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은영의 부모마음 아이마음]아이가 무서워하면 그건 단호한 훈육이 아니다
입력 2017.01.18 03:01 수정 2017.01.18 14:15
일러스트레이션 김수진 기자 soojin@donga.com |
오은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소아청소년클리닉 원장 |
요즘 양육에 관심을 갖고 찾아오는 아빠들이 하나같이 어려워하는 부분이다. 자신은 나름대로 단호하고 분명하게 하려고 한 것인데, 주변에서는 자꾸 무섭다고 한단다. 어떤 아빠는 아예 단호하고 분명한 것과 지나치게 무섭고 강압적인 것을 구별을 못하기도 한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기 때문에 다른 사람과 평화롭게 살아가려면 반드시 지켜야 하는 사회질서와 규칙이 있다. 만 3세가 지나면 아이에게도 무엇이 옳고 그른지, 무엇이 허용되고 허용되지 않는지를 적극 가르쳐 주어야 한다. 이것을 훈육이라고 한다. 훈육은 너무 강압적이어도 안 되지만 지나치게 허용적이어도 안 된다. 앞의 사례와 같은 상황에서 “엄마 아빠랑 같이 있고 싶구나. 그런데 어쩌지? 지금은 나가 있어야 하는데…. 이따가 장난감 사줄 테니까 잠깐만 나가 있어 주면 안 될까?”라고 아이의 비위를 맞추며 사정해서도 안 된다. 단호하고 분명하게 “나가서 기다려라” 하는 것이 맞다. 그런데 이런 지침을 말할 때 절대 무서울 필요가 없다. 분위기가 좀 무서워야 부모가 단호해 보이고, 아이가 지침에 따를 것이라는 생각은 정말 엄청난 착각이다.
그렇다면 도대체 어떤 표정과 목소리로 말해야 단호한 것인가. 많이들 묻는다. 그동안 많은 부모에게 그 해답을 나름대로 자세히 주려고 노력해왔다. 그런데 많은 경우 실패했다. 어떻게 설명을 해도 적용할 때는 이상하게 ‘무섭게’로 바뀌었다. 그래서 고민해 보니 ‘단호함’은 단지 말하는 기술로만 접근하면 안 될 것 같다. 그 지침을 내릴 때의 부모의 감정, 생각, 내용으로 접근하는 것이 옳다.
단호한 지침에는 ‘진중한 감정’이 들어있다. 지침은 아이의 행동에 대한 ‘못마땅함’ ‘노여움’에서 출발한 것이 아니라 아이에 대한 진지한 고민, 잘 가르치겠다는 의지에서 비롯된 ‘진중한 감정’에서 나왔다. 아이를 존중하지 않고는 나올 수 없는 감정이다. 예전에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라는 프로그램에서 훈육을 시작할 때, 나는 아이에게 “오늘 선생님은 너에게 이것을 반드시 가르쳐주고 갈 거야. 굉장히 중요한 거야”라고 말했다. 아이들은 이 말만으로도 태도가 많이 바뀌었다.
단호한 지침에는 언제나 아이를 가르친다는 생각이 있다. 아이는 한 번에 배우지 않는다. 아이는 아이이기 때문이다. 이 생각이 확고하면 단호함에 무서움이 들어가지 않는다. 단호할 때 자꾸 무서워진다면 내 안에 ‘요것 봐라. 버르장머리 없이 아빠한테 이런 행동을 해?’ 내지는 ‘지금 안 잡으면 나중에 얼마나 말을 안 들을까? 오늘 따끔하게 잡아야지’라는 생각이 없는지 살펴보아야 한다. 이런 생각이 조금이라도 있으면 강압이 들어간다. 이것을 아이는 무서운 억압으로 느낄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아이는 그것에 숙이는 것은 굴복이라고 여겨 말을 더 듣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단호한 지침은 말하는 모습보다 내용이 더 단호하다. 앞의 사례에서 나는 “원장님이 너를 억지로 끌어내지는 않아. 어른들끼리 할 얘기가 있는 거야. 그러니 나가서 기다려라. 네가 심심하면 다른 선생님이 너와 놀아주실 거야”라고 한다. 내용으로는 단호하게 ‘나가서 기다려라. 네가 여기에 있는 것을 나는 절대 허락하지 않겠다’를 전달하지만 태도는 아이를 굉장히 존중한다. 진지하게 설명하고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를 친절하게 알려준다. 이렇게 말하면 소리를 지르지 않아도 화를 내지 않아도 눈을 부릅뜨지 않아도 말을 듣는다. 권위나 지도력은 절대 강압에서 나오지 않는다. 상대에 대한 존중에서 나온다. 지시만 하는 것이 아니라 윗사람으로서 책임지고 보호해 줄 때 생긴다.
오은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소아청소년클리닉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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