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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애(50·신림동)씨는 요즘 큰 걱정거리 하나가 사라졌다. 중3 아들이 6대1의 경쟁률을 뚫고 대안학교인 전북 완주 세인고에 입학한 것이다. 몇 달 전, 중상위권의 성적을 유지하던 아들이 “일반 고교는 체벌이 심해 절대 가지 않겠다”고 선언, 집안을 발칵 뒤집어 놓았었다. 조씨는 인터넷 사이트를 뒤지고 주변 학부모들에게 물어 본 후 아이의 요구를 받아들였다. “공부 못하고 말썽 피우는 아이들이 대안학교 간다고요? 그건 옛말이에요. 학비·교육내용·특성화 비교까지 해보는 엄마들이 얼마나 많다고요.”
정부가 대안교육(Alternative Education)을 정규교육으로 받아들인 지 올해로 10년. ‘붕어빵 교육’ ‘주입식 학습’을 거부하고 개인의 소질에 맞는 교육을 찾는 사람이 갈수록 늘면서 대안학교도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전남 영광의 영산성지고 황춘덕(黃春德·62) 교장은 “처음엔 학교에서 적응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이 ‘떠밀려’ 왔으나 요즘은 공부 잘하는 애들도 틀에 박힌 제도권 교육이 싫다며 우리 학교를 선택한다”고 했다.
10년 전 10개도 채 안 되던 대안학교는 이제 교육부가 추산한 곳만 100여개로 늘었다. 전국에서 대안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이 수천명에 이른다. 학기 초만 되면 대안학교 관계자들이 ‘학부모 문의전화 때문에 시달린다’고 하소연할 정도가 됐다.
실제로 생태교육을 내세우는 전북 무주 푸른꿈고는 올해 학년당 한 학급씩을 늘렸다. 지원자 수가 해마다 늘어나기 때문이다. 올해 신입생 모집인원을 전년도의 두 배인 40명으로 늘렸는데도 정원의 배가 넘는 100명이 지원했다. 이 학교를 세 번 답사한 후 지원을 결정했다는 학부모 최성기(51·전주시)씨는 “아이를 밤 12시까지 학원으로 내몰고 싶지 않았다”며 “자연 속에서 다양한 체험활동을 통해 아이가 성숙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대안학교 가운데는 정부의 인가를 받지 않은 학교가 더 많다. 100여개의 대안학교 중 정부의 인가를 받은 곳은 28개(중학교 7개, 고교 21개)뿐이다. 미인가 학교는 자율적으로 교과과정을 운영할 수 있지만 정부로부터 재정지원을 받지 못해 기부금 명목으로 1000만~2000만원을 받는 경우가 많다. 한 대안학교 교사는 “질 높은 교육을 원하는 학부모들은 기꺼이 그 돈을 내고 아이를 입학시킨다”고 말했다.
학부모와 학생들의 다양한 욕구를 반영하는 대안학교가 급증하면서 전혀 새로운 형태로 특화하는 학교들도 속속 나타나고 있다. 아예 영재교육을 내세우거나 명문대 입학과 해외유학 등을 목표로 하는 곳도 있다. 작년에 도시에 있는 대안학교에 딸아이를 보냈다는 학부모 김모(42·분당)씨는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도 좋았지만 학교에서 중하위권 성적을 상위권으로 올려준다고 해 입학시켰다”고 했다.
- ▲ 전북 무주에 있는 대안학교 푸른꿈 고등학교 학생들이 지난 가을에 열린 정기축제에서 시 낭송 발표를 하고 있다. 푸른꿈고 제공
전체 정원 60%를 성적 우수자로 뽑는 논산의 ‘벨 국제학교’는 아예 ‘영재학교’라는 간판을 내걸었다. 충북 글로벌비전크리스천스쿨은 해외유학을 목표로 하는 학생들을 겨냥한 ‘유학’ 대안학교 기치를 내걸고 있다. 교육부는 작년 미인가 대안학교에 재정지원을 할 때 ‘대안교육’ 취지에 맞지 않는 일부 입시위주 학교들을 제외했었다.
서강대 정유성 교수는 “일부 ‘교육병’에 걸린 학부모들이 대안학교를 또 하나의 입시발판으로 여기고 있어 문제”라며 “대안학교들도 인성교육과 대학입시 두 마리 토끼를 잡느라 고민이 많다”고 했다. 일부 교육학자들은 대안학교들에서 공부하면 일반학교에서처럼 대규모 단체생활을 하며 사회성을 키우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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