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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환경의 영향에서 벗어나 살 수가 없다. 사회가 복잡해지면서 우리가 알게 모르게 받는 각종 환경의 영향도 그 틀을 넓혀가고 세분화되어 간다. 이런 삶이 싫다고 산속으로 들어가 살아도 자연이라는 환경의 영향에서 벗어날 수는 없다. 어차피 환경의 영향을 받고 더불어 살아야 할 우리네 인생이라면 환경의 변화에 때론 의연해지기도 하고,적응도 해가고 때때론 이겨내려는 지혜도 발휘하면서 살아봄 직하다.
자연의 섭리야 인간의 능력으론 어쩔 수 없다. 하지만 그외의 복잡한 환경의 문제는 우리 인간들이 창조해 냈으므로 인간이 또한 이겨낼 수 있는 요소라고 생각된다. 복잡하게 얼켜있는 사회구조도 우리가 피해갈 수 없는 인간이 창조해 낸 환경이다. 그 환경은 또 다른 복잡한 사회문제를 불러 온다.
먹고 살기에 바빴던 시절엔 그 존재조차도 몰랐고, 얼마 전까지만 해도 쉬쉬하고 비밀에 붙였던 마음의 병인 우울증이 그 대표적인 예다. 우울증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살아가면서 한 두 번 아니 몇 번씩 앓게 되는 대중적 현상이다. 다행스럽게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스스로 이겨낼 수 있게 우리의 면역체제는 잘 만들어져 있다.
우울증을 흔히 마음의 감기라고도 한다. 적절한 비유이다. 건강한 사람에게 있어서 바이러스로 인한 감기는 대체로 자연치유가 된다. 몸조리를 잘 하면 낫기 때문이다. 그러나 세균감염에 의한 감기라면 항생제로 치료를 해야 낫는다. 그렇듯 가벼운 우울증은 우리가 이겨낼 수가 있지만 정도가 심하면 전문의의 치료를 받아야 한다. 내가 갖고 있는 이 정도의 우울증의 지식은 이제는 상식화되었을 만큼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다.
나는 우울증을 이겨 내고 건강한 삶을 사는 사람들을 많이 보아왔다. 그 중에서 전 노르웨이의 수상이었던 Kjell Magne Bondevik 씨의 우울증 극복기는 그가 권력자 이전에 한 인간임을 인정하고 주위의 도움을 받으면서 건강을 회복한 사례로 노르웨이 국민들에게 잔잔한 감동을 불러 일으켰다.
1998년 8월 노르웨이 정부는 수상이 1주일 병가를 하게 되어서 문화부 장관이 권한대행을 한다고 발표했다. 과중된 업무부담에 따른 우울증 증세로 인한 병가라고만 했다. 온갖 무성한 소문속에서 다시 1주일 더 병가가 연장되었다. 두 번째 정부 발표도 첫 번째와 같이 짤막하였다.
나라의 최고정책결정기관의 수장이 업무를 수행할 수 없을 만큼 맘이 아프다는데도 정부는 국민의 알 권리보다 환자를 우선적으로 보호하고자 하는 수상의 주치의의 권한에 무게를 더 실어주었다. 우울증으로 병가를 냈다는 것 외에는 자세한 내막은 알려지지 않았다. 그리고 10일 더 병가를 한 후, 수상은 건강한 모습으로 돌아왔다.
사진은 노르웨이 국회의사당 내부 전경
2006년 10월, Bondevik 씨는 수상 자리에서 물러 난 이후, 자서전 긴장의 삶(Et liv i spenning)을 발간했다. 소감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이 책은 내가 건강하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증표”라고 말하였다. 이 책에서 그는 그가 앓았던 우울증에 관하여 자세하게 기술하였다.
때는 1998년 8월, 긴 여름휴가를 끝내고 정부에 복귀하면서 문제는 시작되었다. 예산 편성 문제와 자신이 임명한 국무위원의 개인플레이 등으로 수장으로서의 신임에 치명적인 상처를 입으면서 수상의 마음의 병은 깊어져 갔다.
