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티오피아 아이들과 20년"…정순자 한별학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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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봉사상 받는 정순자 에티오피아 한별학교장 (서울=연합뉴스) 에티오피아 오지에 학교를 설립해 운영하는 등 20년간 에티오피아에서 봉사해온 정순자 한별학교 교장이 제8회 대한민국 해외봉사상 대통령상 수상자로 결정됐다. 2013.11.19 << KOICA 제공 >> photo@yna.co.kr |
해외봉사상 대통령상 수상…"그들의 순수함 배워"
(서울=연합뉴스) 고미혜 기자 = 1984년 TV에서 본 에티오피아 대기근의 참상을 차마 잊지 못한 젊은 부부는 10년 후 중학생 두 아들과 함께 에티오피아로 떠났다.
그렇게 도착한 아프리카의 낯선 나라가 그들의 두 번째 고향이 됐고 그곳에서 만난 수많은 까만 눈의 아이가 또다른 자식이 됐다.
제8회 대한민국 해외봉사상 대통령상 수상을 위해 잠시 귀국해 강원도 홍천에 머물고 있는 정순자(56) 에티오피아 한별학교 교장은 21일 연합뉴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많이 부족한 내가 이런 상을 받게 돼 뭐라 말할 수 없을 정도로 기쁘다"고 소감을 전했다.
현재 밀알복지재단의 프로젝트 매니저이기도 한 정 교장은 1993년 남편 박수일(60) 목사와 함께 자녀를 데리고 선교사 신분으로 처음 에티오피아에 가게 됐다.
"부모나 친구들이 왜 하필이면 그런 데를 가느냐고 반대도 많이 하셨죠. 어린 나이에 한국을 떠난 아이들도 많이 힘들어했고요. 처음 도착할 때만 해도 20년 동안 있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처음 도착해서는 먹을 것이 없어 영양실조로 죽어가는 아이들에게 영양식을 나눠주고, 아이를 낳고 세상을 떠난 엄마들을 대신해 아이를 키워 입양 보내는 일 등을 했다.
에티오피아에 온 지 10년쯤 됐을 무렵 정 교장은 큰아들의 입대와 맞물려 극심한 우울증에 시달렸다. 특별한 병명도 없이 몸이 아프고 모든 의욕이 사라져 누워서 죽음만 생각했다. 몸도, 마음도 병든 상태라 어쩔 수 없이 귀국길에 올랐으나 1년이 채 못돼 다시 에티오피아로 떠났다.
"곧 죽는다고 생각하니 지금까지 한 일이 너무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주위에서는 다들 고생 많았다고 하는데 정작 하나도 한 것이 없는 것 같아 조바심이 났죠. 무언가를 찾아서 해야겠다 생각하다가 시작한 것이 교육이었습니다."
그렇게 2005년 한별학교의 문을 열었다. 수도 아디스아바바에서 360㎞ 떨어진 딜라 지역에 교실 4개를 만들어 유치원과 1학년 과정 학생 180명을 데리고 처음 시작했다. 건강을 생각해서라도 무리하지 않을 생각이었는데 학교에서 보내는 시간이 점점 늘어나면서 건강도 회복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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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봉사상 받는 정순자 에티오피아 한별학교장 (서울=연합뉴스) 에티오피아 오지에 학교를 설립해 운영하는 등 20년간 에티오피아에서 봉사해온 정순자 한별학교 교장이 제8회 대한민국 해외봉사상 대통령상 수상자로 결정됐다. 2013.11.19 << KOICA 제공 >> photo@yna.co.kr |
기존 학생들의 학년이 높아지고 입소문에 신규 학생들이 늘어나면서 가장 큰 문제는 교실 부족이었다.
"아무것도 모르고 시작했는데 학교라는 것이 정말 돈이 많이 드는 일이더라고요. 교실부터 교재, 기자재까지……. 오지라 후원의 손길도 미치지 않아 몇몇 분의 소액 후원으로 근근이 이어가면서 마음고생을 많이 했죠. 2011년에 밀알복지재단을 만나면서 숨통이 좀 트였습니다."
지금은 21개의 교실에서 고등학교 1학년에 해당하는 9학년까지 1천56명의 학생이 공부하고 있다.
태권도와 한국어 등도 가르치는데, 체계적인 교육 방식으로 호응을 얻으면서 올해 딜라와 에티오피아 남부 전체에서 각각 우수 학교 표창을 받기도 했다.
"예전에 4살짜리 아이가 일반 교실에서 알파벳을 배우며 꾸벅꾸벅 조는 모습을 보고 가슴이 아팠어요. 그래서 한별학교에서는 아이들이 넓은 공간에서 몸을 움직이면서 창의성을 키울 수 있도록 했죠. 가위질도 익숙지 않던 아이들이 색종이를 오려붙여 만든 작품을 보고 학부모나 교육청 관계자들이 깜짝 놀라더군요."
지난 20년을 돌아보면 "좀 더 잘할 걸, 좀 더 사랑할 걸" 하는 안타까움이 앞선다는 정 교장은 에티오피아 사람들에게 베푼 것만큼 그들로부터 배운 것도 많다고 한다.
"우리가 상상하지 못하는 순수함이 있습니다. 기근이 들어 아무것도 없으면 남의 것을 훔치려 들지 않고 조용히 그냥 죽는 사람들입니다. 아등바등 욕심부리지 않죠. 서두르지 않고 순리에 따르는 것, 여러 사람이 함께해야 한다는 것, 그리고 아무것도 없는 데서 살아가는 법도 배웠죠."
정 교장은 25일 상을 받고 29일 다시 에티오피아로 돌아간다. 역시나 언제 귀국할지 기약은 없다.
"도서실도 지어야 하고 할 일이 많으니 열심히 일해야죠. 앞으로 아이들이 학교에 나와서도 잘 살아갈 수 있도록, 발전한 한국에서 기술을 배워가서 에티오피아에 전파할 수 있게 하는 방법도 모색하려고 합니다."
mihy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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