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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윤정의 웰컴 투 발트3국] 발트해의 진주.. 흥미로운 중세체험에 하루가 짧다

에스토니아 수도 탈린

세계일보 | 이귀전 | 입력 2017.03.30 15:36




탈린 시청광장에서 이어진 비루거리에서는 중세 복장을 한 가이드가 눈길을 끈다. 영화에서나 볼 듯한 중세 복장으로 진지하고 큰 목소리로 설명을 하고 있다.
에스토니아의 수도 탈린(Tallinn)의 아침은 여느 곳보다도 여유로워 보였다. 지난밤 북으로 달리던 자동차가 어둠이 내려앉은 발트해의 진주, 탈린에 도착했다. 발트해 깊숙이 자리 잡은 탈린은 핀란드만을 사이에 두고 헬싱키를 마주보고 있는 항구도시다. 북유럽 최고의 관광도시라는 말이 조금도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아름다움을 자랑한다. 발트 3국의 남쪽 끝, 리투아니아에서 시작된 이번 여행은 라트비아를 거쳐 이곳, 탈린에서 마무리된다.
탈린 톰페아 언덕의 알렉산데르 네프스키 교회는 러시아가 에스토니아를 지배하던 19세기에 세워졌다.
과거의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한 탈린은 현재 에스토니아 수도이자 최고의 휴양지로 각광받고 있다. 주변 강대국에 의해 오랫동안 수탈당하고 지배받던 곳이다. 1219년 덴마크를 시작으로 독일, 스웨덴, 제정러시아 등 주변 강대국들이 확장될 때마다 풍요로운 평야지대인 에스토니아를 침략해 지배해 왔다. 1991년 완전한 독립을 쟁취하고서야 이 같은 침략은 멈췄다. 현재는 오랜 피지배의 유물들이 관광자원으로 활용되면서 중세와 현대가 공존하는 문화유적지로 각광받고 있다.

신시가지에는 현대적인 건물과 고급스러운 호텔, 최신 유행한 물건들을 파는 상점과 대형 쇼핑센터가 들어서 있으며, 구시가지인 올드타운은 13~15세기 한자(Hansa)동맹 당시의 모습이 가장 잘 보존된 지역으로 이름을 날리고 있다. 실제로 고딕 첨탑과 자갈길, 매혹적인 건축물을 보면 북유럽에서 가장 잘 보존된 중세도시의 아름다움에 감탄하게 된다.

에스토니아의 수도 탈린에서 숙소에 들어가자 가족단위 여행객으로 북적거렸다.
여행의 마지막 종착지에서 몸과 마음의 여유를 찾기 위해 최종 숙소는 온천호텔로 잡았다. 중세의 아름다움을 간직한 톰페아성(Toompea Castle)이 보이는 호텔은 북유럽 최고의 휴양지답게 현대적 건물에 가족단위 여행객으로 북적거렸다. 따뜻한 아침햇살이 비치는 식당에는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새들의 노래처럼 반갑게 귀를 적신다. 북유럽 혈통의 유달리 체격이 큰 직원들은 위압적인 덩치와 달리 환한 표정으로 반겨준다. 
탈린 톰페아성으로 향하는 길은 겨울바람으로 가득하다. 두터운 털코트를 두른 시민들이 분주한 걸음으로 지나쳐 간다.
호텔에서 500m 내에 올드타운과 알렉산데르 네프스키 교회, 톰페아 언덕 등 주요 문화유적들이 위치해 있다. 여행의 피로를 털어내고 늦은 아침을 먹은 후 올드타운으로 향했다. 올드타운은 고지대와 저지대의 두 지역으로 나뉜다. 호텔에서 가까운 톰페아 언덕의 고지대에는 톰베아성이 있고, 그 밑으로 비루문에 이르는 저지대가 형성돼 있다. 고지대는 탈린의 지배세력들이 사용하던 건물들이 남아 있고 저지대에는 13세기경부터 발전한 발트해 무역을 이끌었던 무역상들의 건물이 밀집해 있다.
탈린의 톰페아성 위로 에스토니아의 삼색기가 펄럭인다. 제정러시아 시절 지배의 상징이던 이 건물은 에스토니아의 국회의사당으로 쓰이고 있다.
톰페아성으로 향하는 길은 겨울바람으로 가득했다. 두터운 털코트를 두른 시민들이 분주한 걸음으로 지나쳐간다. 언덕길로 올라서니 톰페아성 위로 에스토니아의 삼색기가 펄럭인다. 제정러시아 시절, 탈린 지배의 상징이던 이 건물이 현재는 민의를 전달하는 에스토니아의 국회의사당으로 쓰이고 있다고 하니 역사의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에스토니아인들은 자신들의 독립과 자유의 상징인 삼색기를 보며, 스스로 쟁취한 독립과 공화국에 대한 자부심을 느끼는 듯했다.
1219년 덴마크인들이 탈린에 진출한 이후 세워진 톰 성당.
고지대에 위치한 ‘성모 마리아 루터회 톰성당’은 1219년 덴마크인들이 이곳에 진출한 이후 세워졌다. 오래된 건물로 보이지 않을 만큼 잘 보존된 이 성당에는 탈린의 역사를 볼 수 있는 기념물들이 전시돼 있다. 톰페아 언덕의 전망대에서는 탈린 시내가 한눈에 들어온다. 해발 45m에 불과한 낮은 언덕이지만 주변지대가 워낙 낮아 중세의 구시가지와 현대적 도시, 그리고 발트해까지 아름다운 풍경이 그림처럼 펼쳐져 있다.

