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상하이의 자전거 문화

중국에서 자전거는 출퇴근길의 대명사다.

오토바이와 자전거가 뒤엉킨 채 도로를 가득 채우며 달리는 모습은 상하이에서 하루의 시작이자 마무리다.

우먼센스 | 리빙센스 | 입력 2016.12.16 10:10 | 수정 2016.12.16 10:12




중국인에게 자전거는 특별하다. 사유재산을 의미하는 번호판이 붙어 있고, 도난 방지를 위해 사활을 건다. ‘어마무시한’ 크기의 자물쇠를 걸어두는 것은 물론이고 엘리베이터에 자전거를 억지로 넣으려다 엘리베이터를 고장 내는 경우도 종종 있다. 그만큼 ‘내 자전거는 소중하니까….’ 그럼에도 오토바이와 자전거 도난 사고는 빈번하고, 벌이가 시원찮은 사람들은 밤새 사라진 ‘두발자가용’ 때문에 발을 동동 구르기도 한다. 중국인들이 이토록 자전거를 아끼는 이유는 대중교통이 불편하기 때문이다. 버스 요금은 2위안, 지하철은 4위안. 10년째 오르지 않는 저렴한 요금이지만 지하철역은 듬성듬성 있고, 버스는 너무 오래 기다려야 한다. 상하이의 교통 체증은 또 어떤가. 도로가 막히기 시작하면 만리장성을 쌓을 만큼 긴 시간 정체되는 것은 물론이고 만원 버스 안에서는 성추행도 빈번하다. 중국에서는 2010년 공공 자전거 사업이 시작됐다.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에서 카드를 발급 받은 후 2백 위안 정도의 보증금을 내면 자전거를 이용할 수 있다. 자전거에 있는 바코드를 스마트폰으로 스캔하는 간단한 방법으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지만 불편한 반납 방법으로 인해 문제점이 드러났다. 반납을 할 때에는 꼭 지정된 거치대에 자전거를 세워두어야 하는데 지역에 따라 거치대가 갖춰진 곳도 있고 아닌 곳도 있었기 때문이다. 최근엔 새로운 공공 자전거가 등장했다. 2014년 베이징대학 출신 창업자들이 설립한 공유 자전거 서비스 업체인 ‘오포(ofo)’는 깔끔한 디자인과 새로운 서비스 방식으로 눈길을 끌었다. 오포는 대학생들을 타깃으로 본격적인 자전거 공유 사업에 나섰다. 현재 총 1천5백만 대의 자전거를 보유하고 있고 일일 평균 50만대의 자전거가 이용된다. 오포의 공유 자전거는 스마트폰 앱이나 중국판 카카오톡인 웨이신의 오포 계정을 통해 등록하면 이용할 수 있다. 자전거에 표시된 번호를 앱에 입력하면 자물쇠를 풀 수 있는 비밀번호를 받을 수 있다. 빠르게 성장한 오포는 전국 20개 도시 1백50만 명의 이용자를 보유한 중국 최대 규모의 공유 경제 플랫폼으로 거듭나는 중이다. 오포의 성공 요인은 자전거의 세련된 디자인과 편리한 반납 방법이다.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공공 자전거 서비스가 있음에도 오포의 이용자가 계속 늘어나는 이유다. 최근 상하이에서 가장 많이 눈에 띄는 공유 자전거는 ‘모바이’다. 모바이는 대학생을 주요 고객층으로 삼았던 오포와는 달리 도심의 직장인들을 타깃으로 삼았다. 점심시간이면 식당으로 이동하기 위해 택시 잡기 전쟁이 벌어지곤 하던 상하이에서 모바이의 등장은 직장인들에게 여유로운 점심시간을 선사했다. 상하이에서 시작한 모바이는 반년도 안 되어 20만 명의 가입자가 이용하고 있다. 자전거도로가 발달한 상하이의 특성에 잘 맞아 앞으로 더욱 인기가 높아질 것이라 예상된다. 상하이 시 당국은 공유 자전거 사업을 반기고 있다. 지난 7월 지독한 스모그를 겪고 ‘환경보호세’까지 만든 상황이니 자전거 이용자의 증가가 반가울 수밖에 없다. 최근엔 안전한 자전거도로 만들기에 막대한 자금을 쏟고 있다고 하니 앞으로 상하이의 자전거 이용률은 더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필자도 오랜만에 자전거를 타봤다. 공유 자전거는 묵직한 무게감으로 페달을 밟을 때 상당히 힘이 든다. 하지만 12월의 시리도록 차가운 상하이 공기를 가르며 달리는 재미는 쏠쏠했다. 자전거를 타고 과거와 미래가 공존하는 도시를 누비는 것, 상하이에 살면서 발견한 새로운 즐거움이다.

상하이에서는 남녀노소 누구나 자전거를 애용한다. 스마트폰 앱으로 쉽게 사용할 수 있는 공유 자전거 서비스로 중국의 자전거 이용률은 더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글쓴이 서혜정씨는…

2004년 중국 생활을 시작했고 2007년부터 상하이에 머물고 있다. 상하이의 문화와 명소, 일상을 블로그에 올리며 매거진 해외 통신원, 방송 리포터, 프리랜스 기자로 활동하고 있다. 현재는 상하이외국어대학교 출판사의 한국어 성우로도 활동 중이다.




기획 : 김안젤라(프리랜서) | 사진 : 서혜정

Posted by 행복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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