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어머니가 …” 아내의 푸념, 남편은 일단 수긍하라
- 기자
박민제 기자
━
부부끼리 더 멀어지는 ‘명절의 역설’ 피하려면
짜증·스트레스·피곤…. 최근 한 달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명절’과 함께 언급된 긍·부정어를 ‘소셜메트릭스’를 통해 조사한 결과 상위 5위에 든 단어다. 1위는 ‘즐겁다’로 긍정적이었지만 5개 중 3개가 부정적 의미의 감성어였다. 명절이라고 마냥 좋아할 수만은 없는 한국인의 복잡한 심정을 짐작하게 해주는 예다.
남편 사랑으로 스트레스 이기려는
아내에게 핀잔 주면 되레 역효과
대가족 아닌 핵가족 시대엔 더욱
부부관계가 탄탄해야 효도 가능
“치약 짜는 게 불만” 이혼 배경엔
“당신은 소중” 인정 못 받은 탓
명절 직후 이혼 신청이 늘어나는 것도 이 같은 세태를 반영한다. 대법원의 ‘월별 이혼 접수 건수’ 통계에 따르면 설·추석 명절이 있던 달의 다음 달엔 어김없이 이혼 신청이 늘었다. 2012년 1월 이후 지난 2월까지 총 11차례 명절 전부 해당된다. 평균 증가율은 15.56%였다. 평상시 잠복해 있던 부부간 갈등 요소가 명절을 계기로 폭발해 한 달 안에 이혼 신청까지 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는 셈이다. 가족관계를 돈독히 해야 할 명절이 오히려 이를 해치는 이른바 ‘명절의 역설’ 현상이다.
![박성덕 정서중심치료센터장](http://pds.joins.com//news/component/joongang_sunday/201710/15/8c11fdfe-cdc5-483a-a131-935bd577966f.jpg)
박성덕 정서중심치료센터장
- 질의 :왜 그런가.
- 응답 :“대가족은 여러 세대가 한 가족을 이룬다. 이 안에선 위계질서가 중요하므로 연장자 중심의 문화가 형성됐다. 결혼한 자녀일지라도 부부관계보다 아들과 며느리, 딸과 사위라는 대가족 제도하의 역할을 수행하는 게 더 중요했다. 가족 내 불공평한 업무분담이 있었어도 ‘효(孝)’라는 큰 이념하에 구성원들이 수용해왔다. 하지만 지금은 대부분 핵가족이다. 아들과 며느리가 아닌 남편과 아내가 주인공인 시대다. 그런데 우리는 여전히 아들과 며느리라는 대가족 제도하의 역할만 중시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명절 때마다 스트레스가 쌓일 수밖에 없고 기존에 가지고 있던 갈등 요인이 증폭돼 이혼에까지 이르게 된다.”
- 질의 :핵가족은 뭐가 달라져야 하나.
- 응답 :“대가족 제도에서처럼 ‘우리 부모에게 잘못하면 이혼해야지’라는 말을 더 이상 해선 안 된다. 가장 중요한 건 부부 두 사람의 관계다. 부모와 같이 살지 않는 핵가족 제도에선 부부관계가 탄탄해야 부모도 잘 모시고 자식도 잘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는 부부관계에 대한 고민이 너무 없다. 노력도 하지 않는다. 평상시 연결고리가 헐거운 상태에서 대가족 제도의 압력이 극도로 커지는 명절을 거치면서 부부간 연결고리가 끊어지는 것이다.”
- 질의 :어떻게 부부관계를 탄탄하게 하나.
