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0.04.12 05:47
거리마다 배설물 넘쳐… 450원짜리 藥 못먹어 애들 실명 위기
60년前엔 아프리카 자원부국, 6·25때 생고무10t 원조하기도
1990년 내전 이후 성장 멈춰… 首都조차도 전기 대부분 끊겨
조선일보는 6·25전쟁 60주년을 맞아 전쟁의 아픔과 가난의 고통에 신음하는 지구촌 국가들을 돌아보고 이들에게 희망을 전달하는 ‘2010 희망로드 대장정’시리즈를 시작한다. 본지는 올 1년간 어린이재단과 공동으로 하는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6·25전쟁 때 우리를 도왔던 나라와 지원이 절실한 나라 등 10개국을 찾아 실상을 알릴 예정이다. 첫 번째 나라로 아프리카 서부, 대서양과 맞닿아 있는 라이베리아를 찾았다.
지난 3일(현지시각) 찾은 라이베리아 수도 몬로비아는 우리나라 재개발 지역을 그대로 옮겨다 놓은 듯했다. 40~50년 된 건물들은 대부분 녹이 슬어 부서지기 일보 직전이었고, 1990~2003년 내전(內戰) 때 폭격 맞아 흉물스럽게 무너져 내린 건물들이 널려 있었다.
사람들은 폐허 같은 도시에서 전기도 없이 살고 있었다. '저 정도면 사람이 살 수 있겠다' 싶어 가보면 미국대사관이거나 법원 같은 관공서였다. 길거리에는 쓰레기가 넘쳤고, 사람들은 아무데서나 바지를 내리고 용변을 봤다. 자동차는 신호등 없는 도로를 전속력으로 질주했고 사람들은 그 사이를 힘겹게 비켜가고 있었다.
주민 30만명의 배설물과 여기에 모여든 파리떼, 버려진 쓰레기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아이들은 이곳에서 뛰놀고, 파도가 배설물을 쓸어간 바닷물로 음식을 씻고, 먹다 남은 음식 찌꺼기도 다시 그곳에 버렸다.
- ▲ 녹슨 철근과 나무 판자로 만든 가건물에 상하수도 시설도 없는 라이베리아 최대 빈민가‘웨스트 포인트(west point)’. 배설물과 쓰레기로 뒤덮인 거리를 아이들이 맨발로 걷고 있다. / 라이베리아=김시현 기자
이틀 뒤인 5일 몬로비아에서 자동차로 1시간가량 떨어진 보미지역의 '라이베리아 시각장애인 센터'에서 치료 중인 80여명의 시각장애인을 만났다. 이들은 모두 오염된 강에 사는 흑파리(black fly) 기생충을 통해 감염되는 사상충증(river blindness)으로 시력을 잃었다. 열대지역에서 발생하는 이 병은 1년에 4알(450원)의 약을 15년 동안 먹으면 실명을 예방할 수 있다. 이 센터의 수모 잘라(Jallah) 소장은 "1990년에 내전이 발발한 이후 사상충증 약 공급이 끊겨 실명한 사람들이 우리 지역에만 수백명 있다"면서 "사람들은 폭격과 전쟁 때문에 시력을 잃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오염된 물과 흑파리 때문에 병을 얻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이들은 눈에 총격을 당한 흔적은 없었고 백내장에 걸린 것처럼 눈동자가 흐릿했다. 서서히 실명한 쿠퍼(Cooper·41)씨 부부는 아이를 낳았을 때엔 아이 얼굴을 전혀 볼 수 없게 됐다. 부인 크루보수모(Krubosumo·50)씨는 "어느 날부터 시력이 나빠졌지만 약을 먹은 적은 없다"면서 "아이 얼굴이 매우 예쁠 것"이라고 말했다.
라이베리아는 60년 전 6·25전쟁 당시만 해도 우리나라에 생고무 10t을 원조했을 정도로 경제사정이 괜찮았다. 철광석과 다이아몬드, 고무, 커피 등 자원이 풍부해 그땐 우리보다 잘사는 나라였다. 현재 수도 몬로비아의 도로·건물·철도 등 도시기반 시설들은 대부분 50년 전에 세워진 것들이다. 당시에는 매우 발전된 수준을 자랑했다. 그러나 14년간의 내전을 겪으면서 도시는 파괴됐고 성장을 멈췄다. 라이베리아인들은 '시간이 멈춘 도시'에서 열악한 위생으로 고통받으며 살고 있었다. 라이베리아에서 25년간 거주한 교민 조영호(60)씨는 "내전이 시작된 1990년 이전엔 지금보다 훨씬 살기가 좋았다"면서 "지금은 공무원이 부패해 세금이 걷히지 않고, 사람들은 외국 구호단체에 의지해 근근이 살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길거리에서 종종 보이는 UN군 지프와 각종 국제구호단체의 차량들은 사진으로만 봤던 6·25 당시 못살았던 우리 모습을 떠올리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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