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오전 서울 강서문화회관 대강당. 일반학교에 적응 못한 청소년들과
만학(晩學)의 길에 나선 학생들을 위한 대안학교인 성지고(서울 강서구
화곡동 소재) 졸업식이 열렸다. 60대 할머니부터 머리를 노랗게 물들인
10대 청소년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졸업생 500명이 졸업장을 받았다.
늦깎이 졸업생의 두 팔에 안긴 손자 손녀들 모습도 보였다.
충북 옥천군 두메산골에서 태어나 초등학교를 나온 뒤 상경한 이점순
(李点順·53)씨. 배움의 열망을 못 이겨, 학원에서 검정고시를 본 후
2000년 성지고에 입학했다. 올해 가톨릭대학 아동학과 입학이 확정된
이씨는 “대학을 졸업한 뒤 딸과 함께 유아원을 세울 계획”이라고
말했다.
졸업장을 받은 백현옥(白鉉玉·55)씨도 남편의 적극적 뒷바라지로 올해
경기대 국어국문학과에 입학하게 됐다. 그녀는 “처음엔 보험회사에
다니며 밤 12시에 들어와 오전 3시까지 공부하는 생활이 힘들었지만 곧
자신감이 들었다”며 “내가 열심히 공부하니까 고등학교 다니던
막내아들도 맘잡고 공부를 했다”고 말했다. 남편 김영근(57)씨는
“여보, 정말 수고했어”라는 말을 연신 내뱉으며 백씨를 꼭 껴안았다.
이날 졸업생 중 최고령인 최효순(崔孝淳·68)씨는 대학을 졸업한 뒤에도
공부를 계속해서 박사학위까지 받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하루 3시간만
자고 나머지 시간엔 늘 공부에 매달렸다고 한다. 최씨는 “막상 졸업장을
받고 나니 기쁜 마음과 6년 동안 함께 공부했던 친구들과 헤어지게 돼서
서운하기도 하다”며 아들들과 함께 식장을 나섰다.
이태인(李太仁·63)씨는 60~70년대 남녀 혼성 ‘시온선교단’에서
아코디언 주자로 활약했던 ‘멋쟁이’다. 올해로 10년째 교도소와
경로당을 돌며 봉사활동을 펴고 있다. 어린이집 원장인 딸 신희정씨는
“제가 이 일을 하는 것도 어머니 영향이 크다”며 “어머니 보면 정말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다짐을 계속한다”고 말했다.
3년 개근상을 받은 박해숙(朴海淑·65)씨. 지난 1989년 남편이 병환으로
숨진 뒤 식당일로 자녀를 키우면서 성지학교를 졸업한그녀는
“손자들한테 공부 못하는 할머니라고 무시당하기 싫어 딸이 사준
녹음기로 밤마다 수업내용을 복습해가며 공부했다”고 말했다. 박씨는
이번에 서울정보기능대학 패션디자인학과에 합격했다. 그녀는
“독거노인들에게도 폼나는 옷을 입혀주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