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의 꿈> ⑦KOICA, 초등교육 의무화 지원
KOICA, 케냐에 학교 신축 지원
(단도라<케냐>=연합뉴스) 강진욱 기자 = 한국국제협력단(KOICA)은 2008년부터 250만 달러를 들여 케냐 수도 나이로비에 2개, 티카와 나쿠루에 각각 1개 씩 총 4개 학교를 새로 지었고 3개 지역에 각각 2개의 학교를 증개축하는 케냐 초등학교 건립 및 복구사업을 추진, 공사를 거의 마쳤다. 사진은 나이로비 동부 외곽 이스트랜드 은지루(Njiru) 지역에 있는 아티(Athi) 초등학교 존 마체리아 므왕기 교장이 KOICA 김항주 케냐사무소장과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 2010.3.27
kjw@yna.co.kr

2003년 초등교육 의무화 시행 후 취학아동 수 급증
3∼7명이 교과서 나눠 써..학교마다 재원확보 안간힘

(단도라<케냐>=연합뉴스) 강진욱 기자 = 한국국제협력단(KOICA)은 2008년부터 250만 달러를 들여 케냐 수도 나이로비와 나쿠루, 티카 등 3개 지역에 초등학교 4개를 신축하고 6개를 증개축하는 케냐 초등학교 건립 및 복구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나이로비에 2개, 티카와 나쿠루에 각각 1개씩 총 4개 학교를 새로 지었고 3개 지역에 각각 2개의 학교를 증개축하는 공사를 거의 완료했다. 공사비는 약 250만 달러.

16일 나이로비 동부 외곽 지역인 이스트랜드에 있는 응군디(NGUNDI) 초등학교와 아티(Athi) 초등학교를 방문했다. 응군디초교는 루아이(Ruai) 지역에, 아티초교는 은지루(Njiru) 지역에 있다. 나이로비 시내 중심부에서 응군디초교는 약 26km, 아티초교는 약 50km 떨어져 있으며 두 학교 모두 비포장 도로를 한참 걸어가야 했다.

허름한 교문을 지나 응군디 초등학교에 들어서자 운동장에 나와 있던 학생들이 차를 둘러싸고 소리를 지르며 요란하게 손님들을 맞았다. 이 학교 학생 수는 현재 700명, 교사는 19명이다.

학교 교사만 지어졌고 건물 사이 공간은 여전히 진흙바닥이어서 아이들 신발을 통해 교실로 흙이 묻어들어간다.

협력단 케냐 주재 사무소 김항주 소장은 "특정 지역에 학교를 새로 지어 제대로 된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해 줄 수도 있지만 당장 학교 공간이 많이 필요한 형편이어서 여러 지역으로 나눠 10개 학교를 짓는 사업을 벌였다"면서 "공간이 어느 정도 확보되고 나면 교육의 질을 높이기 위한 지원 사업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학교 관계자들과 함께 최고학년인 8학년 교실에 들어서자 좁은 교실에 빼곡히 들어앉은 45명의 학생이 영어로 `방문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환영합니다'라고 합창한다. 지원 단체에서 자주 손님들이 찾아오다 보니 학교 측에서 늘 이런 식으로 손님들을 맞고 있다.

영어로 된 교과서는 사람의 신체와 식물의 생육 과정 등을 소개해 수준이 높아 보였다. 문제는 교과서 1권을 3명이 공유하고 있다는 점이다. 루스 S.모니(49) 교장은 "다른 과목도 사정은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2003년부터 초등 무상교육이 실시되고 있지만 정부는 학생들 모두에게 교과서를 공급하지 못하고 있다. 부족한 교과서는 학부모들이 돈을 내야 하지만 이곳 생활 형편상 무리다. 교복도 학부모 부담이다.

모니 교장은 차를 대접하겠다며 방문자들을 비좁은 교장실로 안내한 뒤 "한국 정부와 협력단의 지원에 감사하고 공사에도 만족한다"며 "공사가 마무리되면 200여명은 더 가르칠 수 있다"고 말했다.

세 아이의 어머니인 그는 "좋은 여건에서 더 많은 학생들이 공부할 수 있게 돼 기쁘다"면서 "물탱크를 올릴 시멘트 스탠드를 지어달라"고 추가로 요청했다. 학교 뒷켠에 커다른 물통을 가져다 놓고 스탠드를 만들어 올려 달라는 것이었다.

