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혜원의 뚜벅뚜벅 라틴아메리카] 과테말라③ <끝> 정글 속에 감춰진 마야의 보물, 띠깔
중앙일보 입력 2016.12.26 00:01 수정 2016.12.26 06:32
다듬어 지지 않은 빽빽한 우림 속에 감춰진 고대 마야 문명을 만나는 일은 생각만으로도 흥미롭다. 상상이 현실이 되는 여행지가 과테말라 북부 뻬덴주에 있다. 3000여개의 유적이 약 60㎢ 밀림 곳곳에 흩어져 있는 고대도시 띠깔이다.
띠깔은 현재 남아있는 마야 유적 가운데 가장 역사가 오래됐는데, 기원전 600~800년대 당시 10만 명 이상이 이곳에 거주했다고 한다. 그 규모와 화려함으로 볼 때 이 일대의 정치적, 종교적 중심지였음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마야문자 해독을 통해 띠깔은 멕시코의 테오티우아칸과 문명과 교류했던 상업 거점지역이었음이 밝혀지기도 했다. 900년대 이후 이 일대의 마야인이 돌연 종적을 감췄다. 정확한 이유는 알지 못한 채 가뭄 또는 전염병이 원인이었을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띠깔은 1950년대 처음 발굴조사가 이뤄지기 시작했고 1979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지정됐다. 유적들은 굉장히 넓은 밀림에 흩어져 있어 중심부의 약 16㎢에 이르는 지역만 돌아보려 해도 최소 2~3시간이 걸린다. 정글 속엔 희귀한 새와 동물들이 살고 있어 걸어 다니며 이들을 발견하는 것도 큰 재미다.
띠깔엔 6개의 신전과 광장·경기장·주거지·저수지 등이 남아있으며 현재도 여전히 발굴조사가 진행 중이다. 재규어의 신전이라 이름이 붙은 1호 신전은 50m의 피라미드로 대광장 그랑 플라자에서 가장 먼저 만나게 된다. 9개의 기단은 저승세계를 상징한다. 1958년 이 곳에서는 8세기 왕의 무덤을 비롯 다양한 옥 장신구와 토기 등이 출토됐다. 바로 맞은편에는 가면의 신전이라 불리는 2호 신전이 있다. 자세히 보면 상단에 얼굴 부조가 조각돼 있다. 높이 38m인 신전 뒤로 계단이 설치돼 있어 피라미드 중반까지 걸어서 오를 수 있다. 그랑 플라자를 중심으로 형성돼 있는 아크로폴리스는 상류계층의 주거지였던 것으로 추측되고 있으며 현재 왕들의 묘, 각종 비석들이 남아있다.
국립공원에서 돌아와 플로레스 마을에서 휴식을 취하며 뱃놀이를 즐기자. 유유히 페텐차 호수 위를 떠다니는 배 위에서 석양을 감상하는 것도 여행의 큰 즐거움이다. 아직 마야 유적에 대한 아쉬움이 남는다면 띠깔 북쪽 20㎞지점의 왁삭뚠 유적도 방문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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