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의 꿈> ⑨에티오피아 가족계획 지원
<아프리카의 꿈> ⑨KOICA-연세대 간호대, 에티오피아 가족계획 지원
(아르시=연합뉴스) 강진욱 기자 = 한국국제협력단(KOICA)은 아프리카 최빈국이자 최다산국에 꼽히는 에티오피아의 오로미아주 아르시(Arsi)에서 연세대학교 간호대학과 손잡고 산아제한을 위한 가족계획 사업을 펼치고 있다. 사진은 (오른쪽에서 두 번째부터)에티오피아 가족계획 지원사업을 총괄하고 있는 배경희 연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외래교수 겸 간호대학 객원교수와 주민들을 상대로 현장사업을 담당하는 간호사 김명선 씨, 시술과 시술 교육을 맡는 연세대 서 경 교수가 한국 정부가 지원해 지은 모자보건훈련센터에서 열린 주민대표자회의에 참석했다. 2010.3.27
kjw@yna.co.kr

KOICA-연세대 간호대 주관..대민사업과 피임시술
"인구증가 원인은 다산 욕구..인식 변화 힘들어"

(아르시=연합뉴스) 강진욱 기자 = 한국국제협력단(KOICA)은 에티오피아 오로미아주의 아르시(Arsi)에서 연세대학교 간호대학과 손잡고 가족계획 사업을 펼치고 있다. `코리아-에티오피아-연세대 가족계획'(KEYFP) 사업. 한국에서 1970년대 전개됐던 산아제한 운동이 30여년이 지나 아프리카 최빈국이자 최다산국으로 꼽히는 에티오피아에서 부활한 셈이다.

오로모족이 거주하는 오로미아주는 에티오피아 9개 주 가운데 가장 큰 주로 한반도만 하며 이 주 북단의 아르시는 인구 270만 명으로 경상남.북도를 합친 크기로 수도 아디스아바바에서 차로 3시간 남짓 가야 한다. 아르시를 포함한 오로미아 주민들은 에티오피아의 공용어인 암하릭어를 사용하지 않고 오로모어를 쓴다.

19일 오전 `코리아-에티오피아-연세대 가족계획' 사업 책임자인 배경희 연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외래교수 겸 간호대학 객원교수와 함께 오로미아주 정부 청사 보건청을 방문했다. 5층에 들어서니 먼저 일본국제협력기구(JICA) 사무실이 눈에 들어오고 조금 더 가자 KEYFP 사무실이 자리를 잡고 있다.

매년 한국보다 몇 십배 많은 원조를 하는 일본 정부 기구는 그렇다 치고 올해 말까지 2년여 동안 고작 340만 달러 짜리 사업을 수행하는 임의단체가 에티오피아 주 정부 청사에 자리를 잡고 있는 것이 놀라웠다. 일본국제협력기구는 오로미아 주에서 5년짜리 장기 영양증진 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배 교수는 "KEYFP가 수행하는 가족계획 사업이 에티오피아 주 정부의 가족 및 보건 정책 수립 및 집행 과정의 일부가 됐음을 뜻한다"면서 "한국 정부의 무상원조 사업이 한 차원 격상됐다고 봐도 좋다"고 자신있게 말했다.

아토 샬로 오로미아주 보건청장도 같은 말을 했다. 사무실을 나서는 그에게 `코리아-에티오피아-연세대 가족계획'을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자 "우선 KEYFP가 열심히 사업해 오로미아주 정부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면서 "청사 안에 사무실을 내 준 것은 특기할 만한 것으로 KEYFP 사업이 주 정부 정책과 유기적 관계 속에서 차질 없이 진행되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배 교수는 마침 주 정부 보건정책 회의 참석차 올라온 아르시 지역 정책 담당자들과 점심 약속부터 잡았다. 여러 보건 정책 담당자들을 만나 KEYFP 사업을 협의할 기회가 흔하지 않기 때문이란다.

남아프리카공화국 대사관이 마주보이는 음식점에 모인 보건 담당 공무원들 모두 KEYFP 사업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는 듯 했다.
아만 우르기 아르시 보건국장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어느 집은 아이가 20명으로 KEYFP 사업이 가능한 한 빨리 다른 지역으로 확대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배 교수는 즉석에서 아만 국장과 모자보건훈련센터의 현지인 직원 채용 문제를 협의해 2명을 채용하기로 대체적인 합의를 봤다.

오후에 아르시 헤토샤구 이테야(Etheya)의 모자보건훈련센터로 향했다. 해가 기울 즈음 목적지에 거의 다다르자 차도에 사람들이 넘친다. 간간이 경적을 울려 보지만 차는 거북이 걸음이다. 차 안 외래인을 향한 수많은 시선이 거북했다.

