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기철 목사의 ’일사각오’ 순교 신앙, 성탄절 안방 울렸다
정원희(juventus88@hanmail.net) l 등록일:2015-12-27 18:08:02 l 수정일:2015-12-27 18:27:10

 

지난 25일 밤 KBS1TV에서 방송된 다큐1 성탄특집 '일사각오 주기철’(연출 권혁만)에 대한 시청자들의 반응이 뜨겁다.
 
 ▲'일사각오 주기철’이 지난 성탄절 밤 방영된 이후 교계 안팎을 불문하고 높은 관심을 드러냈다.(방송 영상 캡처)

한 일본인 청년의 시선 따라 살펴본 주기철 목사의 생애

이번 프로그램은 공영방송 KBS가 성탄절을 맞아 특집 편성한 것으로 일제강점기 독립운동가이자 순교자인 주기철 목사의 일대기를 다큐드라마 형식으로 재조명했다.

무엇보다 주기철 목사의 생애를 살피는 과정에서 당시 가해국인 일본의 한 청년을 프리젠터(진행자)로 세워 그가 주 목사의 흔적을 밟는 형식을 따랐고, 주기철 목사의 삶을 재구성한 드라마는 주 목사의 막내아들 故 주광조 장로의 어린 시절 시선을 따라 진행되는 등 다큐와 드라마가 교차되는 독특한 구성방식을 선보였다.

프리젠터 스미요시 겐(30)은 10여 년 전 아버지 스미요시 목사가 설교 중 일본 기독교의 신사참배 사죄를 주장한 뒤 교회에서 쫓겨나는 장면을 목격했으며, 그 과정을 통해 가족들이 뿔뿔이 흩어지는 아픔을 겪었다.

이는 신념을 지키기 위해 가족의 안위를 뒤로 하고 일사각오의 길로 떠난 주기철 목사의 아들 故 주광조 장로가 소년 시절 느꼈을 감정과 비슷한 것으로, 연출자는 시대와 국적을 넘어 조우한 두 아버지와 두 아들의 이야기를 통해 그들이 아들과 가족을 버리면서까지 지켜야 했던 신념에 대해 주목했다.

실제로 평범하게 목회를 하던 아버지 스미요시 목사의 인생을 변화시킨 사람이 바로 ‘목숨을 바쳐 신념을 지키는’ 일사각오의 정신을 주창한 주기철 목사였기에, 스미요시 겐은 아버지의 인생을 변화시킨 주 목사의 신앙의 발자취를 좇아 한국땅에서의 여정을 펼쳤다.
 
 ▲주기철 목사의 일대기를 드라마로 재구성해 당시 소년이었던 막내 아들 故 주광조 장로의 시선으로 따라갔다.(방송 영상 캡처)

주 목사가 신앙 갖던 날부터 순교하기까지의 모든 여정 표현

드라마에서는 주기철 목사가 처음 교회를 찾은 1910년 성탄절로부터, 그가 민족교육의 산실인 오산학교에 진학해 민족주의 정신을 갖게 된 일, 이후 평양신학교에서 이를 종교적 저항운동으로 발전시킨 뒤 결국에는 일제의 신사참배를 죽음으로써 저항하기까지의 모든 과정을 다뤘다.

특히 평양 산정현교회 부임 이후 가혹한 일제의 탄압 속에서도 교인들을 향해 “신사참배는 ‘우상을 숭배하지 말라’는 십계명을 어기는 것”이라며 복음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주기철 목사의 모습은 감동으로 다가왔다.

이는 1939년 9월 조선예수교장로회가 27회 정기 총회에서 신사참배를 결의하는 등 대부분의 한국의 종교단체들이 일제의 무릎을 꿇은 것과는 상반된 모습으로, 극한의 고통 속에서도 일제에 저항하는 주기철 목사 순결한 신앙이 잘 표현됐다.

그렇지만 주기철 목사의 막내아들 故 주광조 장로는 아버지에 대해 “순교자이기 전에 평범한 인간으로서 죽음을 두려워했고 가족들과의 이별을 슬퍼했던 분”이라고 회고하며 주 목사의 순교 뒤에 깔려있던 그의 인정과 애환도 나타났다.

그 밖에도 스미요시 겐이 주 목사의 행적을 밟아가면서 만난 일본인 목사들의 고백 역시 주목을 끌었다.

2차 대전 당시 가미카제 특공대로 복무했던 한 목사는 “일본의 지난 죄를 용서해 달라”고 고백했고, 주기철 신앙을 연구해 박사학위를 받은 또 다른 목사는 “당시 신사참배를 강요할 수 있는 어떤 법적 근거도 없었다”고 지적하며 “주 목사의 사상이 일본에 전해지면서 목회자들의 삶을 근원적으로 바꿨다”고 말했다.

방송 이후 높은 관심 이어져…내년 3월 초 영화로도 개봉

한편 ‘일사각오 주기철’은 방송이 나가던 시간 국내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1위를 차지하는 등 높은 관심이 나타났으며, 종교 인물을 다룬 프로그램으로서는 이례적으로 전국 9.7%의 시청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또한 ‘다큐1’ 시청자 게시판에는 감동과 감사의 뜻을 전하는 시청자들의 시청소감이 줄을 이었고 SNS 상에서도 방송 관련 게시 글이 눈에 띄었다.

한 누리꾼은 “모두가 마음의 중심을 잃고 방황하며 변절이 흔해진 시대에 ‘신념’의 중요성을 일깨운 방송이었다”며 “이번 방송이 특정 종교에 머무르지 않고 ‘정의와 신념’이라는 범인류적인 메시지와 한국독립운동사를 새롭게 조명한 것을 높이 평가한다”고 강조했다.

자신을 기독교인이라고 밝힌 한 누리꾼 역시 “한국기독교가 일제의 잔인한 탄압에 끝내 굴복하는 속에서도 끝까지 한국 기독교의 자존심을 지킨 주기철 목사님이 자랑스럽다”면서 “오늘날 복음을 잃고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큰 울림이 됐다”고 전했다.

연출을 맡은 권혁만 PD는 “낮은 곳으로 오셔서 불의에 타협하지 않고 사랑을 전했던 공의로우신 예수의 가르침을 다시 한 번 되새길 수 있는 계기가 된 것 같아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어 “방송버전에서는 시간 제약으로 이미 촬영된 드라마의 주요 장면들이 많이 생략될 수밖에 없었다”면서 “프로그램은 방송분과는 전혀 다른 구성과 형식으로 영화를 제작해 내년 3월 초 전국 영화관에서 개봉할 예정”이라고 계획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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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행복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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