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의 꿈>⑪에티오피아 한국촌서 영그는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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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의 꿈> ⑪에티오피아 참전용사촌 초등학교 (아디스아바바=연합뉴스) 강진욱 기자 = 에티오피아 수도 아디스아바바 동쪽, 한국전 참전 용사 가족 일부가 남아 있는 인구 약 3만 명의 언덕배기 판자촌 `코리아 사파르'(Korea Sefer. 한국촌)에는 한국 정부가 지원하는 히브레 피레(Hibret Firre) 초등학교가 있고 현재 한국국제협력단(KOICA) 해외봉사단 5명이 교사로 일하고 있다. 이 학교에서 체육을 지도하는 김용섭 단원이 학생들과 즐거운 한 때를 보내고 있다. 2010.3.28 kjw@yna.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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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극 새겨진 교재로 공부, 장학사들 발길 이어져
(아디스아바바=연합뉴스) 강진욱 기자 = 에티오피아 수도 아디스아바바 동쪽, 조금 번화한 `볼레'를 지나 `예카' 지역으로 들어서면 함석 지붕으로 뒤덮인, 인구 약 3만 명의 언덕배기 판자촌이 나온다. 동네 이름은 `코리아 사파르'(Korea Sefer.한국촌). 사파르는 `지역' `동네'를 뜻한다.
한국전에 참전했던 에티오피아의 군인들이 50년대 초중반 순차적으로 귀환하면서 형성되기 시작했다. 한동안 번성하다 1974년 사회주의 정권이 들어선 이후 각종 정부 혜택이 끊기면서 점차 쇠락, 하나 둘 이곳을 떴고 도시 빈민들이 유입되기 시작했다. 현재 남아 있는 참전 군인 가족들은 약 6천명 정도.
이곳에 한국 정부가 초등학교를 새로 지어주고 교사 인력을 파견하는 등 지원을 계속하면서 최근 에티오피아 교육 당국과 각급 학교 관계자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한국이 지원하는 학교 이름은 히브레 피레(Hibret Firre) 초등학교.
한국 정부는 2006년 3월, 원래 있던 학교를 대대적으로 개보수해 새로 문을 열었고 한국국제협력단(KOICA) 해외봉사단원들을 파견하기 시작했다. 현재 수학과 미술, 컴퓨터, 체육, 과학 분야 5명의 단원이 활동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도서관과 시청각실을 지어줬다.
23일 오전 볼레에 거주하는 단원들과 함께 차를 타고 학교를 방문했다. 운동장에 양국 국기가 펄럭인다. 매일 오전 전교생들이 모여 양국 국기가 게양되는 가운데 에티오피아 국가를 부르며 조회를 한다.
수업 시작 전이라 여기 저기 학생들이 뛰어놀고 있다. 입성은 초라해도 표정이 밝다. `안뇽하세요'라고 장난기 섞인 말투로 인사를 건네는 아이도 있다.
선생님은 의사들처럼 흰 가운을 입고 있다. 교장실로 들어서니 제미카엘 베트레(Zemichael Betre) 교장이 반갑게 맞는다.
그는 "학교가 새로 문을 연 지 5년이 됐다"면서 "그동안 실험실과 도서관, 시청각실, 컴퓨터실이 생겼고 체육과 미술 수업이 강화되는 등 10년 전과 비교해 크게 달라졌으며 학생들의 학업 성취도도 크게 높아져 낙제율이 크게 줄었다"고 말했다.
지역 학력평가 시험에서 1등을 했으며 합격률은 95%로 이는 다른 학교와 비교해 10%포인트 이상 높은 것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한국 정부의 지원에 대해 묻자 그는 "단순히 원조 자금을 주는 것이 아니라 한국국제협력단(KOICA) 해외봉사단이 파견돼 현장에서 학생들을 지도하고 학교 시설 확충을 위한 프로젝트 사업을 수행하는 점을 높이 평가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또 다른 지역의 초중등 학교와 대학교에도 협력단 봉사단원이 파견돼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면담을 마치고 컴퓨터실로 올라가니 20여대의 컴퓨터가 놓여 있다. 지난해 4월 이곳에 온 김수옥 단원은 "15대만 사용할 수 있다"며 "컴퓨터 한 대에 2∼3명이 붙어 앉아 공부한다"고 말했다. `더블 클릭'을 잘 못하고 진도도 그리 빠른 편은 아니란다. 전기가 수시로 나가는 것도 문제이다.
