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MZ를 가다] 전쟁과 분단의 상흔 ‘펀치볼’ [중앙일보]
2010.03.16 02:07 입력 / 2010.03.16 06:41 수정
2㎞ 거리 두고 북한과 대치…40일간 주인 6차례 바뀌어
강원도 양구의 가칠봉(1242m)은 동부전선 최전방이다. 불과 2㎞를 사이에 두고 북한과 대치하고 있다. 가칠봉에서 내려다 보이는 해안면은 해발 고도가 400∼500m에 이른다. 가칠봉·도솔산·대암산 등 높이 1100m가 넘는 산들이 면 지역 전체를 호위하듯 둘러싸고 있다. 전형적인 분지 지형이다. 덕분에 한국전쟁 때 미군으로부터 ‘펀치볼(Punch Bowl)’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멀리서 보면 마치 화채그릇 같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하지만 펀치볼은 별명을 안긴 바로 그 지형적 특성 때문에 전화(戰禍)를 피해 가지 못했다. 한국전쟁이 교착 상태에 접어들어 슬슬 휴전 얘기가 나오던 1951년 여름, 펀치볼 일대에서는 격렬한 전투가 잇따라 벌어진다. 전선(戰線)이 휴전선으로 확정되기 전 한 뼘의 땅이라도 더 차지하기 위해 남북한이 치열하게 싸운 탓이다. 자연히 펀치볼을 둘러싼 봉우리들은 격전의 현장이 됐다. 도설산 전투, 펀치볼 전투, 가칠봉 전투 등이 그것들이다.
가칠봉 전투는 국군 5사단이 가칠봉을 점령하고 있던 북한군 27사단을 물리친 전투다. 5사단은 포병 대대의 지원을 받아 27사단을 쉽게 격퇴했다고 전사(戰史)는 전한다. 하지만 북한군은 끈질지게 저항했고, 칼 같은 능선으로만 이뤄진 험준한 산악지대에서 무려 40여 일 공방전을 벌인다. 주인이 6번이나 바뀌었다. 자연히 막대한 인명 피해가 났다. 인근 피의 능선, 단장의 능선까지 시야를 넓히면 피해는 더 커진다. 51년 여름에서 가을 사이 모두 2만5000여 명의 사상자가 났다.
양구 인근 DMZ에는 양구 출신 화가 박수근(1914∼65)의 그림이 담긴 항아리가 묻힌 것으로 알려졌다. 박수근의 부인 김복순(79년 작고)씨가 52년 월남하다 도저히 가지고 갈 수 없자 파묻은 것이다.
특별취재팀=취재 신준봉 기자, 사진=김태성 기자, 동영상=이병구 기자
취재 협조=국방부 육군본부 21사단
'생활건강' 카테고리의 다른 글
총성 멈춘 `펀치볼`에서 6.25를 만나다 (1) | 2010.04.19 |
---|---|
[DMZ를 가다] 군 협조 받아 155마일 현장 기록...격전지 돌아보며 `생명의 미래` 찾아 (1) | 2010.04.19 |
전쟁 60년, 전후세대의 155마일 기행 (5) 임진강 전투와 영국군 (1) | 2010.04.19 |
지구촌 대규모 자연재해 잇따르는 원인은? (0) | 2010.04.18 |
아주 쉬운 성공의 공식, 생각 행동을 다 바꿔라 (0) | 2010.04.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