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만원 들고 사진사로 출발 … 28년 만에 볼보 삼킨 저상 [중앙일보]
2010.03.30 02:44 입력 / 2010.03.30 03:56 수정
리수푸 중국 지리자동차그룹 회장
중국 지리(吉利)자동차의 리수푸(李書福) 회장. 그는 28일 2조원(18억 달러)에 볼보 자동차를 인수하는 계약을 했다. [예테보리 신화통신=연합뉴스] | |
미국 포드로부터 볼보의 지분 100%를 통째로 인수한 리수푸(李書福·47) 지리(吉利)자동차그룹 회장의 꿈에는 한계가 없다. 지리자동차그룹의 홈페이지 초기 화면에도 이를 담은 영문 구호(Let’s Geely cars go to the whole world)가 내걸려 있다.
궁핍한 산촌인 중국 저장(浙江)성 타이저우(台州)에서 태어난 그는 어릴 때부터 상인 기질을 보였다. 명·청 시대를 주름잡았던 진상(晋商)과 후이상(徽商)에 이어 개혁·개방 이후 중국의 경제권을 쥐락펴락하는 저상(浙商: 저장 상인)의 피를 물려 받은 것이다. 저상의 후예답게 그도 “하늘 아래 못 할 비즈니스가 없다”며 19세 때 아버지로부터 받은 120위안(약 2만원)을 종잣돈 삼아 카메라를 구입해 사진기사로 돈을 벌기 시작했다. 사업 수완이 좋아 금세 1000위안을 모은 뒤 사진관을 차렸다. 이어 1년 만에 쓰레기를 수거해 폐기물 속에서 금속을 분리해 파는 사업을 시작했다. 사진을 현상하면서 약품 처리만 잘 하면 폐기물도 얼마든지 돈이 될 수 있다고 착안한 데 따른 것이었다.
1986년 그는 자신이 개발한 기술로 냉장고 부품 공장을 차렸다. 이때 ‘저장성 모범노동자’로 뽑히기도 했다. 냉장고 부품 공장장을 비롯해 오랜 기간 생산 현장에서 일해 온 그는 뒤늦게 기계공학 석사 학위를 땄다. 마침내 95년 저장성 항저우(杭州)에 지금의 지리자동차를 창업했다.
당시만 해도 중국의 자동차 산업은 어려웠다. 국유 자동차 기업은 효율성이 떨어졌고 이 틈을 비집고 외자 기업들이 속속 중국 시장을 잠식하기 시작했다. 이런 현실을 보면서 그는 ‘외국차가 중국을 누비는 것이 아니라 중국차가 세계를 누비도록 하겠다’는 꿈을 키우기 시작했다. 의욕에 넘쳤던 그는 중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배추를 팔 듯 자동차를 팔겠다”고 말해 ‘자동차 미치광이’라고 불리기도 했다. 이런 도전을 통해 그는 창업 15년 만에 지리를 연간 30만 대 생산 능력을 갖춘 중국 10대 토종 자동차 업체로 키웠다. 그의 재산은 중국 재계 서열 25위다.
그는 2008년 말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자 자금 사정이 악화된 포드로부터 볼보를 인수하기 위해 기회를 노렸다. 2009년 4월 마침내 포드가 중국 기업에 볼보 매각 신호를 보냈다. 같은 토종업체인 치루이(奇瑞)와 둥펑(東風) 등이 경합했지만 그해 12월 지리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겨우 15년 된 중국 기업이 80년 역사의 스웨덴 볼보를 통째로 삼키자 ‘뱀이 코끼리를 삼켰다’는 표현도 나왔다.
그는 민간 기업인지만 막후 정치력도 상당하다.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위원으로 중국 중앙정치 무대에도 넓은 인맥을 지니고 있다. 저장성 당서기를 5년간 역임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부주석의 스웨덴 국빈 방문에 동행해 볼보 인수 계약을 최종적으로 성사시킨 것도 이런 인연이 작용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번 인수 계약으로 그는 베이징(北京)에 새로운 공장을 건설해 볼보 모델을 생산할 방침이다.
베이징=장세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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