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의 꿈> ⑩KOICA 봉사단이 인재 양성
<아프리카의 꿈> ⑩KOICA 봉사단이 에티오피아 미술교사 미용사 양성
(아다마<에티오피아>=연합뉴스) 강진욱 기자 = 에티오피아 수도 아디스아바바에서 남동쪽의 도시 아다마에서 한국국제협력단(KOICA) 해외봉사단원 미술교사와 미용사를 양성하는 등 지금까지 자기들만의 세계에 안주하며 정체된 삶을 살아가던 이들에게 변화의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사진은 아르시 기술직업교육칼리지(TVET)에서 미용을 가르치면서 주정부의 요청으로 현지 미용사들을 가르친 장명주(32) 단원. 201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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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서 봉사활동하며 미술교사 66명 가르쳐
주 정부가 미용 단원에 기술자 재교육 부탁

(아다마<에티오피아>=연합뉴스) 강진욱 기자 = 에티오피아 수도 아디스아바바에서 남동쪽으로 차를 타고 약 2시간 가면 아다마(Adama)라는 곳에 닿는다.

암하릭말로 나자렛이라고 불리는 이곳에 한국국제협력단(KOICA) 해외봉사단원 5명이 파견돼, 지금까지 자기들만의 세계에 안주하며 정체된 삶을 살아가던 이들에게 변화의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아마다 제5초등학교에서 미술교사로 봉사활동을 하면서 현직 미술교사 66명을 양성해 현지 언론과 학교당국의 주목을 끈 박유진(27) 단원도 그 중 한 사람이다. 수업이 없는 토요일인 21일, 아다마의 사파리롯지라는 음식점에서 박 씨와 단원들을 만났다.

이곳에 온 지 1년 10개월째인 박 단원은 지난해 아마다 인근 초등학교와 유치원 등 약 40개 기관 소속 150명의 미술교사들을 모아 4차에 걸쳐 미술교사 양성반을 운영했다. 학교 교사 일을 하면서 주말에만 4시간씩 가르쳤다. 6∼8월 3개월간의 우기방학 때는 3개 반 수업을 동시에 진행하기도 했다. 84명이 탈락하고 66명이 6개월 간의 과정을 모두 수료했다.

그가 미술교사를 대상으로 미술 교육 프로그램을 개설해야겠다고 생각한 것은 자신이 재직하는 학교에서 미술수업을 참관한 뒤였다.

미술을 어떻게 가르쳐야 하는지에 대한 개념 없이 교육이 진행되고 있었다. 교과서도 부족했고 교안을 제대로 만드는 교사도 없었다. 학생들도 창의성은커녕 한국 어린이들이 그림책에서 늘 보았을 법한 흔한 동식물도 제대로 아는 아이가 없었다.
바다와 겨울, 무지개를 본 적이 없고 물고기와 펭귄, 진주라는 말을 못 알아들었다. 선생님이 칠판에 무엇인가를 그리면 학생들이 따라 그리는 것이 전부였다. 집을 그리라면 하나같이 세모와 네모를 아래위로 붙여 그렸고 선생님은 그 이상을 요구하지 않았다. 둥그런 형태의 흙벽에 바나나 잎을 얹은 원추형 집 이외의 다른 모양의 집을 생각하고 상상할 능력을 키워줘야 했다.

그래서 그는 학교 당국자들을 만나 미술교사 교육 일정을 밝히고 추천 또는 지원을 받아 교육대상자를 모아 이론과 실기를 가르쳤다. 교재는 한국에서 가져간 것을 활용했다.

또 미술을 재미있게 가르쳤다. 무엇을 그리라고 요구하는 대신 접시를 보여주며 여기에 담고 싶은 것을 그리라고 했고 여럿이 손가락에 물감을 찍어 개미를 그리는 협동수업도 진행했다.

그는 "전에는 아이들이 사람을 그리라면 부모나 발 또는 팔을 다친 사람 등 주변에 보이는 사람만 그렸지만 지금은 자기가 어른이 됐을 때의 모습을 그린다"고 말했다. 아이들이 미술 수업을 통해 꿈을 키워가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아프리카 저개발국에서는 특히 예체능 수업이 약해 실습실이나 교재는 물론 교사인력도 크게 부족하다"면서 "협력단의 예체능 교육을 지원해야 아이들이 꿈을 갖고 성장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한 반 60여명 아이들 가운데 미술에 소질이 있는 아이들을 각 반 3명씩, 학년별로 선별해 특별반 수업도 진행하고 있다. 아이들이 자신의 소질을 발견하고 키워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이다.