탈린에 유일하게 남아 있는 르네상스 건물 블랙헤드 길드의 집.
벽돌길을 따라 언덕을 내려와 저지대로 접어드니 탈린에 유일하게 남아 있는 르네상스 건물, 블랙헤드 길드의 집이 보인다. 중세의 골목길은 곧이어 삼형제의 건물과 세자매의 건물로 이어진다. 15세기에 지어진 세자매의 건물은 뾰족하게 솟은 세 개의 건물이 나란히 서 있는 모습이 이채롭다. 중세시대 양식을 잘 보여주는 이 건물들은 현재 호텔로 개조돼 사용되고 있다. 고색창연한 길은 시청광장으로 이어진다. 광장 앞 구시청사는 북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시청이라고 한다. 고딕 양식으로 보존된 유일한 건물은 13세기 건설되기 시작해 1404년에 완성돼 역사가 700년이 넘는다. 여전히 도시의 대표적 건물로 자리 잡으면서 시청광장도 구시가지의 중심으로 발전해 왔다.
탈린 중세의 골목길에 있는 삼형제의 건물.
15세기에 지어진 세자매의 건물. 뾰족하게 솟은 세 개의 건물이 나란히 서 있는 모습이 이채롭다. 중세시대 양식을 잘 보여주는 이 건물들은 현재 호텔로 사용되고 있다.
오늘날에도 여름에는 옥외 카페로 가득하고, 축제와 야외 콘서트, 박람회 등이 열린다. 겨울에는 우뚝 솟은 가문비나무를 중심으로 마법의 크리스마스 시장으로 변모한다. 1441년 이곳에 세워진 가문비나무가 크리스마스트리의 효시다. 크리스마스 시즌이 지난 뒤여서 아름다운 트리를 볼 수 없다는 점이 못내 아쉬웠다. 

탈린 비루거리에는 중세시대 복장을 입고 손님의 눈길을 끄는 사람들이 보인다. 중세를 테마로 하는 레스토랑과 기념품 가게들이 즐비하다.
시청광장에서 이어진 비루거리에서는 중세 복장을 한 가이드가 눈길을 끈다. 영화에서나 볼 듯한 중세 복장으로 진지하고 큰 목소리로 설명을 이어가고 있다. 거리에는 또 다른 모습으로 중세시대 복장을 하고 손님을 이끄는 사람들도 보인다. 중세를 테마로 하는 레스토랑과 기념품 가게들이 즐비하다. 가게를 방문해 이것저것 보고 싶었지만 시간을 너무 지체할 것 같아 내일 다시 둘러보기로 하고 거리 끝까지 걸었다. 어디선가 고소한 냄새가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탈린의 명물이라는 흑설탕에 볶은 아몬드다. 중세식 마차 위에서 중세시대 복장을 한 판매원이 시식을 권한다. 달콤하고 고소한 맛에 이끌려 한 봉지를 샀다.
13세기 고딕양식으로 지어진 니콜라스 교회는 중세시대 무역상인들의 헌금으로 조성됐다. 러시아의 폭격으로 완전히 파괴된 것을 복원했다.
저지대의 남쪽과 동쪽으로 도시 벽을 따라 달리는 방어 경로가 있다. 이 거리에는 수많은 갤러리, 수공예 워크숍, 카페 및 엔터테인먼트 장소들이 들어서 있다. 중세의 역사 속에 있는 듯 이것저것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시간 가는 줄 모르게 아름다운 소품과 역사의 흔적으로 가득하다. 
탈린 구시가지 여행의 출발점인 비루문. 감시탑으로 쓰였을 쌍둥이 탑이 양 옆으로 솟아 지나가는 관광객을 내려다보고 있다.
탈린의 ‘부엌을 들여다보아라’ 성탑. 탈린에서 높은 지대에 만들어졌기 때문에 성탑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면 남의 집 부엌이 보였다고 해서 이름 붙여졌다고 한다.
구시가지 여행의 출발점이라는 비루문에 도착했다. 언덕에서부터 내려온 나에게는 마지막 코스다. 구시가지로 들어서는 6개의 대문 중 하나인 비루문은 감시탑으로 쓰였을 쌍둥이 탑이 양 옆으로 솟아 지나가는 관광객을 내려다보고 있다.
탈린의 재미있는 식당 안내판.
길을 돌아 다시 구시가지로 들어서, 조금 전 지나쳐 왔던 재미있는 중세 분위기의 식당을 찾았다. 중세를 테마로 한 레스토랑에는 촛불을 조명으로 그 시대의 복장을 한 직원들이 일을 하고 있다. 이들은 낯선 모습의 관광객에게 신이 난 듯 메뉴를 설명한다. 중세의 음식은 현대인에게도 풍요로운 저녁식사를 선사한다. 중세의 역사 속에서 하루를 보내다 보니 탈린은 신비스럽고 매력적인 도시로 다가왔다.

여행가·민트투어 대표

Posted by 행복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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