학교가 파하는 시간이면 연보라색 교복을 입은 학생들까지 합쳐져 피난행렬이 따로 없단다. 올 1월 이곳에 온 김명선 씨는 "그 시간이면 왜 이 나라가 인구증가를 억제해야 하는지를 절실하게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간호사인 그는 페루에서 2년 6개월 간 봉사활동을 했고 에콰도르 협력단 사무소 관리요원으로 2년 간 일한 뒤 KEYFP 사업에 합류했다.
그의 주 업무는 연세대 서경 교수와 함께 이 지역 오지 마을 주민들을 찾아다니며 가족계획 사업의 중요성을 설파하고 원하는 이들이 피임 시술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아웃리치(outreach) 사업이다.

사업을 원만히 수행하기 위해 아이들에게 노래와 태권도 등 교육사업을 병행하고 있다. 언젠가 한번은 `잘 살아보세~~우리도 한번 잘 살아보세~'라는 노래를 가르치자 아이들이 몇 번 듣더니 잘 부르더란다. 태권도도 호응이 좋아 큰 아이가 리더가 돼 가르쳐준 것을 잊어버리지 않으려고 자기들끼리 꾸준히 연습하고 있다.

처음에는 25개 지역을 7개 권역으로 나눠 주민들을 7곳에 모이게 해 강의와 시술을 진행했으나 주민 참여도가 저조해 지금은 25개 지역을 순방하는 것으로 방침을 바꿔 2차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1차 700여명, 2차 180명 등 지금까지 약 900명이 불임 시술을 받았다.

그는 "회의에서는 가족계획의 필요성을 역설하던 어느 주민 대표가 마을에 돌아가서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며 인식 전환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 주민대표는 아이가 일곱에 부인을 둘 뒀는데 두 사람 모두 임신 중이었다.

불임 시술은 서 교수가 맡는다. 그는 "이 나라 인구 문제는 무엇보다 여자들의 다산 욕구"라며 "왜 산아제한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설득이 매우 어렵다"고 말했다.

이미 5∼6명의 아이를 낳은 40∼50대 부인들이 자식들을 하나 둘 떠나보낸 뒤 쓸쓸하다며 더 아이를 낳고 싶어 하고 나이 들어 아이를 낳으면 건강에 좋지 않다는 말에 "50대 남자는 되고 50대 여자는 안 되는 이유가 뭐냐"고 따진단다.

세계보건기구(WHO) 생식보건위원으로도 활동한 그는 이곳에서 임프라논(Impranon)과 자델(Jadelle) 등 임신을 억제하는 피임약을 팔에 삽입하는 시술을 주로 한다. 임프라논은 3년, 자델은 5년간 피하에서 지속적으로 호르몬을 분비하는 약이다. 에티오피아 주민들은 피임을 위해 주사를 선호하지만 이는 효력이 3개월에 그쳐 주사 시기를 잠깐 놓쳐 아이를 갖는 일이 많다.

20일 오전 협력단이 거의 다 지은 모자보건훈련센터에 들렀다. 곳곳에서 마무리 공사가 진행 중인 가운데 관할 지역 공무원들과 주민 대표들이 하나 둘 모여들었다. 한 달에 한 번 여는 가족계획사업 집행위원회 회의가 예정돼 있었다.

전통 복장을 한 여성에게 가족계획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고 묻자 "당연히 해야 한다"고 대답한다. 집행위원회 회원은 아니고 샤키사라 마을 부녀회 회원인 아이날렘 카사훈(34) 씨였다. 아이가 3명이라는 말에 "피임을 하느냐"고 묻자 "이미 12년 전부터 3개월마다 꼬박꼬박" 주사를 맞고 있단다.

한 젊은이에게 가족계획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자 대뜸 "에티오피아는 경제성장률보다 인구증가율이 훨씬 높아 그 균형을 맞추기 위해서라도 가족계획을 시행해야 한다"고, 마치 대답을 준비하고 있었던 것처럼 말했다. 어떻게 피임하느냐고 묻자 미혼이라며 결혼하면 아내와 상의해 적절한 방법을 택하겠다고 밝혔다. 네갈린 게타훈(25) 씨로 가족계획집행위원회 위원이었다.

많이 나아졌지만 여전히 시간 관념이 부족한 탓에 회의는 예정시간보다 한 시간여 늦은 10시 40분, 15명의 위원 중 9명이 참석한 가운데 시작됐고 회의 도중에 2명이 합류했다.

아디스 히워트(Adis Hiwot) 헬스센터 소장이면서, 최근 8명의 경쟁자를 물리치고 정부로부터 이테야 모자보건훈련센터 소장에 임명된 하일루 테메스겐(42) 씨는 "한국 정부와 연세대가 지원하는 가족계획 사업이 꼭 성과를 거둬야 한다"면서 예산과 기획, 인력 활용 등 소장으로서 자신이 어떻게 훈련센터를 운영할 것인지를 힘주어 설명한 뒤 "한국 정부가 지원 사업을 올해로 끝내지 말고 계속했으면 좋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Posted by 행복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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