과학 분야 김영진 단원이 맡고 있는 실험실과 시청각실은 아이들에게 일종의 놀이공간이다. 생전 해보지 못하던 과학 실험도 할 수 있고 스크린 대신 흰 벽면에 투사해 영화를 감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수업이 끝나고도 가지 않고 다음 반 아이들 틈에 숨어 있으려는 아이들을 찾아 돌려보내는 일이 많지만 그는 영화를 통해 이곳 아이들이 좀 더 넓은 세계를 접하게 해 줄 생각이다.
교실에서는 학생들이 태극 마크가 새겨진 책상과 의자에 앉아 역시 태극 마크가 그려진 교재로 수업을 하고 있었다.
수학을 가르치는 하승천 단원은 어느 교실 앞에 다다르자 젤라럼(16) 이라는 아이를 불렀다.
시골에서 함께 살던 할머니가 돌아가시자 무작정 상경했는데 1년 전 이 학교에 온 뒤 전교 1등을 놓치지 않고 있고 얼마 전부터 한국의 독지가로부터 매달 후원금을 받고 있단다. 하 단원이 한국 TV에 출연해 이 아이 이야기를 하자 방송을 본 독지가가 연락을 해 왔다.
이 독지가는 젤라럼을 한국에 데려와 유학을 시킬 방도를 찾고 있다고 하 단원은 귀띔했다. 젤라럼은 현재 어느 선생님 집에서 집안 일을 도우며 살고 있다. 올 7월 경 한국의 후원자가 그를 만나기 위해 에티오피아를 방문할 예정이다.
한 마디를 청하자 젤라럼은 "한국에서 도와줘서 고맙다"고 말했다. 한국의 후원자를 아느냐고 묻자 "그렇다"고 대답했다.
물리와 수학을 좋아한다는 그에게 나중에 뭐가 되고 싶으냐고 묻자 "엔지니어"라고 대답했고 이유는 "유럽 나라들처럼 에티오피아를 발전시키고 싶어서"라고 설명했다. 유럽 선진국들을 얼마나 많이 아느냐는 물음에 "재팬..."이라고 말하다 꿀밤을 맞았다.
소운동장에서는 체육복으로 갈아 입은 김용섭 단원이 남녀 아이들을 4열 종대로 세운 뒤 테니스공을 어깨와 턱 사이에 끼고 뛰어가 반환점을 도는 시범을 보이고 있다. 학생들은 재밌게 따라했다. 이어 아이들은 공을 무릎 사이에 끼고 달리다 빠뜨리고는 서로 낄낄거린다.
한국 정부와 협력단 봉사단원들 덕분에 학교가 활기를 띠기 시작하면서 아디스아바바 시교육청 장학사들과 각급 학교 교장단 및 교사들이 수시로 히브레 피레 초등학교를 찾아오고 있다.
학력평가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두면서부터 아예 `모델 스쿨'이 돼 버렸다. 오는 이들 모두 학교 시설에 놀라고 부러워한다고 하 단원은 밝혔다.
한국에서 교사로 일하다 휴직하고 이곳에 온 그는 "에티오피아는 한국과 마찬가지로 가진 것이 인적 자원뿐이어서 교육을 통한 인재 양성만이 국가를 발전시킬 수 있다"면서 "그럴려면 먼저 우수한 교사를 많이 양성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지적했다.
현지 정부도 최근 한국과 미국, 싱가포르, 일본 등 각국의 교육과정을 연구하면서 정책을 만들고 있다.
그는 7월 임기를 마치고 귀국하면 이 학교와 자신이 재직하는 한국 학교가 자매결연해 양국 학생들에게 교류할 수 있는 길을 열어 볼 생각이다. 이 곳 도서관에 책을 보내는 운동도 구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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