색깔이 제대로 담기지 못했다. 실제로는 좀 더 선명한 보라색이다.ⓒ 안사을
▲ 레더비치 사이판 섬의 남부에 위치한 해변. 날씨가 좋지 않았고 햇빛이 전면에서부터 비춰와 하늘이 하얗게 담겼다. 나름의 아늑한 분위기가 있는 해변이다.ⓒ 안사을
▲ 레더비치의 소녀 미지의 바다를 바라보는 애니메이션의 주인공 같았던 소녀의 뒷모습.ⓒ 안사을
▲ Laulau Beach 유일하게 바다 비린내가 났던 곳. 이곳도 꽤나 긴 비포장을 지나야 도착할 수 있는 곳이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이곳은 그로토 못지 않은 다이빙 명소라고 한다. 수중생물들이 많이 때문이라고 하는데, 그래서 유일하게 비린내가 나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안사을
▲ Laulau Beach 라우라우비치의 모습. 여느 해변처럼 깔끔한 백사장이 펼쳐져있지는 않지만 마다의 짙은 색깔이 인상적인 곳.ⓒ 안사을
▲ Laulau Beach 물 속에 들어가서 찍은 유일한 사진. 편광필터를 끼웠다면 물 속이 더 투명하게 담겼을 것이다.ⓒ 안사을
▲ Forbidden Island 이곳 역시 험난한 비포장길을 뚫고 와야한다. 곳곳에 깊은 물웅덩이가 있어서 운전이 쉽지 않은 곳이다. 전망대에서 바라본 모습이 참 아름다웠는데, 이름처럼 금지된 곳은 아니었다. 어디인지 보이지는 않았지만 내려가는 길이 있고 다이버들이 종종 찾는 곳이라고 한다. ⓒ 안사을
▲ Lake Susupe 타포차우산에서 보였던 꽤나 큰 호수. 위성 지도를 보고 찾아가 보았으나 이곳은 민가가 위치한 곳이었다. 관광지는 아니었으나 매우 아름다웠던 곳. 주민 분께 양해를 구하고 사진을 찍어왔다.ⓒ 안사을
사이판의 마지막 밤, 드디어 만난 새빨간 석양
사이판 여행에서 꽤나 큰 기대를 가졌던 부분 중 하나가 바로 석양이었다. 강렬한 남국의 태양이 선사하는 석양은 한국의 서해에서 보는 석양과 또 다른 느낌을 줄 것 같았기 때문이다. 더구나 날씨가 참 좋았기 때문에 그 기대는 저녁이 되면서 더욱 부풀었다. 하지만 사이판의 하늘은 야속하게도 이틀동안 빨간 하늘을 감추고 보여주지 않았다. 애매한 위치에 두터운 구름이 놓여있었기 때문이었다.
마지막 저녁이 되어갈 때쯤 서쪽 하늘을 바라보았다. 바다와 하늘이 맞닿은 곳에 구름이 없었다. 가장 드라마틱한 석양은, 바다의 끝이 허공으로 비어있고 그 외의 하늘에 구름이 얇게 깔려있을 때 나타난다. 이 날은 새털구름이 돕지는 않았지만 수평선 또한 가리지 않았기에 나름대로 만족할만한 석양을 카메라에 담을 수 있었다. 지금에 와서야 '나름대로 만족할만한'이라고 표현하지만, 당시에는 벅찬 마음을 이루 말로 할 수 없었다. 이틀 동안 깍쟁이처럼 굴던 하늘이었기 때문이다.
사이판 여행에서 꽤나 큰 기대를 가졌던 부분 중 하나가 바로 석양이었다. 강렬한 남국의 태양이 선사하는 석양은 한국의 서해에서 보는 석양과 또 다른 느낌을 줄 것 같았기 때문이다. 더구나 날씨가 참 좋았기 때문에 그 기대는 저녁이 되면서 더욱 부풀었다. 하지만 사이판의 하늘은 야속하게도 이틀동안 빨간 하늘을 감추고 보여주지 않았다. 애매한 위치에 두터운 구름이 놓여있었기 때문이었다.
마지막 저녁이 되어갈 때쯤 서쪽 하늘을 바라보았다. 바다와 하늘이 맞닿은 곳에 구름이 없었다. 가장 드라마틱한 석양은, 바다의 끝이 허공으로 비어있고 그 외의 하늘에 구름이 얇게 깔려있을 때 나타난다. 이 날은 새털구름이 돕지는 않았지만 수평선 또한 가리지 않았기에 나름대로 만족할만한 석양을 카메라에 담을 수 있었다. 지금에 와서야 '나름대로 만족할만한'이라고 표현하지만, 당시에는 벅찬 마음을 이루 말로 할 수 없었다. 이틀 동안 깍쟁이처럼 굴던 하늘이었기 때문이다.
마이크로비치의 석양. 야자수의 실루엣과 함께.ⓒ 안사을
야자수와 석양. 마이크로비치.ⓒ 안사을
마이크로비치의 석양ⓒ 안사을
노출을 길게 주어 수면의 잔상을 모두 기록했다.ⓒ 안사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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