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의 꿈> ④봉사단원의 3개월정전 체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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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ICA 봉사단 3개월 정전 체험 (잔지바르<탄자니아>=연합뉴스) 강진욱 기자 = 유럽인들에게는 손꼽히는 휴양지로 알려져 있는 탄자니아의 섬 잔지바르에 1년 중 가장 무더운 지난해 12월 초여드렛날부터 지난 8일까지 꼭 3개월간 전기가 끊겼고 이곳에서 활동하고 있는 한국국제협력단(KOICA) 해외봉사단원 8명은 생전 겪어보지 못한 끔찍한 경험을 하며 마음이 풍요로운 이들을 통해 진짜 탄자니아를 체험했다. 사진은 윤미영 단원이 지난 12일 KOICA가 지어진 관개시설 앞에서 마을 부인들과 함께 기념촬영한 모습. 2010.3.26 kjw@yna.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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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위 속에서도 여유만만한 현지인들 인상적"
봉사단원들,"끔찍했지만 소중한 체험"
(잔지바르<탄자니아>=연합뉴스) 강진욱 기자 = 탄자니아의 수도 다르에스살렘에서 배로 2시간 30분 정도 떨어진 잔지바르는 유럽인들에게는 손꼽히는 휴양지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이 섬에 3개월 간 전기가 들어오지 않았다. 1년 중 가장 무더운 지난해 12월 8일부터 지난 8일까지 꼭 3개월 간이었다.
비교적 풍족하게 생활하다 가난한 개발도상국 주민들을 돕겠다며 이 섬에 간 한국국제협력단(KOICA) 봉사단원들에게, 낮기온이 30도를 넘고 습기가 많은 여름철 3개월 간의 정전사태는 끔찍했지만 소중한 체험이었다.
남자 2명과 여자 6명 등 8명의 단원들 가운데 잔지바르 주립대학에서 사서로 일하는 박예진 단원과 문화체육관광부 등에서 컴퓨터를 가르치는 박길자 단원, 익명을 요구한 다른 남자 단원 1명에게서 당시의 상황을 듣고 당시 상황을 재구성했다.
전기가 나간 것은 지난해 12월 8일. 본토로부터 전기를 끌어오는 해저 케이블에 문제가 생겼다. 전에도 그랬으니 이번에도 30분 정도 지나면 다시 전기가 들어오겠지 했다. 며칠이 지났을 때도 곧 들어오겠지 했다. 그런데 3개월 이야기가 나왔고 신문은 1년 내에 복구돼야 한다는 기사가 실리기도 했다.
전기가 끊어지자 가장 시급한 문제는 물을 구하는 것이었다. 펌프를 돌려 지하수를 퍼올리는 이 섬에서 전기가 없으면 물도 없다. 선풍기와 냉장고를 못 돌리고 컴퓨터를 사용하지 못하는 고통은 참을 수 있지만 물이 없으면 생존의 위협을 받게 된다.
일과 시간 외에는 물통을 들고 물을 찾아 헤맸다. 우물에서 물을 긷기도 하고, 디젤 발전기를 사용하여 지하수를 끌어올리는 부잣집에 가서, 동네 사람들의 호기심(?) 어린 시선을 받으며 길게 줄을 서 물을 얻어오기도 했다. 10m가 넘어 보이는 우물에서 물을 길으면 손은 물집과 상처투성이가 됐고 수도 없이 물통을 들었다 놓고 떨어뜨리기를 반복하며 집 물통을 채웠다.
박예진 단원은 "10분 넘게 무거운 물통을 들고 집까지 겨우 옮겼는데 눈앞에 펼쳐진 5층 계단을 보고 `심장이 무너져 내리는 좌절감'을 느꼈다"고 밝혔다.
물을 아끼느라 빨래를 하지않고 밥 대신 빵으로 때웠고 씻는 물을 모아 화장실 변기에 부었다. 학교 화장실에서 머리를 감고 비좁은 공간에서 다시 땀을 흘리며 머리를 말리기도 했다. 잔지바르는 약 110만 인구의 99%가 무슬림으로 머리카락은 남성에게 유혹의 도구로 인식된다. 그래서 여성들은 머리를 꽁꽁 싸매고 다닌다. 화장실 밖에서 머리를 휘날리며 말렸다가는 무슨 사단이 날지 모른다.
땀에 젖은 옷을 햇볕에 말려 두 번씩 입은 뒤 어느 기관 화장실에서 빨래를 해야 했다.
처음에는 과일과 빵으로 때웠지만 시간이 갈수록 기력이 쇠약해졌고 결국 환경오염의 주범인 숯이나 등유를 이용해 불을 피워 밥을 해 먹어야 했다. 숯은 완전히 달궈지기까지 20분 정도 걸리기 때문에 반찬과 밥을 완성하기까지는 1시간 이상이 소요됐고 등유로는 음식은 빨리 만들 수 있지만 코를 찌르는 기름 냄새가 장난이 아니었다.
