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계탕 맛본 중국인 친구들 너도나도 조리법 묻더군요"

입력 : 2010.04.02 06:07

중국에서 한식 요리책 낸 육명희 크라운베이커리 대표

지난겨울 서울 종로구 청운동의 한 주택에서는 주말마다 칼질 소리가 요란했다. 도마 앞의 요리사는 육명희(61) 크라운베이커리 대표다. 육 대표의 손끝에서 김치전, 청포묵, 더덕생채 등이 만들어질 때마다 카메라가 쉴 새 없이 움직였다.

육 대표가 이렇게 매 주말 요리전쟁을 치러가며 준비한 95가지 한식이 '한번 배우면 바로 할 수 있는 한국요리'라는 책으로 중국에서 발간됐다. 1일 서울 삼성동 크라운베이커리 본사에서 만난 그는 "6남매 가정의 맏며느리로 40년간 32명 식구의 밥상을 차려내다 보니 맛있으면서도 쉽게 조리하는 법을 저절로 익히게 됐다"고 말했다. 육 대표는 크라운제과 창업주인 고(故) 윤태현 회장의 맏며느리이자 윤영달 크라운해태제과 회장의 부인이다.

육명희 대표는“한식책은 우리나라 식문화를 알리는 민간 외교의 하나라는 생각에서 꼼꼼하게 준비했다”고 말했다. /이준헌 객원기자 heon@chosun.com
이 책은 2006년 중국 베이징대 CEO 인문학 과정 재학 중 중국 친구들에게 선보였던 삼계탕 한 그릇에서 시작됐다. 삼계탕을 먹어본 중국인 동창들이 "한국에 이런 맛이 있느냐"며 너도나도 조리법을 물었다. 한식의 가능성을 깨달은 그는 이듬해 칭화대에서 MBA과정을 공부하며 틈틈이 조리법을 정리해뒀다. 중국 친구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탄 육 대표의 솜씨에 상하이의 한 출판업자가 출간 의사를 타진해왔다.

책에는 배추김치·미역국·갈치조림과 같은 기본 반찬과 떡볶이·잔치국수 등 일품요리를 담았다. 특히, 한식을 어렵게 생각하는 중국인들이 쉽고 편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조리 과정을 3~4단계로 단순화했고, 식기와 도구는 집에서 쓰던 것을 그대로 이용해 '나도 할 수 있다'는 느낌이 들도록 했다. 요리별 비법도 넣었다. 육 대표는 "떡볶이에는 멸치 다시국물과 대파를 넣으면 맛이 살아나고, 비빔국수에는 사과를 갈아 넣는 것이 비법"이라고 했다.

출간 소식을 누구보다 반긴 이들은 MBA 과정을 함께 공부했던 중국인 동창들이라고 한다. 이미 500권을 선주문한 CEO 동창도 있다. 오는 6일 베이징에서 출판기념회를 갖고, 이어 말레이시아 등에서도 출간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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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행복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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