미술교사를 양성하는 외에도 아이들이 좋은 반응을 보인 지도안을 골라 현지어인 암하릭어로 교과서를 만들어 200여개 학교와 유치원에 배포할 예정이다. 이에 필요한 예산은 협력단이 프로젝트 사업비로 지원한다.

이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그가 벌인 또 한 가지 사업은 부실한 학교 시설를 개보수한 일이었다. 미술교사 양성 과정에 참여한 초등학교와 유치원 교실 천장을 설치했다. 대부분 교실이 지붕은 있으나 천장이 없어 내리쬐는 햇볕의 열기를 막지 못한다. 교실 내벽도 예쁜 색으로 칠하고 전기도 끌었다.

그는 "교사 개보수 작업은 협력단이 예산의 75%(8천 달러)만 지원하고 학부모들이 십시일반 모으고 학교 측이 마련한 돈 25%를 합쳐 진행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밝혔다. 학교와 학부모들이 조금 더 성의를 갖고 아이들 교육환경 개선의 필요성을 인식하게 됐다는 것이다.

그는 지난 1월 현지 교육당국자들이 다수 참석한 수료식에서 수료생들에게 "여러분들로부터 많은 것을 배웠다"며 "여러분들이 목표를 이룰 수 있도록 KOICA가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

박 단원보다 조금 늦게 이곳에 온 장명주(32) 단원은 전공을 미술에서 미용으로 바꿔 미용사를 양성하고 있다. 그가 일하는 곳은 기술직업교육칼리지(TVET). 미용 기술을 익힌 것은 선교에 도움이 될 것 같다는 생각에서였다.

얼마 전 이곳에서 8개 기술학교 미용교사 9명이 오로미아 주정부가 시행하는 국가자격시험에 응시했다 3명만 합격하고 6명이 떨어진 일이 있었다. 주정부에서는 미용기술 인력이 필요했는데 시험을 치러보니 교사들의 수준이 형편없었던 것이다.

오로미아 주정부는 시험에서 떨어진 6명의 재교육을 장 단원에게 부탁했다. 닷새 뒤에 치를 재시험에 통과할 수 있는 미용기술을 제대로 가르쳐 달라는 것이었다.

도무지 말이 안 되는 요청이었지만 그는 월∼금요일 5일간 매일 아침부터 저녁까지 8시간씩 40시간의 교육일정을 짜고 스파르타식으로 가르쳤고 제대로 수업을 이수한 4명이 재시험을 통과했다.

이후로 그는 유명인사가 됐다. 한국에서 온 이들이 그에게 머리를 부탁하는 일도 잦아졌다. 언젠가 한 번은 전기가 나간 집에서 입에 플래시를 물고 머리를 해 준 일도 있다. 이날도 그는 한국에서 온 부인네들의 머리를 손질하기 위해 여행용 가방에 미용도구와 재료를 가득 담아 아디스아바바로 `출장'을 가는 중이었다. 과외로 봉사활동을 하고 일요일 저녁 임지로 돌아가야 한다.

박 단원과 장 단원은 지난해 아다마 소아과병원에서 매주 화요일 과외로 봉사활동을 하기도 했다. 어린 환자들에게 암하릭어로 노래를 가르치고 미술치료 수업을 병행했고 아이들 작품으로 전시회도 열었다.

이곳에 온 지 4개월 된 박요한(25) 씨도 TVET에 소속돼 컴퓨터와 기계 분야 기술을 가르치고 있다. 컴퓨터를 연결하거나 노트북 포맷하는 것부터 수리까지, 컴퓨터 기기와 관련해 일괄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사람으로 통한다. 이 기술학교 부기관장이 한국에 연수를 다녀온 뒤부터 한국에 연수 좀 보내달라고 조르는 이가 많아졌다. 뭔가 해 보고 싶은 욕구가 느는 것은 좋은 일이라 여기고 있다.

간호사로 이곳에 온 지 7개월째인 김수완(27) 단원은 에이즈 환자가 많고 밖에 나가면 손으로 툭툭 치는 사람들 때문에 애를 먹고 있다고 말했다.

단원들 말로는 이곳이 에티오피아로 물건이 들어오는 항구인 지부티에서 하루 거리로 트럭 운전사들을 위한 위락시설도 많고 외지인들도 많이 들어온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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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행복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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