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국여행] 雪山登頂..2017년 새해, 첫 해를 만나는 명당
매일경제 입력 2016.12.26 04:04
◆ 겨울풍광 1번지 설악산
눈 설(雪)자로 시작하는 걸 굳이 들지 않아도 설악산은 겨울 풍광이 아름다운 산 가운데도 으뜸으로 꼽을 만하다. 산악인들이 즐겨 부르는 '설악가'를 지은 이정훈은 '~내 어이 잊으리오/ 꿈같은 산행을~'이라고 노래했을 정도다.
설악산은 어느 계절이나 뛰어난 경관을 자랑하지만 특히 겨울 설악은 극한의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장쾌함과 오묘함을 함께 갖춘 산이지만 매서운 바람을 극복하는 노력을 해야 진면목을 볼 수 있다는 얘기다. 게다가 아주 가볍게 갈 수 있는 곳부터 극한의 인내심을 발휘해야 하는 난이도까지 다양한 코스를 갖춘 점도 설악의 매력이다.
걷기는 싫은데 비경은 보고 싶다면 설악동에서 케이블카를 타고 권금성에 가면 된다. 멋진 외설악의 눈요기는 쉽게 할 수 있다. 그런데 설악에서 가장 장쾌한 비경을 보는 것도 거기에 조금만 더 힘을 쓰면 된다. 최근 토왕폭 전망대가 열린 덕에 얼어붙은 국내 최대 폭포의 장관을 정면에서 담을 수 있다. 설악동에서 비룡폭포를 거쳐 토왕폭 전망대까지 1시간30분이면 갈 수 있다.
외설악의 비경인 천불동계곡과 설악골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금강굴도 2시간이면 갈 수 있다. 울창한 송림을 따라 걷는 길 자체가 힐링 코스다. 미시령길을 갈 때마다 지나치는 장엄한 울산바위에 오르는 데도 2시간이면 된다. 그 웅장한 바위 위에서 보는 저항령계곡의 설경도 일품이다.
◆ 겨울 산행·일출 명소 선자령
많은 산악인이 겨울철 산행의 첫 번째로 선자령(1157m)을 꼽는다. 구간 전체가 백두대간에 속해 장쾌한 맛이 있는 데다 동해를 바라보며 걸을 수 있다는 매력을 갖춰서다. 대관령 휴게소에서 바로 올라가기 때문에 접근성이 좋은 것도 한 이유다. 게다가 전 구간이 대체로 완만하고 많은 눈이 쌓여 있어 비닐 한 장만 들고 가면 눈썰매까지 즐길 수 있다는 건 이곳 나들이의 덤이다.
다만 전 구간 모두 바람에 노출돼 있다는 점은 꼭 염두에 두어야 한다. 그만큼 보온에 신경을 써야 하는 코스다. 우모복은 물론이고 윈도스토퍼와 얼굴을 가릴 수 있는 방풍안경, 발라크라바까지 갖추는 게 좋다. 산행 시간은 왕복 4~5시간을 잡으면 된다.
새해 해맞이는 대관령이나 선자령 정상보다는 KT대관령중계소 근처에서 하는 것이 좋다. 바람도 덜하고 시야도 확 트였기 때문이다. 대관령휴게소에서 중계소까지는 능선을 타고 가도 되지만 국사성황사를 거쳐서 가는 편이 수월하다. 계곡길이라 바람을 피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자동차가 지날 수 있을 정도로 정비를 해놨기 때문이다. 대관령휴게소에서 국사성황사까지는 1.4㎞, 국사성황사에서 중계소까지는 0.2㎞ 정도다. 도보로 30~40분이면 갈 수 있다.
◆ 눈꽃 명산 계방산과 치악산
눈꽃(상고대)은 하늘에서 내리는 게 아니라 공기 중의 수증기가 얼어붙어 생긴다. 그런 만큼 산 높이가 1000m를 넘어야 제대로 된 눈꽃을 만날 수 있다. 게다가 적절한 수증기를 공급할 배후지도 있어야 한다. 계방산(1577m)과 치악산(1288m)은 이 두 가지 요건을 모두 갖춰 눈꽃산행 명소로 꼽힌다.
계방산은 오대산(1563m)보다 높지만 해발 1089m 운두령에서 산행을 시작하기 때문에 정상까지 거리가 짧아 역시 겨울철 산행코스로 많이 꼽힌다. 운두령에서 계방산 정상까지는 3시간, 하산까지 6시간 정도를 감안하면 된다. 출발지인 운두령으로 되돌아오기도 하지만 보통은 정상을 지나서 나타나는 주목군락을 보고 노동계곡으로 내려온다. 정상으로 가는 길 일부에 가파른 구간이 있으나 산의 높이에 비하면 비교적 수월하게 오를 수 있다. 전망대 가기 전에 나타나는 눈꽃터널은 저절로 환성을 토해내게 한다. 정상에 서면 눈앞에 펼쳐진 산야의 정경이 장쾌한 느낌을 준다. 다만 오후가 되면 정상 구간에 강한 바람이 불기 때문에 보온에 신경을 써야 한다.
원주 동쪽에 남북으로 길게 이어진 치악산에선 남쪽 상원사보다는 북쪽 구룡사에서 비로봉으로 오르는 능선의 눈꽃이 일품이다. 구룡사에서 세렴폭포를 지나면 나타나는 사다리병창 구간은 치악산의 난코스. 끝없이 이어질 것 같은 계단길이 부담스럽다. 그렇지만 바위 위로 이어진 계단 덕분에 시야가 확 트인다는 게 이곳의 숨은 장점이다. 거치는 게 없어 순백으로 뒤덮인 치악산 정경을 감상하고 사진에 담기 좋다.
[정진건 등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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