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가 바닥나면 생활은 어떻게 바뀔까

  • 연합뉴스
  • 입력 : 2010.02.25 18:25

’석유종말시계’ 출간

25일 현재 국제유가는 배럴당 80달러 선이다. 국제유가가 배럴당 147달러까지 치솟은 2008년 여름, 미국의 휘발유 평균 판매가는 갤런(3.78ℓ)당 4달러를 넘었고 도로에서 자동차가 크게 줄었다.

유가가 갤런당 2달러(배럴당 84달러)씩 올라 4달러, 8달러, 16달러가 되면 인간의 실제 삶은 어떻게 바뀔까?

포브스 수석 기자 크리스토퍼 스타이너는 ’석유종말시계’(시공사 펴냄)에서 유가가 이렇게 될 때 실생활에 미치는 영향을 냉정하게 분석한다.

그가 내놓는 경고는 석유가 바닥나면 원시시대로 돌아갈 것이라거나 인간이 지구를 떠나야 할 것이라는 SF영화 수준이 아니다.

저자는 사람들이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계속 몰게 될지, 바다에서 잡은 참치가 도시 사람을 식탁에 오를 수 있을지, 중산층이 해외여행을 얼마나 자주 할 수 있을지 구체적으로 따져본다.

갤런당 6달러일 때, 저자가 그린 그림에서는 상황이 그나마 다행이다. 디젤 연료가 휘발유보다 17%가량 많은 에너지를 내므로 오랫동안 북미인들이 천대한 디젤 엔진 차와 자전거가 잘 팔린다. 생산에 석유가 듬뿍 들어가는 패스트푸드가 덜 팔려 사람들은 날씬해진다. 경찰도 걸어서 동네를 순찰한다.

8달러로 치솟으면 상황을 낙관할 수 없다. 건실한 서유럽 일부 항공사에 밀린 북미 거대 항공사와 아시아의 작은 항공사들이 사라진다. 미국에서 유럽까지 그나마 싼 일반석 가격이 2천 달러 정도라 중산층이라도 선뜻 탈 수 없게 된다. 교통비가 비싸져 손님이 끊긴 사막의 도시 라스베이거스가 파산한다.

갤런당 10달러가 되면 자동차의 개념이 바뀐다. 전기차가 대세를 이루고 모터보트나 수상스키 같은 취미를 즐길 여유는 없다. 석유로 만드는 플라스틱 값이 치솟아 비닐봉지가 사라진다.

12달러 시대에 사람들은 교외 생활을 접고 도시로 다시 몰려들고, 14달러 시대에는 중국 등 생산비가 싼 지역에서 대량으로 물건을 들여와 팔던 월마트 같은 대형마트가 유통비를 감당하지 못해 문을 닫는다.

16달러 시대에는 원양어선 비용을 도저히 감당할 수 없어 ’초밥의 종말’이 찾아오고, 18달러가 되면 철도가 가장 중요한 교통수단으로 자리 잡는다.

저자는 무작정 “이대로 석유를 펑펑 쓰다가 지구가 멸망할 것”이라고 위협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인류의 미래를 내다보는 시선은 꽤 긍정적이다. 그는 석유값이 치솟으면 사람들은 대체에너지 확보와 에너지 절약에 열을 올리고 소도시 중심의 자급자족 생산ㆍ소비 방식이 자리를 잡으리라고 믿는다.

책은 갤런당 20달러 시대에 뉴욕에 사는 27세 젊은이 빌의 삶을 상상하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태양전지판으로 난방이 되는 집에 사는 빌은 그 나이대 대부분이 그렇듯이 자동차를 가져본 적이 없고 마지막으로 비행기를 탄 것은 15년 전이다. 그는 부모님을 만나러 갈 때 늘 기차를 타는데 기차 창 너머로 도시를 에워싼 크고 작은 농장들이 보인다.

빌의 여자친구는 석유가 아니라 식물성 오일을 원료로 한 립스틱을 바르고, 만들 때 석유가 들어가는 유리병이 아니라 양피지로 만든 상자에 담긴 와인을 마신다. 어떤 일을 하든 얼마만큼의 에너지가 들어가는지 확인하고 조심한다.

원제 $20 Per Gallon. 박선호 옮김. 356쪽. 1만5천원.
Posted by 행복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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