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지는 꼭 제거해야 한다?

이비인후과 외래에 오는 보호자들 중에 특히 엄마들이 아이의 귀지 제거를 요구하는 경우가 있다. 귀지를 사람 몸의 때처럼 인식하여 귀지를 정기적으로 제거하는 것이 위생적으로 청결을 유지하는 것으로 생각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귀지는 제거할 필요가 없다.

귀는 외이, 중이, 내이의 3개 구조로 되어 있으며 특히, 외이는 외부와 접촉하고 소리를 잘 받아들일 수 있는 구조로 되어 있다. 외이도는 귓바퀴에서 고막까지의 약 2.5cm 길이이며, 바깥 1/3은 물렁뼈인 연골 8mm, 안쪽 2/3은 딱딱한 뼈인 골부 16mm로 피부에 덮여 있다. 외이도는 직선이 아니라 약간 구부러져 있어 귀를 후비다 갑자기 누가 치거나 열린 방문에 다쳐 통증과 함께 귀에서 피를 흘리며 병원에 와도 이같은 구조 때문에 다행히 외이도 열상만 입고, 고막 파열이나 중이 손상은 없는 유리한 구조이다.

그러나 대신 의사처럼 기구를 이용하여 눈으로 보면서 조작하지 않고 짐작으로 귀지를 제거하거나 가려움증으로 귀를 후비면 외이도 벽의 피부에 손상을 줄 수 있어 출혈, 염증으로 심한 통증을 호소하게 된다.

귀지를 일부러 제거하지 않아도 되는 이유는 먼저 귀지에는 여러 아미노산, 지방산, 병원균에 대항하는 라이소자임, 면역글로부린이 있고, 또한 외이도와 고막의 피부는 표면 위로 성숙되는 일반 피부와 달리 그 표피층이 귀 바깥 방향으로 자라나감으로서 귀지들이 자연히 귀 밖으로 배출된다. 그 이동속도는 하루 0.05mm로 손톱 자라는 속도와 비슷하다.

많은 엄마들이 걱정하는 것과는 달리 귀지의 양이 많은 것은 병적인 상태가 아니며, 귀지가 많아도 소리를 듣는데 아무 지장이 없다.

귀지를 만드는 귀지선은 땀샘과 같아서 흥분하면 분비가 증가하나 귀를 후비는 것 같은 물리적 자극에도 분비가 증가한다. 귀지를 제거해야 하는 경우는 아주 드문 것으로 외이의 인골부와 골부의 좁아진 부위에 갑자기 뭉쳐 외이도를 아주 막아버리는 이구전색의 경우, 수영이나 목욕 후 귀지가 물에 불어나 통증을 호소하는 경우에는 의사가 현미경으로 보면서 피부 손상없이 제거해야 한다.

귀지에 대한 다른 상식 한가지로 귀지는 마른 귀지와 젖은 귀지의 두가지 형태가 있다. 마른 귀지는 노랗거나 회색으로 잘 부수어 지나, 젖은 귀지는 갈색이며 축축하여 염증으로 오해하는 사람이 있다. 그러나 이는 병이 아니고 유전적으로 결정되는 것으로 우리나라 등 몽골계통은 마른 귀지가, 백인과 흑인에는 젖은 귀지가 많다.

끝으로, 영국속담에 “귀는 팔꿈치로 후비라”는 것이 있다. 귀를 후비거나 귀지를 제거하는 것은 득보다 실이 많다.

(글: 이비인후과 우훈영 교수)
<인제대학교 상계백병원>
Posted by 행복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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