마을 사람들 가운데 부자들은 정전 직후부터 발전기를 사기 시작했고 시간이 지나면서 발전기를 사는 집이 늘어났다. 발전기를 돌리는 데 드는 비용은 고스란히 물가상승으로 이어져 식당에서 주는 식사량이 계속 즐었다.
단원들은 점점 신경이 예민해졌다. 밤새도록 돌아가는 발전기 소리에 밤잠을 설치는 일도 많아졌고 물 때문에 언성을 높이고 화를 내는 일도 생겼다.
날이 갈수록 밤이 오는 것도 두려워졌다. 누구는 해가 저물어가는 6시가 되면 초조해지며 밤을 어떻게 보내나 걱정했고 또 누구는 해가 질 때가 되면 답답함을 참을 수 없어서 자전거를 타고 동네를 막 돌아다녀야 했다.
처음에는 양초에 의지해 책을 읽었지만 바람에 흔들리는 촛불과 씨름하느라 눈이 아프고 다음날 낯에는 눈 앞에서 초가 흔들리는 환상이 보였다.
현지인들의 생활도 말이 아니었다. 남자들이 직장에 간 사이에 집에 남아있는 부인과 아이들이 머리에 물통을 지고 몇 번이나 층계들을 오르내렸다. 심지어 5살짜리 아이도 자기가 쓸 물을 스스로 떠와야 했다.
잔지바르 정부는 소방차 등을 동원해 정기적으로 마을을 돌며 물을 공급했지만 수요량에는 턱없이 부족했다. 물을 담을 수 있는 것이면 모두 들고 나와 소방차 앞에 길게 줄을 선 모습은 난민촌과 진배없었다. 줄 선 이들의 눈에는 자기 차례까지 물이 오지 않으면 어떻게 하나 하는 걱정이 역력했다.
정전은 가난한 아이들에게는 더없는 수난을 안겼다. 수업 시간에 잘 사는 아이는 멀쩡한데 형편이 어려운 아이는 계속 졸았다. 이유를 물으니 물을 나르느라 힘들어서 그렇다고 대답했다. 기말고사 성적에서도 차이가 많이 났다.
그런데 주민들은 그렇게 힘든 상황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았고 덤덤하게 인내하며 살아가고 있었다. 누구도 불평을 늘어놓지 않았다.
정전된 지 얼마 안 돼 고장난 케이블을 고치러 왔던 남아프리카공화국 기술자들이 새해가 되자 가족들과 휴가를 보내러 갔을 때도 모두 `그 사람들도 쉬어야 되지 않느냐'며 여유만만이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케냐에서 오기로 한 유조선이 고장 나 디젤유 공급마저 끊기고 값이 뛰었지만 동네 사람들은 계속 발전기를 돌려 발전기가 없는 이들에게 물을 나눠줬다.
박예진 단원은 "어느날은 윗집에서 물을 두 통이나 가져다 줬다"며 "많이 가지고도 나누지 못하는 부자보다는 가진 것이 없어도 주변 사람들과 작은 것을 나누는 이들이 진정한 부자임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박길자 단원은 "물을 받으러 가는 것을 본 이웃 주민은 더 가까운 자기 집에서 물을 받아가라며 친절을 베풀었다"고 했다.
생활의 필수품이 돼 버린 휴대폰 충전에도 인색함이 없었다. 어느 식당 주인은 동네 사람 또는 그냥 지나는 사람 모두가 들러 휴대폰 또는 LED 전등을 충전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1∼2월의 무더위가 가고 여름의 기세가 수그러들 무렵, 한 바가지의 샤워, 냄새나는 화장실에 익숙해질 즈음이던 지난 8일 전기가 다시 들어왔다.
전기가 들어오기로 한 그날은 아침부터 아무것도 손에 잡히지 않았다. 예정된 오후 3시가 다가오자 심장박동이 빨라졌고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약속된 시각에 전기가 들어오지 않아 실망하고 있는데 5시경 전기가 들어왔다. 동네 사람들은 소리를 지르고 자동차 경적을 울리며 좋아했다. 온 시내가 들썩들썩했다. 단원들도 덩달아 뛰면서 소리를 지르고 감격해했다. 마치 신의 축복이라도 받은 듯 기뻐했다.
단원들은 전기가 복구된 뒤에도 여전히 하루 몇 번씩 정전이 되기는 하지만 전기를 쓸 수 있다는 사실에 더없이 감사하고 있다.
"한국국제협력단(KOICA) 구호인 `모두 함께 더 좋은 세상을 위해'(Making A Better World Together)를 외치며 주민들이 진정으로 필요로 하는 도움을 줄 수 있도록 열심히 활동하리라 다짐했습니다."
kjw@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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