당면한 문제들이 밤낮으로 머리 속에서 떠나질 않았고 그로 인한 수면부족이 집중력을 앗아가고 결국은 자신이 이방인처럼 느껴졌다고 했다. 이러한 악의 순환은 정부의 수장으로서의 결정권 행사에 영향을 미치게 되었다.
그는 가족과 가까운 동료들에게 이 사실을 알렸고 그를 진료한 정신과 전문의는 상태가 심각하다고 진단을 내렸다. 그 이후로 알려진 대로 의사는 병가를 결정하고 계속적인 치료를 주도했다.
병원을 갈 때는 집 주위(수상이 수상관저에서 거주하기 시작한 것은 2008년 겨울부터임) 공사장의 소음과 언론의 관심에서 벗어나기 위해 먼 길을 돌아서 다녔다. 아내와 함께 산속의 산장을 빌려서 처음 일 주일은 라디오도 듣지 않을 정도로 현실세계에서 되도록이면 벗어나 살았다. 뉴스를 알리는 짤막한 음악조차도 그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고 했다. 다음 일 주일은 부드러운 음악을 듣다가 차츰차츰 뉴스를 들을 수 있었다고 했다.
그가 우울증 증세로 병가를 내었다는 뉴스도 라디오를 통해서 들었다고 했다. 한 나라를 책임지고 있는 사람이 우울증을 앓고 있다는 사실을 국민과 온 세계에 공개하기에는 엄청난 용기가 필요했지만 그러한 자신의 결정에 한 번도 후회를 한 적이 없다고 했다.
돌이켜 생각해보니 우울증으로 병가를 받기 이전에도 크고 작은 심리적인 긴장과 불안한 증세를 여러 번 경험하였다고 자서전에서 고백하고 있다.
사진은 Bondevik 씨가 병가를 마치고 수상의 자리로 돌아온 후 첫 기자회견을 하는 장면(사진출처:VG Nett)
Bondevik 씨의 우울증 공개는 우울증을 앓고 있는 많은 사람들과 그 가족들에게 희망의 메세지를 주었다.
정치가는 일반인들보다 정신적으로 강해야만 한다는 전통적 의식을 깨고 한 나라의 권력자도 보통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우울증을 앓는다는 인간으로서의 단면을 숨김없이 보여 주었다. 당시 야권에서는 국가의 수장이 정신적 어려움을 이겨내지 못 하고 병가를 냈다는 사실을 비난했다. 어쩌면 그의 정치적 생명이 끝날 수도 있었다. 그러나 노르웨이 국민들은 그의 지극히 인간적인 모습과 우울증 공개를 선택했던 참된 용기에 연민과 더 많은 지지를 보내 주었다.
그 이후로 노르웨이의 많은 사람들은 깨닫게 되었다. 우울증은 정신이 나약한 사람만 걸리는 게 아니라 누구든지 언제든지 앓을 수 있는 현대인의 병이라는 것을, 그래서 숨길 이유도 필요도 없다는 것을. 우울증이 찾아오면 주위의 가족과 친구들에게 알리고 필요에 따라서는 전문의의 치료도 받아야 한다는 것을 배윘다.
특히 감정표현을 억제하고 홀로 힘겹게 우울증을 이겨내려고 애쓰는 남자들에게도 또 다른 교훈을 주었다. 힘들면 얘기하라, 슬프면 눈물을 흘려라, 도움이 필요하면 구하라, 아플 때는 사랑하는 이들의 어깨에 자신의 무거운 삶의 짐을 내려 놓아라. 당신이 아픈 모습이든 건강한 모습이든 그들 곁에 당신이 단지 존재한다는 이유 하나 만으로도 당신의 가치는 어떠한 것으로도 대체할 수 없다는 것을.
Kjell Magne Bondevik 신학자 출신으로1997-2000, 2001-2005년 2회에 걸쳐 노르웨이 수상을 역임했으며 현재 평화와 인권 단체 기관인 오슬로 센터(The Oslo Center)의 회장으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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