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세때부터 ‘천형(天刑)’ 처럼 앓아온 소아마비를 이기고 행정 달인의 위치에 오른 인간승리의 주인공이 화제가 되고 있다. 21일 차관에 내정된 이채필(54) 노동부 노사정책실장. 이 내정자는 3세 때부터 소아마비를 앓고 지금도 여전히 지팡이를 짚고 걸어야 할 정도로 다리가 불편하지만 대다수 관료들의 ‘꿈’이라는 차관에 내정됐다.
이 내정자는 불편한 다리 때문에 학교생활도 제대로 할 수 없어 중학교와 고등학교를 검정고시로 마쳤다. 이 내정자는 22일 문화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당시 우리 마을 아이들은 남자는 중학교, 여자는 초등학교만 나오면 끝이었다”며 “전깃불도 안 들어오고, 수돗물도 안 나오는 ‘깡촌’ 출신인데다 어렸을 때부터 몸까지 불편해 중·고교를 독학으로 마쳐야 했다”고 회고했다. 평생 장애를 안고 그것을 극복한 경험 속에서 다른 장애인들에 대한 관심은 이후 그의 삶 전 과정 속에서 강하게 투영된다.
이 내정자는 행정고시 25회 출신으로 1982년 노동부 사무관으로 임관한 뒤 산업안전국장, 고용정책심의관, 직업능력정책관, 노사협력정책국장, 기획조정실장, 노사정책실장 등을 거치면서 핵심 요직을 섭렵해 ‘노동행정의 달인’으로 평가받고 있다.
“올해 일자리 창출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부처 정책과 노사관계도 고용의 관점에서 조화를 취할 수 있도록 장관을 잘 보필하고 직원들 간의 팀워크를 다질 수 있도록 온 힘을 다하겠습니다.” 이 내정자는 ‘고용노동부’로 개편을 앞둔 노동부 차관으로서 임무 수행에 전력을 기울이겠다고 재차 다짐했다.
이 내정자는 노동계 최대 현안이었던 ‘복수노조 허용, 전임자 무임’ 관련 조항을 만드는 데에도 결정적인 역할을 담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내정자는 “지난해 노사관계 선진화 실무협상을 맡아 합의를 도출해내는 과정이 무척 힘들고 어려웠지만 나름대로 큰 보람을 느낀다”면서 “그러나 아직도 남겨진 과제가 많고 마무리해야 할 부분도 있다”고 밝혔다.
박양수기자 yspar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