원조를 많이 받다보니 별로 거리낌 없이 이런 저런 요청을 많이 한다. 다른 학교에서도 담을 쳐달라거나 개보수 대상이 아닌 건물의 지붕을 새로 해 달라는 요청이 계속 들어오고 있다.

김 소장은 "추가 공사는 본부와 협의해야 한다"며 "학교 공사가 완료되면 컴퓨터 2대와 학생 및 선생님들 책걸상을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모니 교장을 비롯한 학교 관계자들은 일제히 박수를 치면서 `할렐루야'를 외쳤다.

응군디초교에서 약 30분 거리에 있는 아티초교는 조금 더 열악했다. 우선 학생들이 대부분 맨발이고 자주색 교복이 많이 낡았다. 얼굴 표정도 응군디 아이들에 비해 그리 밝지 않았다. 낯선 이들의 갑작스러운 방문에 어색해하는 표정들이다. 학생 162명에 교사는 6명. 교사가 완성되면 학생은 약 450명까지 받을 수 있단다.

이곳에서는 교과서 하나를 7명이 나눠 보고 있다. 학교마다 지원되는 예산이 다른 것인지, 누가 예산을 유용한 때문인지는 알 수 없다.

이 학교 존 마체리아 므왕기(50) 교장은 "교감, 주임교사도 없이 교장 혼자 다 한다"며 "이 지역은 가뭄이 들면 먹을 것이 부족하다"고 학교 운영에 필요한 재원을 보전해 줄 것을 부탁했다. 기자에게도 "`서포터'를 찾아줄 수 있느냐"고 물었다.

그는 또 부정부패에 대한 인식을 불식시키려는 듯이 "우리가 돈을 달라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이 필요한 교과서와 노트 등 교자재를 많이 보내 달라는 것"이라고 거듭 강조하면서 "이 학교를 모델 스쿨로 만들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그는 이어 김 소장에게 진흙 투성이의 마당을 가리키며 건물을 연결하는 보도블록을 깔아 줄 것을 요청했다. 김 소장은 난감해하는 표정이 역력하다. 므왕기 교장은 이것 저것 요청을 많이 했고 교육에 대한 열의도 있어 보였다.

김 소장이 교과서 한 권에 얼마 하느냐고 묻자 므왕기 교장은 잔뜩 기대하는 표정으로 평균 400실링(약 6천원) 이라고 대답했다.

협력단은 초등학교 복구 사업 본공사를 대부분 완료했고 내달까지 각 학교에서 추가로 요청하고 있는 담이나 물탱크 사업을 끝낸 뒤 한국과 케냐 정부 관계자들을 초청해 사업 종료를 알리는 행사를 조촐하게 가질 예정이다.

학교 공사에 대해서는 두 학교가 모두 만족하고 있었다. 김 소장은 현지 입찰에서 한국 회사와 케냐 회사를 제치고 중국 업체가 공사를 따냈다며 지금까지 성실하게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케냐 초등학교 복구 건립 사업은 조만간 다른 지역 초등학교 또는 중등학교 신축 및 복구 사업으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케냐 정부는 2003년 초등 무상교육 제도를 시행한 이후 2006년 기준 취학 아동 수가 760만명으로 2002년 대비 약 30%가 늘었다며 니얀자(Nyanza) 지방 초중등학교 건립 사업을 한국 대사관을 통해 요청해 왔고 협력단은 현재 이를 검토하고 있다. 공사비는 약 240만 달러 규모이다.

한국대사관은 농촌지역인 니얀자 지방이 2008년 초까지 이어진 대선 후 폭력사태의 최대 피해지역으로 많은 학교가 파괴돼 청소년들이 적절한 교육을 받지 못하고 있고 전반적인 식량 위기와 맞물려 마을이 피폐해지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김 소장은 "니얀자 학교 건립 사업이 사회 경제적으로 소외된 농촌 지역에 대한 교육지원이라는 데 의미가 있고 케냐 정부의 중장기 개발정책인 케냐 비전 2030과 연계해 지원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나이로비 시내로 돌아오는 길에 한국인이 운영하고 있는 사파리파크호텔 옆 8차선 도로 공사가 한창이다. 중국 건설업체가 컨소시엄을 구성해 공사를 따냈다고 하는데 수도 나이로비와 티카 사이 약 100km 구간에 길을 내고 확장하는 대형 공사였다. 아프리카 각국에서 날로 커지는 중국의 존재감을 새삼 느꼈다.

kjw@yna.co.kr

<저작권자(c)연합뉴스.2010/03/27 09:00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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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osted by 행복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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