- 응답 :“부부가 왜 이혼을 한다고 생각하나. 배우자가 외도하거나 폭력을 행사하는 이유만으로 이혼하는 건 아니다. 설거지를 안 한다거나 게임을 많이 한다, 심지어 치약을 중간부터 짠다 등 사소해 보이는 이유로도 이혼한다. 왜 그럴까. 많은 부부를 상담한 끝에 내가 내린 결론은 하나다. 본질은 ‘이 사람한테 내가 소중한 존재냐’는 질문에 제대로 답을 할 수 없을 때 이혼한다는 것이다. 겉으로 드러난 이유는 구실일 뿐이다. 어린아이가 부모에게 인정받는 게 중요한 것처럼 배우자에게 소중한 사람으로 인정받는 게 부부간에 중요하다. 명절 이후 ‘홧김 이혼’도 마찬가지다. 표면적으로는 명절 기간의 갈등이 계기가 된다. 하지만 깊게 보면 평상시 내가 얼마나 소중한 사람이냐는 질문에 제대로 대답 못했기 때문에 이혼을 고민하는 것이다. 문제 해결은 여기서 시작해야 한다.”
- 질의 :구체적으로 설명해 달라.
- 응답 :“예컨대 아내가 교통사고를 냈다면 ‘당신 얼마큼 다쳤어’라고 먼저 물어야지 ‘차가 얼마나 고장 났나’부터 챙기면 안 된다는 얘기다. 소중한 사람이란 걸 느낄 수 있게 해줘야 한다. 명절 스트레스도 마찬가지다. 집에 가는 차 안에서 ‘시어머니가 힘들게 한다’고 얘기하는 아내에게 ‘당신 힘들었겠다’고 말해야지 ‘그 정도 얘기도 못하냐’고 해선 안 된다. 이건 부모에게 불효하라는 얘기가 아니다. 부부관계가 탄탄해야 부모도 잘 모실 수 있기 때문이다. 아내도 시어머니를 처단해 달라고 말하는 게 아니다. 거기서 오는 스트레스를 남편에게 사랑받고 있다는 감정으로 이겨 내기 위해 그러는 거다. 부부간 친밀감은 어려움을 이겨 낼 수 있는 완충제 역할을 한다. 배가 기울었더라도 원상태로 만들어주는 복원력을 강화시켜 주는 것이다. 우리나라 부부들에겐 이게 가장 필요하다.”
- 질의 :갈등이 커진 부부는 어떻게 해야 하나.
- 응답 :“한국 가족의 가장 큰 문제는 집안 문제를 담장 밖으로 드러내지 않는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부부는 어떤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똑같은 패턴으로 싸운다. 첫 번째는 공격-공격형으로 ‘나쁜 사람 찾기’ 유형이다. 상대방이 얼마나 나쁜지 서로 꿰고 있다가 일 터지면 ‘당신은 뭘 잘했어’ 하며 과거에 있었던 모든 나쁜 점을 늘어놓고 싸우는 유형이다. 두 번째는 공격-회피형이다. 한쪽이 화를 벌컥 내면 상대방은 ‘이제 그만해’ 한 뒤 대꾸하지 않는 유형이다. 마지막은 회피-회피형으로 ‘쇼윈도 부부’를 말한다. 외형적으로는 부부지만 집에선 말도 안 하는 관계다. 문제는 이 같은 패턴이 자기 강화적이라는 점이다. 누군가 외부에서 도와주지 않으면 계속 똑같은 패턴으로 갈등이 커지다 해결 못하고 파탄 난다. 그 전에 적극적으로 부부상담센터 등 외부에 얘기하고 도움을 청해야 패턴의 함정에서 벗어날 수 있다.”
박민제 기자 letmein@joongang.co.kr
'뉴스, 스크럽' 카테고리의 다른 글
향기로운 꽃 베르가못 (0) | 2017.10.28 |
---|---|
산책길에 만난 아마란스꽃 (0) | 2017.10.28 |
정재원 정식품 명예회장 별세..그는 누구인가 (0) | 2017.10.10 |
뷔폐식 밥상, 제철과일만으로 차린 차례상..달라진 명절 풍경 (0) | 2017.10.08 |
103세 현역 과학자..대중교통 이용 주 4회 연구소 출근 (0) | 2017.09.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